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할 때 가지고 나갈 수 있는 클럽 수가 최대 14개라는 사실을 모르는 골퍼는 없을 것이다. 프로골퍼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클럽을 15개 이상 가지고 나가 벌타를 받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지난 5월 12일 함평다이너스티CC에서 열린 국내 여자프로골프 KB스타투어 2차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져 승부를 갈랐다. 박희영의 캐디가 부주의로 동반 플레이어인 지은희의 웨지를 박희영의 골프백 속에 넣는 바람에 박희영의 클럽 수는 15개가 됐고, 결국 박희영은 2벌타를 받은 끝에 연장전에서 지은희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 2벌타만 아니었으면…’하는 아쉬움이 당사자에게는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클럽 수 14개와 관련된 골프 규칙을 알아본다.초창기에는 클럽 수에 제한이 없었다. 그런데 1935년 로손 리틀이라는 선수가 골프백 속에 31개의 클럽을 가지고 나온 것이 알려지면서 클럽 수 제한에 대한 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것. 미국골프협회(USGA)는 마침내 1938년 14개 클럽으로 제한하는 조항을 제정했고, 영국왕립골프협회(R&A)도 그 이듬해 이 조항을 시행하게 됐다.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위반한 홀마다 2벌타를 받고, 한 라운드에 최대 4벌타까지 받는다. 매치플레이에서는 위반한 홀에서 ‘패’를 당하며, 라운드당 ‘2홀의 패’까지만 적용한다. 이와 반대로 출발할 때 14개가 안되는 클럽을 지녔다면 라운드 중 14개까지는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다.경기를 시작할 때 A선수는 클럽이 14개였는데 5번 홀을 돌다보니 백 속에 15개의 클럽이 있다. 따져보니 동반 플레이어 B의 캐디가 4번 홀에서 클럽을 잘못 넣은 것. 물론 A선수는 자신의 백 속에 있는 B선수의 클럽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 경우 A선수는 벌타를 받지 않는다. 자신의 실수가 아닌, 동반자 B선수 캐디의 잘못인 데다 그 클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A선수가 벌타를 받는다면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물론 B선수에게도 벌타는 없다.C선수가 1벌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14개의 클럽을 확인하고 티샷을 한 뒤 그린으로 걸어갔다. 세컨드 샷을 하려고 보니 백 속에 퍼터가 2개 있고, 총 클럽 수는 15개나 됐다. 알아보니 C선수가 티샷을 하는 사이 D선수가 퍼터를 자신의 골프백과 비슷한 C선수의 백에 넣은 것. 이 경우에도 C선수에게는 2벌타가 부과된다. 출발할 때 이미 15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C선수가 확인 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벌타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숱하게 많다. 2001년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 때 이안 우즈넘은 백 속에 15개의 클럽이 있다는 것을 2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알았다. 경기 전 드라이버 2개를 가지고 시타를 하다가 그만 2개 모두 백 속에 넣어버렸던 것. 캐디 잘못이 크지만 선수 본인도 출발할 때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다. 선두 다툼을 벌이던 우즈넘은 2벌타를 받았고, 결국 데이비드 듀발에게 4타 뒤진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또 2003년 제주 핀크스CC에서 열린 한·일 여자골프대항전 첫날 매치플레이에서 박세리가 16개의 클럽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 4번 홀 도중에 발견됐다. 박세리는 ‘2홀의 패’를 받았고 결국 일본 선수에게 졌다. 박세리는 그러나 다음날 심기일전,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를 내며 그 해 MVP로 선정됐다.김경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