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 자동차를 가리켜 ‘기계·전자 산업의 집합체’라고 말한다. 한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엔진과 수많은 전자제어장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수입차 업체 사장들을 만나보면 “한국 고객처럼 안목이 높은 사람들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한국 사람들은 정숙미를 생명과 같이 생각합니다. 일단 차가 시끄러우면 그걸로 끝이에요. 렉서스가 한국 시장에서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조용함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았기 때문이죠.”(한국도요타 지기라 다이조 사장)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동차 안목은 여기에 머물러 있지 않다. 최근 한 수입 자동차 업체 사장은 고객과의 만남에서 진땀을 흘려야 했다. 식사를 하던 한 고객이 “OOO는 왜 내비게이션이 터치스크린 방식이 아니냐” “다른 회사에서 판매 중인 동급 모델에는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켜는데 왜 OOO는 그렇지 않느냐”는 말이 발단이 돼 그 테이블 전체의 화제로 커진 것이다. 대충 얼버무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이 일을 계기로 한국 소비자들의 자동차에 대한 안목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상반기 수입 자동차 시장은 가격 하락과 모델 다양화로 요약된다. 1500cc급 A세그먼트 차량들은 국내 수입차 시장 확대의 첨병과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가격도 하향 안정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모델 다양화도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최근 쿠페, 컨버터블, 픽업트럭 등이 대거 출시되면서 세단 일변도의 자동차 시장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급차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팔린 1억5000만 원 이상 급 차량은 총 184대로 한 달 전(166대)보다 10.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판매 대수가 4429대를 기록해 3.1%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선전이다. 현재 국내에는 세계 3대 명차로 불리는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이 모두 공식 수입되고 있다. 마이바흐는 올 상반기에만 이미 8대나 판매돼 지난해 전체 판매치(9대)에 육박해 있다. 롤스로이스는 3대 판매됐고 셋 중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벤틀리는 상반기 중 42대가 팔려나갔다.이에 따라 각 자동차 메이커들도 앞 다퉈 고급차를 출시하고 있다. 우선 세계 3대 명차로 불리는 마이바흐와 벤틀리가 최근 신차를 공개하는 등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독일 자동차 디자이너 빌헬름 마이바흐가 1921년 개발한 마이바흐는 오늘날 메르세데스 벤츠 계열의 최고급(Ultra-Luxury) 자동차로 세계 부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 2004년 마이바흐 57, 62가 첫 출시된데 이어 지난해와 올 6월 상위 버전인 57S와 62S가 판매에 들어갔다. 이번에 공개된 62S에는 6.0리터 12기통 엔진이 장착돼 있다. 이 엔진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같은 계열의 AMG가 공동을 개발한 것으로 최대 출력이 612마력, 최대 토크는 102㎏·m이나 된다. 앞뒤 길이가 6165mm인 데도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2초 만에 가속된다. 이 차에는 S모델 전용 브레이크 쿨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앞서 설명한 대로 마이바흐는 중후하고 고풍스러운 멋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스포츠 세단과 같은 폭발적인 가속력을 낸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이러기 위해선 엔진 출력만 높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고출력 엔진과 함께 얼마나 가볍고 강력한 섀시를 쓰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세계 최고 수준의 섀시 제작사인 AMG와 손을 잡고 마이바흐를 제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이바흐 62S는 섀시 개량을 통해 서스펜션의 효율을 높임으로써 섀시에 전달되는 힘과 토크 양을 도로 상황에 맞춰 안정감 있게 전달해 탑승자에게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외관은 마이바흐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계승했다. 마이바흐와 같은 고급 명차는 내부 마감재 하나하나에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다. 최고의 가죽이 사용돼 시트를 제작했으며 모든 공정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이 모델은 현재 국내에서 7억8000만 원가량에 판매되고 있다.월터 오웬 벤틀리가 1918년에 만든 벤틀리는 영국이 자랑하는 슈퍼카 브랜드다. 국내에는 지난해부터 컨티넨탈 시리즈 3개가 공식 수입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컨티넨탈 플라잉 스퍼 6.0은 상반기에만 28대가 팔렸다. 콘티넨탈 플라잉 스퍼는 최고 속력이 시속 312km이고 6리터, 트윈 차저 기능이 추가된 12기통 엔진이 탑재돼 있다.올 하반기에는 벤틀리의 최고급 모델인 아나지(Anarge) 시리즈가 출시된다. 이 차는 벤틀리에서 생산되는 차량 중 가장 비싼 모델로 트윈 터보를 갖춘 V8 엔진이 장착돼 있다.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5.5초이고 최고 시속 268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영국 스포츠카의 대명사 로터스도 지난 7월 초 국내 공식 판매에 들어갔다. 공식 수입사인 LA카스가 판매 중인 모델인 엘리스S와 엘리스R, 엑시지S, 유로파S 등 4가지다. 엘리스 R은 중량이 860kg이어서 일반 경차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2초에 불과하다. 엑시지 S는 제로백 시간이 4.3초다. 로터스는 과거 기아자동차가 판매한 엘란의 친정 브랜드다. 경량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는 로터스가 국내 판매를 개시했다는 것은 국내 자동차 시장의 외연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터스는 1952년 영국인 콜린 채프만이 설립한 자동차 회사로 1980년대 중반까지 각종 자동차 경주대회의 상을 휩쓴 고출력 자동차 전문 회사다. 엘리스는 로터스의 가장 대표적인 모델로 국내 출시된 모델은 2세대다. 원래 1세대 엘리스에는 영국 자동차 로버의 엔진이 탑재돼 있었으나 로버의 매각으로 2세대에는 도요타에서 생산한 1.8리터급 엔진이 장착돼 있다.이 밖에도 이탈리아 슈퍼카 파가니 존다도 8월 중 국내에 들어온다. 국내 출시될 모델은 파가니 존다 F 쿠페로 메르세데스 벤츠 AMG 12기통 7291㏄ 엔진이 장착된 모델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6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 시속은 345km다. 국내 판매가는 7억~8억 원선에서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이탈리아 슈퍼카의 대표 주자인 람보르기니도 수입될 예정이다. 벤틀리 공식 수입사인 참존임포트는 하반기 중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쿠페, 스파이더, 슈퍼레저라와 무르시엘라고 LP640 쿠페와 LP640 로드스터를 수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람보르기니는 1963년 이탈리아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설립한 회사로 엔초 페라리와 함께 유럽 스포츠카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고 있다.동아제분 계열사인 운산그룹도 자동차 수입사 다나모터스를 설립하고 하반기부터 페라리, 마세라티를 공식 수입한다. 이들 모델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쿠즈플러스가 수입해 왔으나 회사 경영 상태가 어려워지면서 독점 판매권이 페라리 본사로 반납된 상태였었다. 판매권을 인수한 다나모터스는 기존 국내에 출시된 모델 외에 612 스카글리에트와 페라리 F430, 599 GTB 피오라노를 판매할 계획이다.페라리 612 스카글리에티는 페라리가 만든 가장 혁신적인 차로 평가를 받고 있는 4인용 쿠페로, 차체와 섀시를 모두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만든 최초의 12기통 차량이다. 612 스카글리에티는 전방과 후방의 무게를 46 대 54로 배분해 주행성을 크게 높였다. 이 차에는 6단 변속기어가 장착돼 있으며 수동 전환도 가능하다. F430 스파이더 역시 차체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강성과 주행성을 크게 높였다. 599 GTB 피오라노는 200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모델로 엔초 페라리를 계승한 슈퍼카다. 이 차에는 엔초 페라리에 사용됐던 620마력, 12기통 엔진이 장착돼 있다. 그러면서도 실내 공간을 엔초 페라리보다 훨씬 넉넉하게 확보해 승차감과 안전도를 향상시켰다. 이 차는 3.7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며 시속 330km까지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이들 차량의 가격은 3억~4억 원선이다.마세라티 계열에서는 콰트로포르테 오토매티카와 그란투리스모가 출시된다. 콰트로포르테 오토매티카는 올 1월부터 전 세계에 출시된 마세라티의 최신식 모델로 정교한 코너링과 폭발적인 가속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고성능 스포츠카인 그란투리스모에는 4.2리터 8기통 엔진이 장착돼 있으며 기어 변속 모드를 운전자 스타일과 주행 조건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어댑티브 컨트롤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 밖에도 롤스로이스를 국내 공식 수입하는 코오롱모터스는 올 10월께 롤스로이스 팬텀 드롭헤드 쿠페를 출시할 예정이다. 4인승 쿠페인 이 차는 롤스로이스의 전통미에 스포츠카 개념을 도입한 차량으로,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섀시를 사용했고 6.75리터 12기통 엔진이 장착돼 있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7초 만에 도달한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