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는 늘 수요와 공급 법칙이 작용한다.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팔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내리는 게 만고불변의 진리다. 자본주의가 도입된 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국가 권력이 개입해야 한다는 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가 등장하지만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이하며 수정자본주의는 힘을 잃었다. 다시금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철저히 존중하는 신자유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후 누구도 시장경제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참여정부의 탄생과 함께 기억하기 힘들 정도의 부동산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분양가 상한제, 원가 공개, 재건축 규제 등을 통해 민간 업체를 규제하고 공공 주택을 늘려 부족한 공급량을 해소하고 가격 상승을 붙잡겠다는 게 정부 정책의 골자다. 이 외에도 보유세, 양도세 등을 강화하며 투기 세력을 억제하는 방침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모든 현상과 변화는 바로 부동산 시장 중심에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급매물이 나오고 시세가 하락하면서 집값이 드디어 잡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책 발표 직후에만 부동산 시장에 효력이 발휘되는 듯 하더니 장기적인 영향력은 보이지 못했다. 집값은 좀체 잡을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여전하니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주거 공간에 대해 오로지 가격 안정, 세제 강화 등만을 생각하지 주거 공간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의미를 잊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기초적인 공간이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터전이다. 기쁜 일이 있을 때는 기쁨이 배가 되고 힘들 일이 있을 때는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공간, 가족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느끼며 평생을 보내는 공간이 바로 집이다. 분명 삶의 가치가 내포돼 있는 주거 공간은 경제 논리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지나친 정부 규제가 자칫 다가올 미래에 삶의 질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를 저버릴 수 없다. 21세기 개막과 함께 주거 공간, 특히 아파트는 브랜드 바람이 불며 놀랄만할 정도로 질적 향상을 이뤘다. 이는 주택 시장에 브랜드 도입과 함께 민간 업체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능했다. 건설 업체들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커뮤니티, 웰빙, 로하스와 같은 개념들을 도입했고 아파트 주거 공간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에는 가족들이 어울려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을 주는 웰빙 공간들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또한 모니터 하나로 아파트의 모든 시설을 통제할 수 있는 홈오토메이션 시스템 등의 첨단 시스템은 새로운 주거 공간을 탄생시켰다. 그런데 이러한 놀라운 발전이 지금 과도한 규제로 인해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닌가. 오히려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해야 할 미래의 주거 문화가 퇴보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심지어 민간 업체를 규제하고 공공 주택을 늘려가겠다는 생각은 부동산 양극화를 더욱 심화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서민들의 주거 선택권을 제약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모두가 부동산 규제, 주택 공급에 혈안이 된 요즘 미래의 주거 공간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놓치는 것 같아 아쉬운 심정이다. 다가올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는 국민들의 주거 문화에 대한 의식 수준도 높아지지 않겠나.이연구금호건설 대표이사 사장한양대 토목공학과 졸업고려대 경영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