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아르는 “작품의 가치를 말해주는 지표는 단 하나뿐이다. 작품이 판매되는 현장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작품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객관적으로 계량화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현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그 작품의 가치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컬렉터의 입장에서는 어느 현장에서 작품을 구입하느냐에 따라 그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소비자가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갤러리나 미술상에게 직접 작품을 구입하거나 아트 페어를 통해, 그리고 경매를 통해서 살 수 있다.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무방하지만, 각 시장은 서로 다른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갤러리는 화실에서 바로 작품을 들고 와 관람객에게 직접 파는 1차시장이다. 갤러리는 작가와 계약 관계를 맺고 전시를 통해 판매한다. 갤러리를 통해 팔린 작품은 그 값을 화랑과 작가가 나누어 가진다. 갤러리에서는 어떤 그림이 정확히 얼마에 팔렸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이것은 미술 시장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입할 때는 더 신중해야 한다. 좋은 갤러리는 좋은 작가를 찾고, 좋은 작가는 좋은 갤러리에서 전시하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공신력 있는 곳에서 작품을 사는 것이 좋다. 높은 안목을 가지고 작품을 결정할 수 있다면 친분이 없는 갤러리 전시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안목에 아직 믿음이 없다면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입할 때 조심해야 한다. 먼저 신뢰도가 있는 갤러리인지, 위작일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한 후 신중히 구입해야 한다. 불완전한 정보로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를 통해 그림을 살 때는 갤러리나 작가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 더 좋은 정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입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요즘처럼 자료가 풍부한 시대에 가격 조사는 필수 사항이다. 특히 해외 작품 구입 시에는 꼭 가격 리서치를 통해 알아보고 구입해야 한다. 올해도 역시 아트 페어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아트 페어의 목적은 국제적인 미술 시장 교류의 확대로 화랑 간 작품 정보를 교환하고 적극적인 작품 판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아트 페어는 100개가 넘는다. 그중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아 각국에서 유명한 컬렉터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아트 페어로는 스위스 바젤 아트 페어가 있다. 세계적인 컬렉터들이 매년 5월 이곳으로 모이는 이유는 이 아트 페어를 통해 소개되는 갤러리들과 작품들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트 페어를 통해 미술품을 구입하면 다양한 작품을 한곳에서 감상하고 검증된 갤러리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국제 아트 페어는 세계 곳곳의 컬렉터가 모이는 곳이다. 전 세계 주요 화랑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감상하고, 세계의 수많은 작가를 한번에 만날 수 있다. 작품을 보는 안목을 높이기 위해 아트 페어를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올해 KIAF(Korean International Art Fair)에는 6만4000여 명이 다녀갔다. 거래 총액을 합치면 170억 원이 넘는다. 코엑스에서 5일 동안 진행된 행사에 끊임없이 많은 인파가 찾아왔고 작품이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올해로 7회를 맞은 KIAF는 공신력 있는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아트 페어로 자리 잡았다. 국내 다른 아트 페어로는 화랑미술제, 마니프 서울 국제 아트 페어, 화랑미술제, 서울국제판화사진 아트 페어 등이 있다. 이 밖에 다양한 아트 페어가 열려 초보 컬렉터들에게는 미술품의 흐름이나 인기를 직접 느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를 준다. 경매는 공급자나 유통자가 아닌 소비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이다. 소더비나 크리스티라는 경매 회사는 25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서양의 미술품 유통시장이 발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초보 컬렉터들은 경매에 참여하는 것을 어렵게 여기지만 여러 가지 좋은 점들이 많다. 경매 관람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의외로 경매장에 가는 것조차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응찰하려면 절차가 필요하지만 관람은 아무나 할 수 있다. 직접 응찰하지 않더라도 현장에 가서 보면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직접 가서 보는 게 좋다. 경매는 2차시장으로, 비교적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한 작가들의 작품이 출품돼 어느 작가를 택할까 하는 고민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경매는 도박 같은 속성이 있어서 분위기에 휩쓸릴 수 있기 때문에 상한선을 정해놓고 참여하는 것이 좋다. 경매에 참여하기 전에는 프리뷰 전시를 꼭 봐야 한다. 경매에 출품되는 작품은 모두 ‘있는 그대로’ 판매되므로 작품 실물을 꼭 확인하고 작품의 상태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전시장에 가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작품을 보는 가운데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컬렉션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익한 곳이다. 우리 고미술품이나 근현대 작품에서부터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엄선된 작품을 한꺼번에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공부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현재 국내에는 K옥션, 서울옥션이 경매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나 앞으로 서너 곳의 경매 회사가 더 생길 예정이어서 컬렉터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최근에는 해외 아트 페어나 경매가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해외 아트 페어에 참가하는 국내 화랑 수가 늘어나고 외국 갤러리를 통해 판매되는 한국 작가의 작품 수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해외 미술품에 관심이 많은 컬렉터들에게는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좋은 장소다. 전 세계 유명한 갤러리들의 대표 작가들 작품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세계 미술 시장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국내에서 잘 소개되지 않는 작가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얼마 전 홍콩 크리스티 아시아 컨템퍼러리 경매에는 한국 작가의 작품이 다수 출품됐다. 해외 아트 페어나 경매를 통해 작품 구입을 하는 컬렉터들이 늘고 있다.어떤 경로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든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미술품을 자신 있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시를 많이 보러 다녀야 하고 관련 미술 서적이나 도록 등도 많이 봐야 작품을 보는 식견과 작품을 판단하는 안목이 길러지는 것이다. 공부와 다리품으로 구입한 미술품은 소장의 감동과 투자 수익을 안겨 주지만 경솔하게 산 작품은 후회와 더불어 금전적인 손실을 가져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