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전자회사의 주식 값은 일 년에 한두 번 130만 원 수준으로 내려가고 또 한두 번은 140만 원대로 올라간다. 지난 3년 동안 그러하였다. 130만 원에 사서 140만 원대에 팔면 7~9%의 차익이 생긴다. 이 차이는 너무 적은 것일까? 주식 차익의 목표를 10%보다 높게 잡는 것은 실현하기 어려운 욕심일 것이다. 이상하게도 이 회사의 주식 값은 그 회사의 실적과 별 상관없이 움직인다. 분기 실적이 아주 좋다고 발표됐을 때도 주식 값은 내려가는 경우가 있었고, 경영상 큰 어려움이 보도될 때에도 주식 값은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대기업이니까 그 정도의 사건은 무시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오르고 어떤 경우에 내려가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1년에 130만 원 밑으로 한두 번 내려가고 140만 원대로 한두 번 오른 것은 사실이다. 하여튼 140만 원만 넘으면 판다. 더 이상 올라가도 후회하지 않는다. 130만 원이면 산다. 내일 128만 원으로 떨어져도 속상해하지 않는다. 이렇게만 하면 거의 위험은 없는 것 같다.

이 회사의 주식 단가가 높아서 일반 직장인은 사기 어렵다고 하지만 1주만 사도 된다. 차익의 비율은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9% 차익으로 했으면, 8% 차익에서 파는 것이다. 그다음, 오르고 내리고는 아예 관심을 안 갖는 것이 좋다.

백화점에서 오랜만에 옷을 한 벌 샀다. 돈을 모아서 45만 원짜리 상의를 샀는데, 다른 가게에 똑같은 옷이 있다. 들어가서 “이 옷 얼마예요?” 하고 묻는다. “36만 원인데요” 그러면 화가 난다. 바가지를 썼구나. ‘다음에 백화점에서 사지 않고 이 가게에서 사야지’ 하고 다짐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가격은 옷을 사기 전에 몇 군데를 비교해야지, 사고 나서 비교하는 것은 기분만 잡친다. 더 싸게 샀으면 ‘혹시 가짜?’ 하고 의심과 걱정을 하게 되고, 더 비싸게 샀으면 화가 날 뿐이다.

서울 잠원동 어느 시장처럼 생긴 대형 할인점 안 가게에서 어리굴젓을 샀다. 사고 나서 60이 넘어 보이는 주인에게 “이거 국산 자연산 굴 맞지요?” 하고 물으니 세상을 오래 살아서 주름이 그득한 그 할머니는 “샀으면 가서 맛있게 드세요”라고 손사래를 친다. 그 표정에는 거짓도 없고 귀찮음도 없어 보였다. 중국산을 국산이라고 속여서 팔았기 때문이 아닌 것 같다. 본인도 이것이 자연산인지 양식인지 몰라서 손사래를 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젊은이, 샀으면 그만이지, 확인해서 뭐하나? 인생을 그렇게 살면 피곤한 거야.’ 할머니의 얼굴 주름은 이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손해 볼 때도 있고, 별로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무엇인가 좋은 일이 생기는 때가 있다. A라는 기업을 상대로 열심히 영업을 했는데, 그 회사와의 거래는 성립되지 않고, 제안도 하지 않은 B기업과 꽤 큰 용역을 계약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우연은 아닐 것이다. 내가 지금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절대적인 존재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다. 하루에 좋은 일이 한 가지 생기면 조심하는 것이 좋다. 반드시 좋지 않은 일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삶은 필연의 무작위성(random)을 갖는다.

손해와 이익, 그 자체가 물론 중요하지만 삶을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손익 자체가 아니라, 그 손익을 인식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 굴이 상하지만 않았으면 산 다음에 국산인지 중국산이지 아는 것이 뭐 그렇게 중요하겠는가? 옷을 사고 같은 옷의 가격을 다른 점포에 물어보러 다녀서 좋을 것이 무엇이겠는가? 주식을 샀으면 주식 값이 오를 때만 기다리면 되지, 그 주식 값이 더 떨어지는 것을 보고 짜증을 내봤자 무엇이 좋을 것인가? 사실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삶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우리가 그 사실을 인식하는 방법과 태도다. 그래서 사실보다 인식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