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베리 김진석 사장의 당찬 꿈
난 5월 말 CNN 머니의 펀 머니(Fun money) 코너에는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가 트랜스 지방을 미국 내 전 매장에서 철수시킨 뒷이야기가 소개됐다. 트랜스 지방의 폐해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이 높아지면서 하디스 웬디스 버거킹 KFC 등 세계 유수의 패스트푸드 체인이 트랜스 지방을 대체하는 지방을 사용하기로 결정하자 결국 맥도날드도 대세에 순응하기로 했으며 앞으로 미국 내 트랜스 지방 퇴출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이 잡지는 전했다. 이 잡지는 그러면서 미국 내 웰빙 열풍이 관련 산업의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내다봤다.미국에 불고 있는 웰빙 바람은 먹을거리, 입을거리 등 전방위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몸에 좋은 음식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올 초 뉴욕시는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요식 업체의 트랜스 지방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트랜스 지방 기피와 함께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저지방 요구르트에 대한 선호다. 저지방 요구르트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돼 있어 햄버거 스테이크 등 때문에 높아진 콜레스테롤 수치를 현격하게 낮춘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미국 진출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요거베리는 국내 토종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대표적인 케이스다.이 회사 김진석 사장은 요거베리의 성공을 높은 기술력과 혁신적인 마케팅으로 요약했다. 요거베리는 국내 독자 기술로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파우더를 개발해 원료비를 크게 낮췄다. 그 전까지만 해도 국내 출시된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브랜드들은 파우더를 해외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했었으나 이 회사는 2년간 연구개발 끝에 우리 입맛에 맞는 파우더를 개발했으며 이는 생산비 절감으로 이어졌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울렁거립니다. 3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1년 내내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가족들도 요구르트를 질리게 먹었죠.”(웃음)시간이 갈수록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사업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 일반적으로 아이스크림은 지방 함유량이 많아 먹으면 먹을수록 질리게 마련이지만 요구르트는 입맛을 더욱 돋우는 효과가 있다. 더구나 요거베리의 파우더는 분말 상태에서도 유산균이 살아 있어 장을 튼튼하게 해준다.요거베리는 세계 최초로 결정과당(Fruit Sugar)만을 사용해 단맛은 그대로 살리면서 당 지수는 크게 낮췄다. 자연 상태의 과일과 야채로부터 당분을 추출한 결정과당은 설탕보다는 감미도가 80% 이상 높지만 당 지수는 검은 콩보다도 낮다. 이 때문에 요거베리의 아이스크림은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과 성장기 청소년, 운동선수, 비만, 당뇨병 환자들이 먹기에 부담이 없다. 당 지수가 높은 고 GI(Glycemic Idex: 당 지수) 식품은 분해와 흡수가 빨라 혈당을 높이는 데 비해 저 GI 식품은 분해, 흡수 속도가 느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식품농업기구(FAO)는 심혈관계 질환, 당뇨, 비만과 같은 질병을 막기 위해서 저 GI 식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실제로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당뇨병, 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글이 자주 올라온다.“요거베리를 자주 찾는 손님입니다. 사실 제가 당뇨로 고생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아이스크림이 너무 좋고…, 요거베리는 당 지수가 낮다고 하는데, 많이 먹어도 괜찮은 건가요?”( 마니아)“안녕하세요. 마니아님. 요거베리를 늘 아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요거베리 아이스크림의 원재료는 지방 함량이 0.1% 미만의 저지방 원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칼로리 또한 아이스크림 100g 기준으로 98Kcal 미만으로 기타 타사 제품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편이고요. 참고로 자장면은 1인분 670Kcal, 햄버거는 1개에 256Kcal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요거베리가 맛있더라도 당뇨로 고생하신다 하니까 그래도 조금은 자제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아이스크림 드실 거라면 요거베리가 낫답니다.”(담당자)생산비 절감 효과는 모두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갔다. 현재 요거베리는 가맹비가 동종 업계의 절반 수준인 500만 원에 불과하다. “프랜차이즈의 생명은 가맹점의 이익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맹비와 재료비를 낮춤으로써 점주들의 이익을 늘려야 하며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최근 요거베리에는 가맹점 계약을 하고 싶다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전주시에 처음 매장을 연 이후 3년 만에 매장이 국내에만 48개로 늘어나면서 요거베리에 대한 소액 창업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는 실정이다.해외에 직접 매장을 내고 싶다는 전화도 크게 늘고 있다. 요거베리는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각각 1곳씩의 매장을 오픈했으며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 3월 미 그린 온 블루사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미국 내 20곳에 지점을 열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연내 지점수를 50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요거베리는 20만 달러의 계약금과 가맹점 총매출의 3%를 로열티로 받게 됐다.김 사장은 미국 극장 체인인 랜드마크 시어터 60곳에 요거베리 매장을 설치하는 것을 협의하고 있다. 이 극장 체인은 미국프로농구(NBA) 농구팀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인 마크 쿠반이 소유하고 있다. 마크 쿠반은 올해 미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의 부자 순위에서 407위를 기록했으며 브로드캐스트닷컴의 최고경영자(CEO)도 맡고 있다.“우리 아이스크림은 현재 중국서 고급 디저트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 1인분에 25위안(3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 문을 연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지점도 하루 매출이 100만 원을 넘길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이 외에도 요거베리는 멕시코 싱가포르 베트남에 매장을 여는 계획을 신중하게 모색하고 있다. 미화 20만 달러로 창업할 수 있으며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요거베리는 소액 투자 비자(E-2) 업종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홍보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인터넷 홈페이지만 개설해 놓고 국내 사업에 주력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현지에서 먼저 연락이 오더군요. 현재 추세대로라면 전 세계 20여 곳에 요거베리 간판을 달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요거베리는 규모는 작지만 매출액이 높다. 전 직원이 김 사장까지 포함해 8명, 지난해 매출은 20억 원이다. 그러나 순이익은 30~40%대다. 자체 기술로 파우더를 개발한 덕택이다. 김 사장은 음식 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웰빙 음식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몸에 좋은 것이 맛도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스타벅스, 커피빈 등 커피 전문점이 주도하는 창업 시장에서 저지방 아이스크림의 돌풍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물론 이 같은 확신을 갖게 된 것은 그만의 현장 감각에서 비롯됐다. 그가 회사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금융권에서 종사하던 그는 어느 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한 유명 재테크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여러분~ 말단 직장인이 그 회사 CEO에 오르는 것이 확률적으로 몇 퍼센트라고 보십니까. 확률적으로 0.01%도 안 됩니다.”강사가 말한 0.01%라는 숫자는 김 사장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0.01%에 인생을 걸어야 하나?’그렇다고 해서 당장 사표를 내고 창업의 길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김 사장은 창업 준비와 회사생활을 병행하며 창업의 꿈을 키웠다. 김 사장이 처음 시작한 것은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홈쇼핑에 물건을 납품하던 일이었다. 일본에서 제품을 들여와 마진을 붙여 홈쇼핑에 내다 파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초반 분위기는 괜찮았어요. 아이템이 너무 획기적이어서 탈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제품을 많이 들여왔죠. 요즘 홈쇼핑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다이어트 속옷 있잖습니까. 그게 제가 처음 수입한 제품입니다. 또 다리가 길게 보이는 미러클 스타킹도 제가 기획한 히트상품이죠.”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는 그를 끝 모를 추락의 길로 인도했다. 월 2억~3억 원을 유지하던 매출이 급감하면서 재고가 쌓였고 이는 자금 회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줬다. 재고를 들고 남대문, 동대문 시장은 물론 아파트 단지나 길거리 등에 좌판을 깔고 제품을 팔기 일쑤였다. 살던 집까지 경매로 넘어갈 처지에 놓였던 당시를 회상하면서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그는 절망 속에서 비관보다는 희망을 선택했다. 1999년 우연한 계기로 롯데쇼핑의 테이크 아웃 커피 전문점을 기획한 김 사장은 음식 업종의 매력에 눈을 떴다. 음식에 문화를 곁들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스타벅스의 신화가 딴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커피 다음에 뭐가 유행할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유럽을 여행할 때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로열티를 물어가며 파우더를 수입하기에는 수익 구조가 너무 작았습니다. 그래서 독자 기술 개발에 몰두한 것입니다.”김 사장은 당분간 메뉴와 사업 다각화에 몰두할 생각이다. 중견 제과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일선 제과점에서 요거베리를 팔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시푸드 레스토랑과 PC방 체인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판로를 대폭 확충한다는 생각이다.요거베리는 멕시코 싱가포르 베트남에 매장을 여는 계획을 신중하게 모색하고 있다. 미화 20만 달러로 창업할 수 있으며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요거베리는 소액 투자 비자(E-2) 업종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김진석고려대 국문과 졸업단국대 커피전문가과정 수료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