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필수장비 애셔 세계1위 피에스케이

“2분기에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향후 매출액 및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며, 특히 2008년 해외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한 성장 모멘텀은 유효하다”에스케이(대표 박경수)는 반도체 전공정의 필수 장비인 애셔(Asher)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애셔란 반도체 전공정에서 웨이퍼 위에 남아 있는 감광제를 태워 제거하는 설비를 말한다. 1990년 일본산 반도체 장비 대리점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1995년 애셔 장비의 국산화에 성공한 뒤, 12인치 공정용 애셔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현재 피에스케이는 국내 애셔 장비 시장의 70%를 석권하고 있고 세계 시장점유율 28%로 이 부문 1위를 자랑하는 글로벌 강자로 성장했다.피에스케이는 최근 4년간 매출액 대비 평균 12%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왔다. 연구 인력이 전체 인원의 40%에 이를 정도로 연구 개발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또 1997년 코스닥시장 상장 후 매년 20% 수준의 배당 성향을 보이며 주당 200원가량의 현금 배당을 실시해 오고 있다. 따라서 증권가에서는 주주 이익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하지만 피에스케이는 올 2분기에 다소 부진한 실적 탓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피에스케이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감소한 3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75억 원으로 10%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37% 급감한 3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피에스케이의 주가는 2분기 실적이 발표된 지난 8월 13일, 직전 거래일(10일)에 비해 13% 가까이 하락한 1만3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피에스케이 주가는 7월 초 1만9000원대로 치고 올라갔지만 8월 들어 2분기 실적 부진이 주가에 미리 반영되면서 급락세로 돌아선 이후 40%대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가 하락이 피에스케이의 펀더멘털의 문제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반도체 경기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이희권 피에스케이 전무는 “2분기는 전통적으로 반도체 시장의 계절적 비수기며 올 상반기 세계 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해 반도체 장비 시장의 성장률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율 하락과 판매관리비(판관비) 증가 또한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이 전무는 “판관비에는 지난해 사들인 특허권에 대한 무형 자산 감가상각비와 해외 자회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그리고 해외 판매 장비에 대한 무상 수리비도 23억 원가량 책정돼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피에스케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757억 원으로 전년 동기 595억 원에 비해 27% 늘었고, 영업이익은 183억 원으로 10% 증가했다. 특히 수출이 426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03% 증가했고 수출 비중도 전체 매출의 50%를 넘어섰다.증권 업계에서는 피에스케이의 성장 동력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보고 2분기 실적 부진으로 인한 주가 급락이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호평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3분기 이후에는 계절적인 매출 증가 추세를 바탕으로 다시금 실적 호조세를 되찾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외 자회사에 대한 지급 판매 수수료의 일정 비율이 지분법 이익으로 인식되면서 전체적으로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피에스케이가 2분기에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향후 매출액 및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며, 특히 2008년 해외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한 성장 모멘텀은 유효하다”며 “현재의 주가 수준은 2007년 주가수익률(PER)의 9.1배 수준으로 경쟁 업체 대비 40% 이상 할인돼 있어 주가 급락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매수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재열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부품주들의 수익성은 하반기에 본격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각 부문 1위 업체들을 주목해야 한다”며 “피에스케이는 세계 애셔 장비 1위 업체인 데다 저PER주라는 매력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피에스케이가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해외 거래처 확대고 또 하나는 제품의 다양화다. 이희권 전무는 “대만 난야와 이노테라 등 세계 10여 개 유명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애셔 장비를 공급하고 있고, 최근엔 일본의 르네사스 등 일본과 유럽의 반도체 관련 시장 진출을 위해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며 “지난 7월에는 일본의 유력한 반도체 소자 업체와 공동으로 자사 제품의 양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 내년부터는 일본 지역에서도 대규모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이 전무는 또 “작년 8월부터 생산을 시작한 TSL3000(식각 공정에 의해 손상된 실리콘 표면을 처리하는 특수 장비)의 매출이 올해는 150억 원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지난 4월 새로 출시한 건식 세정 장비(dry cleaner)도 올 하반기부터 매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피에스케이는 지난 7월 경기 화성 동탄에 178억 원가량을 투입해 건설한 연면적 1만1470㎡ 규모의 신공장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박경수 대표는 “새로 지은 사업장은 애셔 장비와 건식 세정 장비 등 반도체 장비를 연간 360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라며 “특히 연간 6대가량의 OLED 공정 건식 식각장비(dry etcher)도 생산하는 등 기존 반도체 장비에 이어 디스플레이 장비로 영역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그는 또 “우수 인재 확보와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판교 지역에 조성될 대규모 정보기술(IT) 연구집적단지(판교테크노벨리)에 미래연구소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증권 전문가들은 피에스케이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에 못 미쳤다는 점 때문에 올해 전체 예상 실적을 다소 수정하고 있다. 이가근 연구원은 피에스케이의 올해 매출을 지난해보다 12.1% 증가한 1446억 원, 영업이익은 0.9% 늘어난 333억 원으로 예상했다.이 연구원은 그러나 “피에스케이는 이미 글로벌 1위 업체로 확고히 자리 잡은 만큼 고객 기반 확대와 신규 장비 매출 신장이라는 성장 동력은 앞으로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2008년 예상 매출은 1752억 원, 영업이익은 448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박경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