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외형에 기술력 결합돼야 프리미엄 카”

국은 굉장히 역동적인 나라입니다. 자동차를 보는 안목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죠. 특히 자동차의 기술력을 중요시하는데 아우디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이것이 바로 지난 3년 간 아우디가 한국 시장에서 돌풍을 이어간 이유입니다.”‘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트레버 힐 아우디코리아 사장은 시종일관 자사의 높은 자동차 기술을 자랑했다. 세계 자동차 역사에서 아우디가 기여한 공로는 크다. 1980년 3월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아우디는 세계 최초로 상시 사륜 구동 시스템 ‘콰트로’를 선보였다. 콰트로는 네 바퀴 각각에 힘을 적절히 안배해 최적의 주행감을 주는 아우디의 독창적인 기술이다.이 밖에 아우디는 세계 최초로 양산형 자동차를 100% 알루미늄으로 제작했으며 아우디가 개발한 TDI(터보디젤 직분사)엔진과 FSI(가솔린 직분사)엔진은 엔진 기술의 혁명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기어변속기를 핸들로 끌고 온 패들시프트와 아우디 인포테인 시스템, 사이드가드 등도 세계 자동차 역사에 기록될 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한국에선 럭셔리(Luxury)와 프리미엄(Premium)의 개념이 혼용되고 있다. 외형이 아름다운 제품은 럭셔리라고 할 수 있지만 프리미엄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며 “진정한 프리미엄 모델은 외형의 아름다움에 훌륭한 기술력이 뒷받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난 3일 1일 아우디코리아 대표로 부임한 힐 사장은 요즘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한국 시장을 분석하는 데 보낸다. 부임한 지 5개월 남짓한 그가 바라본 한국 자동차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아우디코리아의 성장에 대해 독일 본사에서도 놀라는 눈치입니다. 사실 한국에 지사를 낼 때만 해도 독일 본사에서는 ‘과연 잘 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아시아에서 처음 지사를 낼 뿐만 아니라 판매 대수만 놓고 보면 한국은 그렇게 큰 시장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막상 지사를 열고 나니 한국 시장의 열기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특히 자동차의 세밀한 부분까지 따지는 한국 고객들을 보며 이곳(아우디코리아)을 거쳐 간 사람들 모두가 놀랐다고 합니다. 일본 지사장으로 간 도미니크 보쉬(전임 사장)도 한국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겁니다.”그는 독일 본사와 한국 지사의 긴밀한 협조 아래 딜러 네트워크와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한 것을 국내 런칭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아우디를 구입하는 고객은 타 브랜드에 비해 젊습니다. 전문직의 비중도 매우 높습니다. 우리가 판단하기에 아우디를 타는 사람들은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디자인을 보는 눈이 탁월하며 성능, 안전, 환경, 승차감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남의 눈을 의식하기보다 자신만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아우디가 어필했다는 것은 앞으로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힐 사장은 감성과 이성을 함께 호소하는 듀얼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젊고 스포티한 고객들에게 ‘왜 아우디를 탈 수밖에 없는가’를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 부임해 처음 내놓은 뉴 아우디TT는 그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차를 발표하기 전까지 그는 쇄도하는 국내 언론의 인터뷰를 한사코 고사했다. 첫 작품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보고 난 뒤 인터뷰에 나서겠다는 뜻에서다. 그래서인지 그는 뉴 아우디TT를 런칭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아우디코리아는 지난 6월 7일 장충동 옛 타워호텔에서 단일 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야외 발표 행사장을 마련해 뉴 아우디 TT를 공식 선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뉴 아우디 TT의 3가지 콘셉트인 맵시(stylish), 매력(attractive), 흥분됨(exciting)을 강조하기 위해 가수 겸 영화배우 최시원,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 축구선수 백지훈 등 3명이 모델로 나섰다.“뉴 아우디TT는 1998년 발표된 차로 당시 ‘더 이상의 자동차는 없다’는 찬사를 받은 최고의 스포츠카입니다. 8년 만에 완전히 새롭게 바뀐 아우디TT는 지금 한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최근 수입 자동차 시장의 최대 화두는 ‘수입차 가격 거품 논란’이다. SK네트웍스가 미국 지사를 통해 자동차를 병행 수입 해 기존 차 값을 크게 낮추겠다고 발표한 이후 가격 거품에 대한 수입 업체 대 고객, 업체 대 업체들의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그는 “자동차 판매가에는 제작비는 물론 애프터서비스 등 모든 부분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차 값만 가지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아우디아메리카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는 아우디코리아에서 들여오는 차에 비해 옵션 기능이 떨어지고 무상 수리 등 애프터서비스 기간도 3분의 1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차량을 다량 수입하기 위해서는 국내 인증 기준과 법규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공식 수입 업체의 경우 생산 공장에서부터 한국 법규에 맞게 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개별 딜러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며 “이런 걸 감안하면 차를 과연 몇 대나 수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수입차 판매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는 가격 거품 논란은 조만간 사그라질 것으로 내다봤다.뉴 아우디 TT의 성공적인 런칭에 힘입어 아우디코리아는 9월 중 고성능 미드십 스포츠카 아우디 R8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우디 R8은 르망 콰트로 콘셉트 카를 기반으로 개발된 차로 최고출력 420 마력, 최대 토크 43.9kg·m의 V8 FSI엔진이 장착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6초 만에 돌파하며 최고 301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또 서울 강북, 고양 일산에 이어 하반기 중 전주에 전시장을 새로 열 계획이다. 그는 트레이닝 강화도 중점 사업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하반기 중 경기도 광주의 대지 1300㎡에 트레이닝센터를 만들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및 기술 교육을 진행할 생각이다.5개월가량 지난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인들의 모습은 근면성으로 요약된다.“한국하면 생각나는 영어 단어는 신선함(Fresh)입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비빔밥인 것 같아요. 특히 육회비빔밥을 좋아합니다. 신선한 야채와 계란, 생고기가 어우러진 육회비빔밥 맛이 바로 한국인의 정서죠.”그는 아웃도어 스포츠 광이다. 산악자전거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 그는 양재천과 남산 등을 산악자전거를 타기에 최적의 코스로 추천했다. 힐 사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나 요하네스버그의 위트워터스랜드(Witwatersrand) 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으며, 애너하임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아우디를 구입하는 고객은 타 브랜드에 비해 젊고 디자인을 보는 눈이 탁월하며 성능, 안전, 환경, 승차감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트레버 힐아우디 코리아 사장남아공 위트워셔스랜드대 졸업미 애너하임대 경영학 석사(MBA)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