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기술력과 해외시장 개척 주성엔지니어링
성엔지니어링(대표이사 황철주)은 국내에선 유일하게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장비인 LCD용 플라즈마화학증착장치(PE-CVD)를 생산하는 업체다. 높은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덕분에 반도체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꿋꿋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반도체와 LCD 장비·부품 업체가 대거 적자 전환하거나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하지만 주성엔지니어링은 오히려 1분기에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둬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회사의 1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5% 늘어난 606억 원, 영업이익은 257% 급증한 117억 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1995년 문을 연 주성엔지니어링은 설립 초기 주력으로 삼았던 반도체용 장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1999년 TFT-LCD용 PE CVD장치 개발을 시작했고 2002년 국내 최초로 PE CVD의 개발 및 공급에 성공했다. 이후 국내외 LCD 패널 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5세대부터 7.5세대에 이르는 장비를 경쟁력 있는 기술과 가격으로 한국 중국 대만 등지에 공급하고 있다. 작년에는 ‘LCD 장비 국산화 프로젝트’를 통해 PE CVD 장비 국산화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자원부로부터 ‘부품소재 톱7’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선 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또 대만 프로모스, 유럽의 ST마이크로 등 전 세계 반도체 및 LCD 관련 업체 24곳에 수출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세계 반도체 및 LCD용 장비 시장의 약 20%를 차지하며 세계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관련 특허 건수만 570여 건에 이른다. 해마다 매출의 20%를 연구개발(R&D)에 쏟아 부으며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차세대 반도체 생산 장비로 주목 받고 있는 반도체용 원자층 증착장비(ALD)와 대체 에너지 개발 열풍으로 떠오르고 있는 태양광 발전 장비 시장에 진출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작년 말부터 공급하기 시작한 반도체용 원자층 증착장비(ALD)는 차세대 반도체 생산 장비로 지난 1분기 매출액의 36% 비중을 차지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대만 및 유럽 소재 업체로부터 4차례에 걸쳐 335억 원 규모의 ALD 장비 수주에 성공하며 해외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상반기 해외 매출이 660억 원에 달해 전체 매출의 60%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작년 해외 수출 비중(41%)을 크게 상회한 것이다.향후 고성장 산업으로 전망되고 있는 태양전지용 장비 수주로 인한 성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한국철강으로부터 300억 원 규모의 태양전지용 화학증착장비(CVD)를 수주하면서 태양전지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 회사는 6월 중 경기도 광주시 본사 내에 1983.48㎡(600평) 규모의 태양전지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태양전지 공장은 연간 200메가와트(MW)급 박막 태양전지 공정장비 생산 및 연구개발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며 “2009년까지 태양전지 사업 매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베벨 에칭 장비 또한 주성엔지니어링의 새로운 주력 장비로 떠오르고 있다. 베벨 에칭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 가장자리 경사면에 있는 불필요한 금속·비금속 막을 제거해 주는 장비. 나노미터(㎚) 이하 극미세 회로 선폭 공정이 확대됨에 따라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잇따라 이 장비의 도입에 나서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5월부터 미국 반도체 업체 양산 라인에 베벨 에칭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황철주 대표는 “1분기 실적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주력 제품 다변화와 고객 다각화를 통해 전방산업의 상황에 휘둘리는 장비 부품 업체의 한계를 뛰어넘겠다”고 성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물론 주성엔지니어링도 어려움의 시기는 있었다. 지난 2001년 삼성전자 납품 업체에서 제외된 뒤 그 해부터 3년간 내리 영업 적자를 봤다. 2003년엔 매출 271억 원에 261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일본 대만 유럽 등 해외 반도체업체를 공략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특히 LCD용 PE CVD 장비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며 2003년 이후 해외 곳곳에서 수주가 이어졌다. 황 대표는 “그 당시만 해도 아무도 LCD를 거들떠보지 않았던 시기다. 그래서 오히려 경쟁사보다 앞서 새롭게 진출할 수 있는 분야란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7000원대 초반에 머물렀으나 올해 4월 중순 1만2000원대까지 상승했다. 이후 6월 초까지 1만2000원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6월 들어 주가가 급등하며 1만6000원대까지 치솟아 신고가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도 꾸준히 유입됐다. 올해 초 0.2%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10%까지 늘어났다.최근의 급상승에도 불구, 주가는 추가 상승 여력이 여전히 충분하다는 것이 증권가의 반응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는 물론 핵심 LCD 장비 제조 업체 중 기술적 수준이 높고 충분한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6월 현재 주성엔지니어링의 수주 잔액은 984억 원에 달한다”면서 “그중 500억 원 이상이 2분기 매출로 잡혀 올해 상반기엔 1100억 원을 초과하는 매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익상 CJ투자증권 연구원은 “독일 반도체 업체와 대만 파워칩은 1년 이상의 까다로운 품질 인증 절차를 거쳐 주성엔지니어링과 첫 거래를 시작했다”며 “ALD 장비 시장이 급속히 열리면서 주성엔지니어링의 추가적인 ALD 장비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영곤 주성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올 예상 매출과 관련, “지난해 매출 대비 10% 향상된 수준 달성이 목표”라며 “대만 메모리 업체에 대한 매출 확대로 지난 1분기 사상 최대인 606억 원을 달성한 만큼 올해 매출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시장 개척과 자체 기술력으로 제2의 도약을 맞고 있는 주성엔지니어링. 향후 주성엔지니어링의 거침없는 날갯짓이 기대되고 있다.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