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대치동에서 학원을 경영하는 A(57) 씨는 얼마 전 교보생명에서 10억 원짜리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재산이 70억 원을 넘는 A 씨가 월 300만 원에 가까운 종신보험에 가입한 이유는 뭘까. 가장(家長)의 사망 시 유가족에게 생활비(사망보험금)를 지급하는 종신보험 본래 취지에 비춰볼 때 A 씨의 계약액은 너무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하지만 그가 종신보험에 가입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자녀들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 A 씨가 사망할 경우 10억 원의 사망보험금이 나온다. 자녀들은 이 사망보험금으로 유산을 상속받을 때 상속세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보장 자산을 위한 종신보험이 이처럼 절세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부유층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생명보험사들도 거액 종신보험 수요에 대비해 가입 한도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종전 10억~15억 원이었던 가입 한도를 20억~30억 원으로 대폭 올리고 있는 것. 교보생명 관계자는 “일반 종신보험의 가입 한도는 20억 원이지만 거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VIP종신보험’을 별도 판매 중”이라며 “30억~50억 원짜리 종신보험도 팔린다”고 말했다.보험을 잘 활용하면 보험 본연의 목적인 위험 보장은 물론 세금도 절약할 수 있다. 보험을 통해 세금을 아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보험료 소득공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보험료 소득공제란 근로자(자영업자는 불가) 본인이나 가족이 보장성 보험에 가입할 경우 연간 보험료 납입액 가운데 100만 원까지 경비로 인정해 연말정산 시 소득 금액에서 공제해 주는 제도다. 맞벌이 부부는 연간 200만 원까지 가능하다.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보장성 보험은 소액의 보험료를 내고 사망·질병·장해·상해·입원 등을 보장받는 건강·상해 관련 보험 상품과 자동차 보험이 해당된다. 저축성 보험 가운데 보장 부분에 대한 보험료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보험료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연말 소득 정산 시 보험료 납입증명서를 첨부하면 된다.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장애인은 추가로 100만 원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장애인 복지 지원 정책에 따라 근로자가 장애인 전용 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납입한 경우 연간 100만 원 한도까지 소득공제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장기주택마련저축보험에 가입해도 연간 납입 금액의 40%(300만 원 한도)에 대해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또 7년 이상 유지할 경우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된다.노후를 위해 가입하는 개인연금보험과 퇴직연금도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있다. 개인연금은 정부가 운영하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 달리 개인이 스스로 가입하는 연금 상품으로, 정부는 이를 권장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퇴직연금 중 확정기여형(DC형)의 경우 근로자가 부담한 부분에 대해서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소득공제 한도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합쳐 연간 300만 원이다.가령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매월 25만 원씩 개인연금에 불입하면 연간 300만 원 전액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다만, 개인연금을 만기 때 연금으로 타지 않고 중도 해지할 경우 기타 소득으로 간주돼 이자 소득에 대해 20%의 세금을 내야 한다. 특히 5년 이내 중도 해지할 경우 연간 납입 보험료 누계액(연 300만원 한도)의 2%를 가산세로 부과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 개인연금은 연금을 탈 때 9.5%의 연금소득세를 내야 한다.보험을 통해 이자소득세와 종합과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저축성 보험에 가입한 뒤 10년 이상 유지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금융소득(이자소득, 배당소득)이 발생하면 금융회사는 14%(주민세 포함 시 15.4%)의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금융소득이 4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한 부분과 다른 종합소득(사업소득, 근로소득, 부동산임대소득 등)을 합산해 종합소득세율로 과세한다.예를 들어 근로소득 5000만 원, 금융소득 6000만 원인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경우 금융소득 4000만 원까지는 14%의 세율이 적용되고 나머지 2000만 원과 근로소득 5000만 원을 더한 7000만 원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세율이 적용돼 총 193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는 금융소득과 근로소득을 분리 과세할 때 세금 1690만 원보다 240만 원 많은 것이다.이처럼 무거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할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일정 기간 후 낸 돈과 이자를 돌려받는 저축성보험에 가입해 10년 이상 유지하는 것이다. 저축성보험에 10년 이상 가입하면 보험 차익(수령보험금-납입보험료)에 대한 이자소득세를 전액 면제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일반 연금보험은 소득공제 혜택이 없는 반면 10년 이상 가입하면 연금으로 받을 때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 따라서 노후 대비를 위해 연금을 이용하려면 우선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개인연금에 매달 25만 원(연간 300만 원)씩 불입하고, 나머지 여윳돈은 일반 연금에 불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보험을 통해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보험 계약 시 보험 계약자(보험료를 내는 사람), 피보험자(보장받는 대상), 보험 수익자(보험금을 타는 사람)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은 원칙적으로 계약자와 수익자가 같아야 세금이 없다. 만약 이 둘이 다르다면 증여나 상속의 문제가 생긴다.보험금은 피보험자의 생존 여부에 따라 생존보험과 사망보험금으로 나누며 생존보험금은 증여세, 사망보험금은 상속세 대상이 된다. 생존보험금은 10년간 배우자의 경우 3억 원, 자녀는 3000만 원(미성년자는 1500만 원)까지 증여 재산 공제 한도를 인정한다. 이 한도 내에서만 세금이 없다는 것이다. 주로 저축성보험이나 연금보험이 해당된다.종신보험 정기보험 등 사망보험금의 경우 상속세를 면제받으려면 계약자와 수익자가 같아야 한다. 피보험자 본인(부모)이 보험료를 내는 계약자가 되면 피보험자 사망 시 지급되는 사망 보험금은 상속 재산이 된다. 왜냐하면 사망보험금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로 인해 생긴 것이므로 계약자 재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속용으로 종신보험을 활용하려면 반드시 계약자와 수익자가 동일인으로 가입해야 한다. 가령 아버지가 아들에게 상속 목적으로 보험을 활용하려면 보험료를 내는 사람, 즉 계약자를 아들로 해야 하고 보험금을 타는 수익자도 아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아들이 미성년자이거나 일정한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납입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는 증여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그렇다면 상속으로 활용 가능한 보험 상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종신보험이 대표적이며 정기보험, 일시납 즉시연금보험 등이 있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며, 정기보험은 종신보험과 같지만 평생 동안 보장받는 종신보험과 달리 10년, 20년 등 정해진 기간에만 보장받는다. 정해진 기간 내에 피보험자가 사망하지 않으면 상속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주의해야 된다.일시납 즉시지급연금보험은 은퇴자나 퇴직자를 겨냥해 만든 상품으로 목돈을 한꺼번에 보험사에 맡긴 뒤 바로 다음 달부터 연금을 탈 수 있는 상품이다. 현재 상속형, 확정형, 종신형 등 3가지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이 가운데 상속형을 활용하면, 부모(60세 기준)가 1억 원을 예치할 경우 부모는 생존 기간 매월 일정 금액의 연금을 받고 부모가 사망한 후에는 원금 1억 원을 자식에게 상속할 수 있다.장진모 한국경제신문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