스마트폰의 성장 둔화에 따라 최근 ‘포스트 스마트폰’이란 말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지능화된 사물’라는 개념의 ‘IoT(Internet of Things)’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단절된 객체로 존재하던 우리 주변의 사물들이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 독자적인 연산 능력을 가지게 돼 우리 생활 전반에 스며든 숨어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네트워크를 통해 교환, 인사이트를 발굴하며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 걸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가치를 생산할 것이다. 사물인터넷이라는 새로운 ICT 패러다임의 변화가 우리의 삶 전체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PECIAL REPORt] 19조 달러 시장 어떻게 준비할까
사물인터넷의 3대 핵심 기술은 센서 기술, 데이터 통신 네트워크,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다. 이 중 센서 기술은 스마트 디바이스의 확산과 이종 산업 간 융합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수집, 처리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센서의 소형화, 지능화가 이루어지면서 사용자의 삶과 깊숙이 관계를 맺고 있다. 미래 성장 산업으로서 센서 기술은 부품 산업 육성에 적합한 업종으로 잠재력을 갖고 있다. 2011년 전 세계 센서 시장은 722억 달러 규모이며 이 중 사물인터넷 시장에 필수적인 첨단 센서의 비중은 2020년 전체 센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전 세계 센서 시장은 722억 달러 규모
글로벌 네트워크 설비업체 시스코는 2020년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은 500억 개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사물들이 ‘스마트’해지면서 사물인터넷 환경을 지원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통신기술은 방대한 규모의 사물들을 끊김 없이 안정적으로 연결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다. 지금의 3세대(3G)와 4세대(4G) 네트워크는 데이터가 생산되는 속도에 맞춰 실시간으로 클라우드까지 전송할 정도의 속도를 아직 보유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5세대(5G) 통신 혁명을 가장 먼저 실현하는 것이 사물인터넷 시대의 패권을 확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최종적으로 사물인터넷을 통해 생성되는 대용량의 데이터들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분석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하나의 센서에서 1초 주기로 수집되는 데이터는 연간 3000만 개에 이른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의 주요 기능이 감지, 감시, 제어 등에 국한돼 있는 센싱 데이터를 사물인터넷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고급 정보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반이 구축된다면 사용자의 개인화된 비정기적 이벤트를 감지해 효과적인 대응 방안까지 제시하는 예측 컴퓨팅(predictive computing)이 우리 일상에 확산될 것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97개 빅데이터 활용 사업을 추진
사물인터넷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세계 주요 국가들도 기술 경쟁력 제고와 시장 선점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ICT 강국인 대한민국 또한 과감히 사물인터넷이라는 변화의 물결을 선도하기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은 2013년 현재 2조3000억 원으로 세계 시장 대비 1% 남짓에 불과하다. 또한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대형 제조업체를 제외하고 글로벌 플레이어와 비교했을 때 원천기술 부족, 협소한 내수시장 등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방위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센서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10.5%에 이를 정도로 고속 성장 중이나 첨단 센서의 기술력 부족과 일반 센서의 가격 경쟁력 취약으로 인해 본격적인 사물인터넷을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또한 시장 형성 초기에 해당하는 5세대 네트워크 기술 표준 및 산업화의 움직임에서 정부는 지난해 통신사, 네트워크 설비사, 국책 연구기관을 모아 5G 포럼을 결성하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차세대 ICT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체적인 시연 시기를 최초로 선포했다. 또한 트래픽 폭증에 대비해 1㎓ 폭 이상 사물인터넷용 주파수를 확보하고 저전력·장거리·비면허 대역 통신기술 개발, 무제한 주소자원(IPv6) 인프라 확충(2017년까지 주요 가입자망 구축 완료)을 추진할 계획이다. 데이터의 효과적인 분석을 위한 빅데이터 경쟁력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는 2017년까지 97개 빅데이터 활용 사업을 추진해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정책 수립과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빅데이터 공통 기반 플랫폼’을 통해 행정기관들이 공개된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를 자유롭게 수집, 분석, 공유할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사물인터넷 시장은 전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서비스와 표준과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부재한 상황이다. 그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높다. 2013년 기준으로 전 세계 디바이스의 99.4%가 아직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잠재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커넥티드 디바이스와 에너지, 교통·운송, 헬스케어, 예측 장비, 스마트 빌딩, 지능형 분석 플랫폼 등에 걸쳐 업무상 무수히 많은 앱이 향후 10년간 19조 달러의 경제 가치에 준하는 엄청난 기회와 성장을 가져올 것이다.

사물인터넷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순간보다도 높게 형성됐다. 신체에 착용하며 통신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고 국가 재난을 통해 적시에 효과적인 대응할 수 있는 지능형 통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따라서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과 고객 간 거래(B2C) 전 영역에서 사용자의 니즈와 관련성이 높은 서비스를 발굴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의 개발과 데이터 분석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고도화된 유·무선 네트워크 환경과 서비스 구현을 위한 요소 기술 등의 글로벌 표준 선점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사물인터넷의 ‘글로벌 표준화’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이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기술과 통신기술을 보유한 대한민국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제 국내 ICT 플레어들은 거시적인 안목으로 진정한 의미의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하며 정부는 서드파티(3rd Party: 중소규모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의 주어진 규격에 맞추어 제품을 생산하는 것) 생태계와 관련 산업의 육성을 통해 사물인터넷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심수민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