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투자 전략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나 중산층은 전통적인 양식에 현대적인 실용성을 갖춘 한옥에 살고 싶은 로망을 갖고 있다. 한옥 신축과 투자가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한옥은 충분히 공부하고 실수요자로 접근해야 주거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의 한옥 등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되는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투자 차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옥 수요는 은퇴 후 노후를 위한 거주용과 임대사업용으로 나눌 수 있다. 거주 수요는 기존 한옥을 개보수(리뉴얼)하거나 기존 토지에 한옥을 새로 지을 수 있다.개보수할 때는 서울시의 지원에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서울 가회동, 삼청동, 종로 등에서 상대적으로 싸고 낡은 한옥이나 일반 주택을 산 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신·개축할 수 있다. 서울시는 한옥의 외관을 고칠 경우 공사비의 3분의 2 범위 내에서 최대 6000만 원까지 무상 지원해 준다. 공사비는 최대 4000만 원까지 저리로 융자해 준다. 한옥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한 한옥 짓기가 늘고 있다.
서울 4대문을 벗어난 지역의 한옥 신축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SH공사가 서울 은평뉴타운에 조성하려는 한옥마을 부지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투자회사 등에 넘기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 침체 속에 개인이 고가의 한옥 부지를 사는 게 부담이다.
2010년 이후 투자열풍으로 가격 급등
한옥의 단점 중 하나는 여전히 비싼 건축비다. 일반 주택은 3.3㎡당 300만~400만 원이 들지만 한옥은 저렴해도 600만 원을 웃돈다. 아직 3.3㎡당 평균 1000만 원 수준으로 높다는 게 한옥 시공업체의 설명이다. 한옥 공사비 중 가장 많이 드는 항목은 소목장 와공(기와공사 인력) 등과 관련된 인건비다. 기계화된 시공이 불가능하고 자재를 규격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한옥은 개별적으로 짓다 보니 공사비 부담이 컸다”며 “향후 단지화하고 규격화하면 공사비가 지속적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수요는 지역이 중요하다. 서울의 경우 경복궁 동쪽 가회동 일대 ‘북촌’이 관심을 끌었으나 몇 년 전부터는 경북궁 서쪽의 서촌이나 운현궁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옥 투자 수요는 곧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옥 임대사업이 활발하다. 외국 관광객이나 비즈니스맨이 주요 숙박객이다. 한류 열풍 속에 중국, 일본 등 외국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가회동 등 경복궁 일대 한옥촌은 게스트하우스로 변신 중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단기 숙박시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전통 한옥에서 머물면서 한국의 음식을 먹고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려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 한옥을 통째로 빌려서 임대료를 주고 게스트하우스로 꾸며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
북촌 등이 외국인 관광 코스가 되면서 일부를 상가 등으로 개조하는 한옥도 많다. 리모델링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외국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소규모 상가나 음식점이 들어서는 것도 대로변에 인접한 한옥의 변신이다. 이 같은 리뉴얼과 리모델링을 통해 외관을 깔끔하게 바꾸고 내부 시설의 편리성을 높이면 전반적인 몸값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몇 년 전 한옥 값이 껑충 뛴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옥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전망이다. 땅을 밟고 싶어 하는 욕구는 지속되고 있고 본인만의 개성을 갖춘 주거시설을 장만하려는 수요자도 적지 않아서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도 한옥 단지 조성과 지원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한옥은 아파트에 비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또 오피스텔 등 소형 투자 상품에 비해 관심이 떨어진다. 2010년 이후 한옥 투자 열풍이 불면서 가격이 급등한 점도 부담이다. 북촌 인근 한옥의 3.3㎡당 가격이 3000만 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임대수익률도 연평균 5% 안팎으로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상가의 수익률도 업종과 유동인구 등에 따라 크게 다르다.
한옥은 아파트와 비교하면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일반 주택보다 내부 공간이 좁게 느껴진다. 주차 공간도 넉넉하지 않다. 환금성도 아파트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거래가 많지 않고 매물도 상대적으로 적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해밀컨설팅의 황용천 사장은 “투자 차원에서 한옥을 살 때 기존 한옥을 살 건지, 낡은 한옥을 리모델링할 건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단기간 시세 차익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수 한국경제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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