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 강변북로를 달리는 운전자들은 20여 년째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온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에 익숙해져 있다. 국회의사당과 LG트윈타워 63빌딩 등이 여의도의 랜드마크다. 그런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에 일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통일주차장 부지 등에 초대형 오피스 빌딩 건립이 본격화되고 있고 기존 오피스 빌딩의 재건축이나 리모델링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것.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 등 주거용 시설의 재건축도 꾸준히 모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4~5년 뒤에는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현재 여의도에는 아파트 9000여 가구가 들어서 있고 거주 인구는 3만500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 매일 7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여의도로 출근하고 반경 5km에 18만 명이 살고 있다. 증권거래소를 비롯해 지역 내 340여 개 금융사에서 움직이는 돈은 수십조 원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여의도는 대한민국 방송의 메카다. SBS가 목동으로 사옥을 이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공중파 방송 3사 모두가 여의도에 터를 잡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여의도에서는 낮에도 별(연예스타)을 보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다. 대한민국 정치 1번지 국회도 여의도에 있다.투자 측면에서 볼 때 여의도의 강점은 무엇일까. 우선 지리적인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여의도는 서울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과 빠르게 연결된다.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돼 온 광역 교통망도 속속 건설돼 이미 운행 중인 지하철 5호선 외에 강남과 김포공항을 잇는 9호선의 경우 역사가 3개나 여의도에 건립된다. 이 밖에 여의도에는 22만8000㎡ 규모의 여의도공원이 있어 환경도 비교적 쾌적한 편이다.여의도에는 현재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상당수 추진되고 있어 완공 이후 이 일대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될 전망이다. 통일주차장 부지 4만6465㎡에는 현재 다국적 부동산 개발 업체인 스카이랜이 높이 333m의 파크 원(Parc 1)을 건립하고 있다. 사업비 2조 원을 들여 짓는 이 사업에는 삼성건설이 시공을 맡아 59~72층짜리 빌딩 2개동과 호텔, 쇼핑몰 등을 건설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프랑스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회사 로저스 스터크 하버 파트너스가 디자이너와 설계자로 참여하고 존스 랭 라살이 오피스 관리,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가 쇼핑몰 관리를 담당한다.그 건너편 옛 중소기업전시장 부지 3만3058㎡에는 서울국제금융센터(SIFC)가 들어선다. 2009년 9월에 완공될 예정인 이 건물은 오피스, 호텔 등 3개 동(29~55층)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부지를 99년간 임대하며 현재 다국적 금융회사 AIG가 주도가 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GS건설이 시공사로 나선다. SK건설은 여의도역 부근에 있는 SK주유소 자리에 에스트레뉴를 짓고 있다. 지하 7층 지상 36층 규모로 짓는 에스트레뉴는 저층부는 상가, 고층부는 오피스텔로 구성돼 있다. 옛 한성아파트 자리에는 GS건설이 시공사로 나서 주상복합 4개동을 짓고 있다.이 밖에도 여의도에는 대대적인 개발 사업이 예정돼 있다. 우선 KBS별관 부지와 본관 연구동 부지가 재개발된다. KBS는 이곳을 방송과 위락시설이 결합된 미디어 복합 센터로 개발하기 위해 최근 민간 사업자들과 긴밀하게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년간 토지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며 일부 상업 시설은 분양을 검토하고 있다.1979년에 준공된 전경련회관도 54층 규모로 재건축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리모델링으로 사업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같은 해 문을 연 증권거래소도 현재 증축을 준비 중이며 바로 옆 여의도 우체국도 재건축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여의도우체국은 여의도역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재건축만 되면 입주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이 밖에 MBC는 2011년 본사를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시티)로 이전한다. MBC는 상암동에 10~13층짜리 건물 2개 동을 지을 계획이며 이에 필요한 공사비는 여의도 사옥 매각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MBC는 매각 시기를 놓고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여의도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63빌딩 옆 학교 시설 부지(8264㎡)도 개발에 따른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1984년 라이프주택으로부터 한국토지공사가 사들인 이후 20여 년 이상 방치돼 온 이 땅은 학교 시설 용지로 묶여 있어 현재로선 개발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토공은 이 땅을 기부채납 방식으로 서울시에 기증하거나 공공시설을 건립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오피스 빌딩 시장에서 여의도(YBD)는 도심권(CBD), 강남권(KBD)과 함께 3대 권역으로 통한다. 이들 권역은 국내는 물론 외국계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동산 종합 관리 업체인 샘스의 서울 지역 오피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여의도권 빌딩 공실률은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한 1.7%를 기록했다. 특히 중형과 대형빌딩 공실률은 6월보다 각각 0.6%포인트, 0.5%포인트씩 하락했다. 공실률이 낮다는 것은 말 그대로 비어 있는 사무실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신규 오피스빌딩 공급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올 초 서 여의도 지역에는 옛 SBS방송국과 세우회관 부지에 2개의 오피스빌딩이 건립됐으나 두 빌딩 모두 완공 3~4개월 만에 입주를 끝마쳤다. 옛 SBS방송국 건물에는 한영회계법인이 이전해 오면서 임차 물량이 바닥났다.임대료도 상당히 비싼 수준이다. 샘스 보고서에 따르면 여의도권 빌딩의 ㎡당 임대료는 2만3883원을 기록해 연초 대비 1.7%나 뛰었다. 이는 서울 평균 상승률인 1.3%를 상회하는 것이다.2009년 본격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은 여의도권의 임대료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자통법 시행에 대비, 대형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사무실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팬택그룹이 상암동 DMC 내 ‘팬택R&D’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생긴 자리에는 여러 금융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현대증권이 입주권을 따냈다.지난 2분기에는 경동나비엔이 서울 사무소를 한국기계산업진흥회(KOAMI) 신관으로 이전했고 흥국투자신탁운용은 신영빌딩으로 본사를 옮겼다. CJ투자증권도 증권거래소 맞은편 옛 한영회계법인 빌딩으로 본사를 이전했다.한편 당초 재건축을 추진했던 아파트 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 탓에 리모델링으로 사업 전환을 모색하면서 다소 주춤하는 양상이다. 현재 공작, 수정, 서울아파트가 주상복합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을 진행시키기가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삼부아파트 등 몇몇 아파트들은 건설업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리모델링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어 사업 방식에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