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7월 K옥션이 실시한 고미술품 경매에서는 작은 파란이 일었다. 가격의 높고 낮음을 떠나 한국화, 서화, 도자 전체 49점 중 4점을 제외한 전체가 낙찰된 것. 특히 목제품 쪽은 가격이나 선호도, 형태 등 어느 면에서나 선뜻 나설 만큼의 매력적인 기물이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문갑 한 점을 제외한 전 품목이 주인을 찾아갔다. 대부분 아직은 낮은 추정가 언저리에서 낙찰되긴 했지만 서화와 목제품, 도자 등 좋은 물품에서는 상당한 경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 미술품 시장에서는 아파트 문화가 비정상적으로 확장되어서인지 몰라도 고미술품이 상대적으로 푸대접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고조되면서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고미술품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고미술품의 가격 상승이 근현대 미술품을 추월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투자의 세계에서는 시대 조류보다 한발 앞서는 사람만이 큰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다만, 투자 대상의 가치를 판별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고미술품 역시 보는 안목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큰 이익을 볼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고미술품에 투자하고자 할 때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을 짚어본다.회화는 크게 궁중 회화와 서민 회화로 나뉜다. 이 중 궁중 회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희귀하기 때문에 10억 원 단위로 거래된다. ‘금모란도’ ‘십장생도’ ‘오봉산도’ 등이 있으며 ‘오봉산도’는 얼마 전 경매에서 12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서민 회화는 혼례나 초상 때 일반 서민들이 쓰던 것으로 18세기 말께의 ‘까치호랑이’가 대표적이다. 서민 회화는 민족의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내며 해학적이라는 점에서 높은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서화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씨를 감정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붓이 움직일 때의 속도, 점이나 획을 찍을 때 붓끝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붓끝이 움직였는지를 보고 감정을 하게 된다. 감정 안목을 키우는 길은 진본을 많이 보고 서화 감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연구하는 것이다.도자기는 이조백자, 분청사기, 고려청자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도자기를 볼 땐 얼마만큼 명품인가를 봐야 하는데 주로 희소성이나 작품성을 따지며, 쓰는 용도에 따라 가격 차이가 확연하다. 그중에도 궁에서 사용된 ‘관요’라 불리는 도자기를 최상품으로 친다. 평창아트의 김세종 대표는 “15세기께 궁에서 쓰이던 분청사기는 액수를 따질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가치를 지닌다. 보통 3억 원에서 시작하며 가치가 높은 것은 6억 원에 이른다. 국보급 기물은 가격을 따질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도자기는 가짜가 많기로도 악명이 높다. 감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생김새, 색깔, 두께, 생김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고려청자의 색깔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조선백자의 색깔도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감정을 하기 위해서는 그 많은 색깔을 전부 눈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또 도자기의 두께가 얇은가 두꺼운가도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도자기에는 그 시대마다의 두께가 있기 때문이다. 문양에 있어서는 고려청자의 경우 칼로 파는 기법의 작품이 거의 없다. 대신 날카로운 송곳 같은 것으로 가늘게 긋듯이 표현했다. 또 진품 고려청자는 출토품이기 때문에 흙 속에서 산화된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 그러나 산화된 흔적이 있다고 다 진품은 아니다. 화공약품을 사용해 땅 속에서 산화된 것처럼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분청사기는 옛날 분의 색깔과 근대에 만든 분의 색깔이 다르다. 옛날 것은 색깔이 희면서도 연한 노란색을 띠고 있지만 모조품은 완전히 흰색이거나 진한 베이지색에 가깝다.고가구의 매력은 현대가구보다 그림이나 도자기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고가구에는 책장, 경상, 서류함, 사방탁자, 문갑 등이 있다. 양반과 사대부 등 상류층이 썼던 것이 높은 가치를 지닌다. 19세기 말 고가구를 주로 다루고 있는 재림가구의 이영호 대표는 “연대가 올라갈수록 한옥집이 좁기 때문에 가구들이 간결미를 지니며, 말기로 갈수록 집도 커지고 화려해지는 것에 비례해 가구도 보다 장식적으로 변한다. 간결하면서 균형미를 갖춘 것을 상품으로 치며, 습도 조절을 잘해주는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나무로 만든 가구나 민속품은 다른 고미술품에 비해 가짜가 많다. 가짜를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가장 감정하기 힘든 것은 돈이 안 되는 큰 장롱을 뜯어 값나가는 작은 물건을 만들었을 때다. 개조한 물건은 서랍을 빼내고 속을 들여다보면 이은 부분이 말끔하게 정리돼 있지 않다. 옆모서리의 이은 부분이 자연스럽게 닳지 않고, 인위적으로 문질러 연대를 낸 표시도 난다. 그리고 개조한 물건은 톱자국이나 망치 자국이 남아 있다. 문짝도 줄이기 때문에 이음새를 잘 살펴보면 이음새 사이 날이 서 있다.또 가짜 중에는 평범한 장롱 혹은 의거리, 편지꽂이 등 여러 평범한 물건에 음각으로 그림을 파 넣는 방법도 있다. 그림이 없는 장롱이나 연상, 편지꽂이, 반닫이 중 가격이 싼 물건에 조각을 하게 되면 값이 몇 배 올라간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만든 물건은 파낸 자리의 색깔을 파지 않는 부분과 똑같이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그 부분을 취색한 다음 짚으로 문지르므로 유난히 광택이 더 나고, 취색할 때 그을음을 섞어 바르기 때문에 흰 천으로 문질러보면 어느 부분에서든 검은색이 묻어나오니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고미술품 감정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금속 감정이다. 수집하는 사람들도 마지막에 수집하는 것이 금속 수집이라고 한다. 모든 물건에 감식안이 넓어졌을 때 금속 분야에 손을 댈 정도로 어렵다는 의미다. 금속은 크게 둘로 나눌 수가 있다. 출토품과 전세품이 있는데, 출토품 감정이 더욱 어렵다. 왜냐하면 큰돈이 되는 금속은 90%가 출토품이기 때문에 그만큼 모조품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가격이 높은 금동제품은 불상과 장신구다.금속 감정을 할 때는 산화된 녹이 인공적인 녹인지 자연 녹인지부터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자연 녹은 냄새를 맡아보면 냄새가 거의 없고 약간의 흙내만 난다. 하지만 인공적인 녹은 화공약품으로 산화시켰기 때문에 산화가 진행되는 중으로 심한 냄새가 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혀를 대보기도 하는데, 모조품의 경우 독한 화공약품을 쓰기 때문에 권장할 만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녹의 색깔이다. 오래된 녹의 색깔은 가짜의 녹 색깔과 많은 차이가 있다. 거친 녹이 됐든 고운 녹이 됐든 많이 보아야 구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