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투신운용 당신을 위한 삼성 리서치 펀드

성투신운용의 ‘당신을 위한 삼성 리서치 펀드’는 오랜 기간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의 자금을 운용해 왔던 삼성의 전문 주식운용 인력들이 일반인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만든 첫 펀드다. 삼성그룹은 삼성투신운용을 설립하면서 삼성생명과 화재가 자체 보유하고 있던 주식 및 채권 운용 전문 인력을 삼성투신운용에 모두 전환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과 화재의 주식운용 전문 인력 8명이 ‘LT주식운용본부’를 만들었다. LT란 장기간을 의미하는 ‘롱텀(Long Term)’의 약자로 보험회사는 수십 년 이상 장기간 자금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겠다는 의미로 이 같은 이름을 지었다.LT본부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주식 투자자금을 운용하면서 꾸준히 좋은 성과를 기록해 왔다. LT본부가 운영하고 있는 두 기관의 자금 규모는 1조5000억 원이 넘어 국내 초대형 주식형 펀드와 맞먹는 수준이다. 보험업법상 계열사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LT본부가 운용하는 삼성생명 등의 자금은 삼성계열사를 제외한 다른 기업에 주로 투자해 왔다. 수익률은 경이적이다. 지난 2001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6년 5개월 동안 약 577%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코스피지수에서 삼성 그룹주를 제외한 벤치마크 지수 대비 368% 정도의 초과 수익을 올린 셈이다.이런 우수한 운용 능력은 ‘당신을 위한 삼성 리서치 펀드’에도 그대로 발휘되고 있다. 올해 1월 2일 설정된 이 펀드는 6월 초 현재 설정액 3000억 원을 넘어섰다. 설정 이후 34.48%의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최상위권의 실적을 내고 있다. 벤치마크 대비 14%대의 초과 수익을 올린 것이다. 특히 주식 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했던 올 1분기에 전체 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 1위에 오르는 등 변동성이 큰 장에서도 우수한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이처럼 우수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은 LT본부만의 독특한 가치 평가 시스템 덕분이다. LT본부는 ‘3중 여과장치’를 거쳐 투자 종목을 선정하고 있다. 3중 여과장치란 LT본부 자체의 리서치와 삼성투신운용 리서치팀, 삼성증권의 리서치팀 등 3곳의 의견을 종합해 종목을 선정하는 시스템을 지칭한다. 자체적으로 축적된 기업 가치 평가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각 기관의 주관적 판단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 같은 3중의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기업 가치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토대로 객관성을 높이고 있다.LT본부는 또 5년 이상 장기간 기업 가치를 추정한다. 보통 2~3년 정도 기업 이익을 추정해 현재 주가 수준과 비교한 후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다른 펀드 운용팀과 달리 LT본부는 장기적인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경기 순환적 요인이나 돌발적 사안으로 매출이나 이익이 늘어난 기업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부여하지 않는다. 대신 기업의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익 증가가 예상되는 기업이 투자 대상이 된다. 또 특정 기업의 실적이 장기간 좋아질 것으로 예상될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가 한국 증시의 다른 기업에 비해 저평가됐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아울러 LT본부는 투자 대상 기업이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비슷한 종류의 외국 기업에 비해서도 저평가됐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쳐 투자 대상이 선정되고 목표 주가가 결정되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기업의 가치가 변화할 요인이 있는지 여부를 점검한다. 주식을 사고 나서 단기간에 목표 주가에 도달했을 경우에는 적정 주가 수준이 맞는지 여부를 다시 판단한 후 적정 수준에 이르렀다는 확신이 설 경우에는 과감하게 주식을 처분한다. 반대로 2~3년이 지나도록 목표 주가에 도달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조급하게 판단하지 않는다.이런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에 기초한 투자 방법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중공업이다. LT본부는 3년 전부터 중공업주에 주목했다. 작년 일부 증권사에서 매도 의견이 나오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였을 때에도 수주 확대와 실적 호전이란 분명한 재료가 있기 때문에 중공업주는 언젠가 오를 것으로 믿고 주식을 계속 보유했다. 결국 올 들어 중국의 경제 성장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주 등이 증시 주도주로 떠오르면서 LT본부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도 마찬가지로 기업 가치를 우선시하는 LT본부의 투자 방침으로 대박을 터뜨린 경우다.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부품 판매 및 애프터서비스 조직을 인수하면서 사업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으며 자체 경쟁력과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런 구조적인 변화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고 일각에서는 부정적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LT본부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당신을 위한 삼성 리서치 펀드’는 또 자산의 3분의 1씩을 3명의 펀드매니저가 나눠서 운용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3명의 펀드매니저들은 본부 내에서 합의된 종목을 주로 매수하지만 개인별 성향에 따라 종목 편입 비율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갖고 있다. 한 개인에 의해 펀드 수익률 전체가 크게 영향 받는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이처럼 자산을 여러 펀드매니저에게 분산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도록 만든 것이다.LT본부는 ‘장기 투자’와 ‘가치 투자’를 추구하기 때문에 주식 매매 회전율이 150% 미만으로 업계 평균 250~300%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당신을 위한 삼성 리서치 펀드’는 삼성증권과 신한은행 등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포트폴리오 내 주식 편입 비중은 90%대를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편입 종목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납입 금액의 1%를 선취하는 A형과 선취 수수료가 없는 C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자를 위한 W형으로 구성돼 있으며 최저 가입 금액 제한은 없다. A형과 C형은 가입 후 30일 미만 환매 시 이익금의 70%를, 30일 이상 90일 미만 환매 시 이익금의 50%를 환매 수수료로 내야 한다. W형은 30일 미만 환매 시 이익금의 70%를 환매 수수료로 내야 한다이 펀드를 담당하는 이동식 LT주식운용본부장은 “펀드를 운용할 때 운용역이 직접 기업을 분석해 투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그러나 LT본부는 오랫동안 직접 기업 분석 업무를 담당해 왔기 때문에 차별화된 리서치 역량을 갖고 있으며 그만큼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글 김남국 한국경제신문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