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헤지 펀드 매니저 아담 샌더(60) 씨는 최근 2~3년 사이에 2500만 달러를 투자해 안드레아스 거스키를 비롯해 마이크 켈리, 리처드 프린스 등의 작품 800여 점을 사 모은 뒤 최근 40여 점을 팔아 초기 투자 금액을 회수했다. 나머지 소장품 700여 점(소장 가치 7500만 달러)은 고스란히 수익으로 남긴 셈이다.중국의 한 컬렉터 역시 지난 2004년 5700만 원에 사들인 장샤오강의 작품 ‘망각과 기억’이 최근 경매시장에서 4억~5억 원에 거래돼 5~8배의 수익을 올렸다. 또 미국에서 군수업을 하는 80대 사업가는 박수근 화백에게서 선물로 받은 1950년대 후반 작 ‘빨래터’를 50여 년간 소장하다 지난 22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2000만 원에 팔아 ‘대박’을 터뜨렸다. 세계 미술 시장이 유례없는 동반 호황을 맞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자금이 미술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데다 중국을 비롯, 인도 러시아 등 신흥 경제개발국의 부호들이 미술 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세계적 아트 펀드 회사인 영국 ‘파인아트펀드’와 한국의 미술품 경매 업체 서울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미술 경매시장 낙찰 총액은 소더비의 4조722억 원을 비롯해 크리스티의 3조4689억 원, 중국 1조9944억 원, 일본 1494억 원, 한국 600억 원 등 10조 원에 육박했다. 2005년에 비해 26.9% 늘어난 규모다. 상업 화랑 거래까지 합하면 12조 원이 넘는 자금이 미술 시장에 들어온 것으로 추산된다. 올 들어서도 ‘뭉칫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미술품 양대 경매 회사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매출은 6조 원(61억 달러)에 육박했다. 지난 2월 런던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에서 사상 최대의 낙찰 실적(5400여억 원)을 기록했고 지난 5월 16일과 18일 열린 뉴욕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에서 총 5600여억 원의 미술품이 팔려나갔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미술품 경매 거래 총액은 13조 원을 웃돌 전망이다.미술품 거래 가격 역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파인아트펀드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작가 작품을 기준으로 산정한 작년 세계 미술품값 평균 상승률은 25.4%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미국 다우존스 공업 평균주가지수 상승률(14.8%)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에서 거래된 작품의 가격 상승률은 32%, 한국은 33%에 달했다.미술 시장에 이처럼 많은 자금이 유입되면서 최고 낙찰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 잭슨 폴록의 ‘넘버 51948’이 사상 최고가인 1억4000만 달러에 팔렸다.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1907년 작 ‘아델로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1억3500만 달러)’이 최고가를 경신한 지 반 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최고가의 주인공이 바뀐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경매시장에서 100만 달러 이상에 낙찰된 작품만도 801점으로 전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중국뿐만 아니라 인도, 러시아 등 신흥 경제개발국가의 부호들이 크게 늘면서 미술 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른 데다 헤지 펀드를 비롯해 아트 펀드, 금융권 자금까지 시장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어 미술 시장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동안 일부 부자층들만의 투자 대상이었던 미술품이 주식을 비롯해 부동산, 상품 등과 나란히 투자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또 제조업의 경기 둔화 등으로 갈 곳을 잃은 헤지 펀드와 금융권 자금이 미술품을 ‘입질’하고 있고 중국 인도 러시아의 신흥 부호들도 미술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중국 경제가 7~10%의 고성장을 이어가면서 이들의 구매력이 늘고 중국 문화 보존 차원에서 해외에 나가 있는 고미술품을 다시 사들이는 과정에서 미술품 값이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세계 미술 시장 콘퍼런스를 갖기 위해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영국 파인아트펀드 대표 필립 호프먼 씨는 “헤지 펀드를 비롯해 아트 펀드, 금융권 자금이 미술 시장의 ‘실탄’ 역할을 하고 있어 어마어마한 돈이 몰려들고 있다”며 “아트 펀드 등이 활성화하면 미술 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 중동 인도 등 기술 정보 산업으로 돈을 번 신흥 부유층들이 아트 테크를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거의 모든 미술품 가격이 동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튜 케리어 윌리엄스 헌치 오브 베네슨 대표는 “미술 시장에 관심이 보이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고 미술 작품에 대한 식욕도 매우 왕성하다”며 “미술 투자 열풍은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새로 주목받는 아시아 미술 시장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쟈더, 한하이 등 모두 157개사의 경매 회사를 통해 지난해 1조9944억 원 상당의 작품이 거래됐다. 최근엔 가격 거품 논쟁이 일면서 잠시 주춤한 모습이지만 중국 미술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큰 상태다.웨민준 장샤오강 등 20여 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2005년 하반기부터 경매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블루칩’작가로 뜨고 있다. 지난 1월 현재 중국 현대미술 작가 가운데 경매 낙찰 총액 514억 원을 기록한 웨민준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조우급(458억 원), 쩡판지(306억 원), 상옥(257억 원), 장샤오강(220억 원), 주더취(219억 원) 쉬베이훙(215억 원) 순이다. 지난해 중국 미술 시장은 세계 시장의 4.9%를 점유했다.1980년대 미술 시장을 이끈 ‘큰손’ 일본 역시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올해부터 시장에 매기가 일고 있다. 특히 패전 60주년인 2005년 이후 전후미술에 대한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미술 시장은 백화점-화랑-경매 회사 ‘삼각구도’로 재편되면서 시장도 커지고 있다. 오사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신화아트옥션 등 8개 경매 회사의 지난해 거래 총액은 1494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5.8% 성장했다.인도 현대미술품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시장에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인도 경제가 매년 7~8% 이상의 성장률을 보임에 따라 미술 시장도 확대되고 작품 값 역시 치솟고 있다. 중동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등지의 신흥 부호들 사이에 인도 미술품 구입 ‘붐’이 일면서 지난해 인도 미술품 경매시장은 2005년의 두 배가 넘는 5000만 달러에 달했다. 인도 현대회화의 1세대로 꼽히는 티에브 메타, 프란시스 뉴튼 소우자 등은 이미 ‘10억 원대 경매 낙찰가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또 수보드 굽타를 비롯해 아툴 도디야, 자야쉬리 차크라바티 등 중견 작가들 작품도 점당 1억 원을 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