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기 펀드투자 노하우
식시장의 전문가인 펀드매니저들은 주가 급등기에 어떤 식으로 펀드를 관리하고 있을까. 투자 지식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불안감이 더 커진다.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는데…’ ‘지금 들어가면 막차를 탈 수도 있을 텐데…’ 이런 저런 걱정을 하다 보면 투자 적기를 놓치기 일쑤다.일생을 주식 투자에 바쳐 온 노련한 펀드매니저도 개인 투자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가가 마냥 오르는 것이 반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주가가 너무 올랐다고 생각해 주식을 팔고 난 후 더 오르면 심한 비난을 받는다. 그렇다고 주식을 계속 보유만 하고 있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왜 고점에 팔지 않았느냐고 질책을 당한다. 결국 주식 전문가들도 개미들처럼 투자에 관한 이런 저런 고민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는 셈이다.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1300에서 1800으로 크게 오르면서 펀드매니저들 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투자 대상과 투자 기법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펀드의 평균적인 수익률을 살펴보면 금리 상승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채권형 펀드는 수익률이 연초 대비 1.47%에 불과하다. 이는 연간으로 계산해도 겨우 3.3%에 그친다. 이에 반해 주식형 펀드는 연초 대비 22%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무려 139%에 달한다. 주가 상승기에는 주식형 펀드를 취급하고 더욱 공격적인 펀드 매니저가 좋은 성적을 내게 마련이다.그렇다면 일반적으로 펀드매니저들은 주가 상승기를 어떻게 대비할까.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펀드 내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는 방법이다. 주식형 펀드는 약관상 주식을 60% 이상만 투자하면 된다. 그래서 주식 투자 비중을 60%에서 99%까지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이 펀드매니저에게 주어진다.펀드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4~5년 전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던 전략이다. 이제는 이런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매니저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펀드들이 주식 투자 비중을 90% 이상으로 잔뜩 높여놓고 있다. 즉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그저 주식형 펀드에는 주식이 가득 차 있는 모양새다. 주식 가격이란 워낙 변덕스러워서 누구도 맞히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주식 투자 비중을 정확하게 줄였다 늘렸다 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현재 국내 펀드들의 주식 편입 비중은 평균 96%에 이르고 있다. 주가의 등락에 무관하게 꾸준히 이 정도 수준의 주식 편입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작년 하반기부터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하게 나타나고 있는 ‘한국삼성그룹적립식 주식펀드’만 주식 편입비를 86%로 낮춰 놓았다.두 번째 유형은 주가가 오르면 많이 오르는 공격적인 기업에 투자하고 주가가 내리면 덜 하락하는 안정적인 주식에 투자하는 스타일을 가진 펀드매니저가 있다. 이런 펀드매니저들은 주가 상승을 주도하는 인기 주식을 골라내기 위해 노력한다. 대신 주가가 하락하면 바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다. 매우 발 빠르게 움직이는 펀드매니저라고 볼 수 있다.이처럼 펀드매니저들이 주가 상승과 하락기에 민감하게 대응하다 보면 펀드의 변동성이 커진다. 즉 펀드가 주식시장과 관계를 형성하는데 그 관계가 매우 민감해진다는 말이다. 펀드 평가 척도 중에 베타(beta)라는 지표가 있다. 이 척도는 주식형 펀드의 민감도를 잘 나타내준다. 베타는 1을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펀드의 베타가 1보다 높으면 펀드의 수익률이 코스피지수보다 더 큰 폭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주가가 내리면 펀드 수익률이 시장 평균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 펀드의 베타가 1.2라면 코스피지수가 10% 오르면 이 주식 펀드는 12% 오른다는 것을 나타낸다. 국내 펀드 중 고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는 펀드들 가운데 베타가 1보다 낮은 펀드들이 몇 개 있다.이런 펀드는 대형주보다는 중소형 주식이나 배당주와 같이 특이한 종목에 투자하는 경우다. 코스피지수는 대형주 위주로 만들어진 지표이므로 베타가 1보다 작다는 것은 코스피지수 움직임에 민감하지 않게 펀드의 수익률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일부 주식형 펀드들은 베타가 1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펀드’의 베타는 1.26에 달한다. 이는 시장 평균보다 26%나 높은 변동성을 보일 정도로 위험도가 높은 펀드라는 사실을 나타낸다.그렇다면 요동치는 현 상태에서 주식형 펀드를 현명하게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투자자들은 대부분 과거 수익률만 보고 펀드를 고르는데 주식 편입비, 베타와 같이 좀 더 발전된 척도를 이용하면 좋다. 첫째 주식 편입비는 항상 90% 이상 되는 펀드를 선택하면 좋다.주식 펀드매니저가 주식 편입비를 조정할 때는 대부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평가된 종목을 많이 발굴해 항상 주식을 잔뜩 편입한 펀드가 전문성도 높고 수익률도 높기 때문이다. 둘째 베타가 지나치게 높은 펀드는 그만큼 위험이 높으므로 수익률과 베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즉 베타가 높고 수익률이 높은 펀드와 베타가 낮고 수익률이 다소 낮은 펀드는 동일하게 간주해도 된다. 베타와 수익률을 함께 고려하려면 두 개 지표를 나누어서 봐도 된다. 분자에는 수익률을 놓고, 분모에는 베타를 놓은 다음 그 비율이 높은 펀드를 선택하면 된다. 셋째, 펀드 투자 방법에 따라 펀드를 다르게 선택해야 한다.목돈으로 단기간 투자할 경우에는 위험이 낮은 상품을 고르도록 노력해야 한다. 적립식으로 5년 이상 장기 투자할 경우에는 위험이 높은 상품을 골라도 무난하다. 적립식으로 여러 시점에 나누어서 투자하므로 위험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