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on
래식 슈트는 유행이 지나면 구식이 돼버리는 물건이 아니라 평생을 동반하는 자산이나 투자 대상이다. 따라서 이제는 슈트 하나를 고를 때에도 잠재적인 가치를 면밀히 판단하는 것이 현명하다. MONEY 독자라면 더더욱 그러할 듯. 이제 지성파 신사들은 세계적 명성의 클래식 슈트 브랜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굳이 따지자면 키톤, 체사레 아톨리니, 브리오니를 3대 브랜드로 꼽을 수 있다. 이 중 최근 국내 런칭을 하고 하얏트호텔에 단독 매장을 낸 키톤은 그 이름만으로도 육중한 무게를 지니는 정통 클래식 슈트의 대명사다.일명 ‘이건희 양복’으로 불리면서 국내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키톤은 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 슈트 브랜드다. ‘키톤(Kiton)’이라는 브랜드 명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올림포스 산에서 기도 드릴 때 입던 의식용 튜닉(긴 가운)인 ‘키토네(chitone)’에서 유래했다. 나폴리 근교에 있는 키톤은 1968년 치로 파오네(Ciro Paone)와 안토니오 카를로스(Antonio Carlos)가 설립했다. 치로 파오네 회장은 5대째 ‘한 우물 파기’로 직물 업계에 종사하며 본격적인 남성 정장 브랜드 키톤을 런칭해 세계적으로 ‘메이드 인 나폴리’의 파워를 부각시켰다. 고대 나폴리 테일러링 방식의 규범을 철학으로 두고, 사업이라기보다는 한 장인의 대형 작업실이라고 볼 수 있는 회사로 시작했다.뭐니 뭐니 해도 남성 정장 마켓의 키워드는 재봉 기술과 원단. 키톤은 고집스러운 100년 전의 이탈리안 전통을 지켜가며 양복만을 만드는 350명의 기술자들과 독점 원단으로 남성의 몸매를 입체적으로 드러내 보다 섹시하고 볼륨감 있게 표현해 준다. ‘키톤을 한 번 입어본 것만으로도 영원한 단골고객이 된다’는 말처럼 세계적으로도 많은 단골고객들을 자랑한다. 남성 정장의 성공을 계기로 1995년 여성복 라인도 함께 선보였다.‘최고 중의 최고 플러스 알파’ 원단만을 주장하는 키톤은 계속해서 가장 정밀하고 우수한 섬유 생산에 힘쓰고 있다. 키톤의 원단은 쉽게 구김이 가지 않을 뿐더러 생긴 구김도 자연적 상태에서 쉽게 원상태로 돌아간다. 또한 최적 상태의 착용감을 위해 최소한의 재킷 심지만을 사용해 최상의 가벼움과 밀착감을 제공하며, 그 느낌은 마치 셔츠를 입은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셔츠의 경우는 버튼 홀까지도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다.키톤은 독특한 재주를 갖고 있는 나폴리탄 수공예 기술자 350여 명의 철두철미한 프로 정신을 통해 세계 남성 정장 패션을 주도할 수 있었다. 성공 패션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 원칙인 ‘기본’에 충실한 것이 주효했다. 일반적으로 많은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끝없이 변하는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하고 감각적인 스타일과 화려한 컬러를 선보인다. 반면, 키톤은 ‘클래식’과 ‘엘레강스’를 기본 스타일로 패턴 퀄리티와 글로벌 최고 수준의 텍스타일 소싱에 전념했다. 고객에 맞춰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기보다는 까다롭고 고집스러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고객을 오히려 이끌어 나갔다. 패션 업계를 지배하며 대량 생산과 기계화로 휩쓸려가는 트렌드를 멀리하고 최고의 양복 기술자들이 100년 전에 사용했던 공구들을 사용해 지금까지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제작한다. 아무리 최첨단 기계라도 인간의 ‘손놀림’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고집스럽게도 전통적인 수공업을 고수한 것.착용했을 때 가장 편안하고 동시에 신체를 입체적으로 드러내 주는 최고의 슈트를 선사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꼼꼼하고 섬세한 장인적인 작업 과정으로 인해 키톤이 전 세계 부티크에 내놓을 수 있는 슈트는 1년에 몇 천 벌로 제한돼 있다. 키톤의 수제품 양복은 이제 산업 차원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키톤은 여태껏 특별한 광고 캠페인 없이 오랫동안 바뀌지 않는 ‘패턴과 고품질 원단’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제품 생산에서는 현대적 기계 설비보다 오랜 전통을 고집하지만 경영만큼은 글로벌 경영을 실현한다. 1986년 ‘키톤 코퍼레이션(Kiton Corporation)’이라는 새로운 회사명으로 본사를 나폴리에서 미국의 뉴욕으로 옮겨 본격적인 세계 시장 개척에 들어간 것. 생산은 100% ‘메이드 인 이탈리아’를 고수하되 경영은 뉴욕 본사에서 한다. 현재 미국 시장은 키톤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요즘 미국의 상류층들은 대부분 키톤 양복을 하나쯤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2003년 11월에는 뉴욕에 ‘키톤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할리우드 스타 단골고객들 중 조지 클루니를 초청해 화려한 오프닝 행사를 갖기도 했다.이 밖에도 프랑스의 파리, 독일의 쾰른 뒤셀도르프 뮌헨,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스위스의 취리히, 중국과 러시아 모스크바에 단독 매장이 있다. 40개국 400개의 주요 도시에 위치한 럭셔리 편집매장에서도 키톤을 만날 수 있다.김지연 기자 jykim@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