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시장이 뜨겁다. 올 들어서만 스무 번 이상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6월 둘째 주까지 14주 연속 상승하면서 5개월째 월봉상 양봉(월초가보다 월말가가 높은 것)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2003년 10월~2004년 2월까지 5개월 연속 상승한 후 3년여 만이다.국내 증시는 미국이 오르면 미국 증시를 따라가고 중국이 오르면 중국 증시를 따라가며 ‘거침없이 하이킥’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상반기 예상 밖의 선전을 지켜본 증권사들은 하반기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며 전인미답의 지수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만의 외침이 아니다. 최근에는 UBS증권 맥쿼리증권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도 하반기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높여 잡기 시작했다.국내 증시 상승의 주요 요인은 국내 경기 회복과 전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로 요약된다. 따라서 올 하반기와 내년의 기업 실적을 감안하면 아직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또 저금리 기조 정착으로 고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주식에 눈을 돌리며 증시로 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정부의 부동산 가격 잡기로 부동산 투자가 매력을 잃으며 주식이 대체 투자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세 상승기에는 잦은 매매가 오히려 수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기업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정보기술(IT) 금융주 등에 중장기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 섣부른 직접 투자보다는 펀드 등을 통한 간접 투자를 추천하고 있다.하반기 주식시장도 상승 전망이 절대적이다.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국내외 증권사들은 앞 다퉈 하반기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현대증권은 국내외 증권사 중 가장 높은 1980선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삼성증권과 CJ투자증권은 1950선, 굿모닝신한증권은 19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대우·SK·교보·메리츠·한국·동부증권은 1800~1850선을 하반기 고점으로 예상했다. 상대적으로 낮게 전망한 증권사가 신영·NH·우리투자증권 등이다. 이들 역시 1750~1760까지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국내뿐만이 아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UBS는 지난달 말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1650에서 1850으로 올렸고 맥쿼리도 1790까지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도 하반기 전망치를 1800선으로 올리면서 상향 조정에 동참했다.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져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예상보다 빠르다”고 상승 전망 배경을 설명했다. 또 국내외 경제의 양호한 성장과 한국 증시의 재평가도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주식시장의 르네상스(부흥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세계적인 고PER(주가수익률) 시대의 도래와 아시아 내수시장 성장, 주식 르네상스 도래, 국내 경기 및 기업 실적 회복 등을 감안하면 한국 증시가 아시아증시 대비 저평가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안정적인 세계 거시 경제 환경과 경기 및 기업이익 개선이라는 요인이 맞물리고 있다”며 “전 세계 시장의 밸류에이션 지각변동은 신흥 시장과 저평가된 한국 증시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우선 풍부한 유동성과 내수 경기 회복 가시화가 호재로 점쳐진다. 또 세계 경제 호조로 수출이 확대되고 한국 증시의 PER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4.0%에서 4.8%로 0.8%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중국 유럽 등 미국을 대체하는 시장이 부상하면서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국내 증시에 악재 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연초 한 차례 충격파를 던진 미국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른 경기 회복 지연 가능성은 잠재된 부담이다. 또 중국이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통제 불가능 영역권에 진입할 경우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효진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 압박에 대한 부담으로 각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유동성 축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국내에서도 시중 자금의 지나친 쏠림으로 금융시장에 일시적인 경색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단기에 주가가 너무 급하게 오른 것도 조정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코스피지수는 상반기에만 20%가량 오른 상태다.이 밖에 국제 유가 흐름과 원·달러 환율의 추이도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이다. 기술 및 가격 경쟁력으로 재무장한 국내 기업들이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예상 밖의 호조세를 보이고 있으나 원화 절상이 추가적으로 이뤄질 경우 현재 기조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분기는 경기 및 기업 실적이 턴어라운드 하는 시기인 데다 FTSE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4분기에는 주가 상승 부담에다 일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시장의 위험 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초과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대세 상승기에는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는 전략이 유효한데 조금만 먹으면 팔고 싶은 생각에 ‘토막 수익’을 내기 십상이다. 특정 주식을 따라가면서 고점에서 팔고 저점에서 다시 사 좀 더 수익을 키우려는 욕심이 오히려 화를 부르곤 한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장중 변동성을 이용해 초과 수익을 내려는 건 무리”라고 꼬집었다. ‘바이 앤드 홀드(사서 보유하기)’ 전략이 최고라는 얘기다.하반기에는 주도 업종의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상반기 조선·기계·철강·유화 등이 시장을 장악했지만 점차 상승 탄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LCD(액정표시장치)를 중심으로 한 IT주와 자동차 백화점 등 경기 관련 소비주 등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 주도주로 부상해 온 차이나 관련주에서 IT주 자동차 등 미국 소비 관련주로 갈아타야 한다”고 말했다.중국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일단락돼 가는 데다 기업 이익도 중국 관련주는 고점, IT주는 저점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성국 센터장도 “하반기 이후 내년까지 겨냥할 때 글로벌 경기 회복과 더불어 IT와 자동차가 부각될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고 말했다.한편 시가총액 규모에서는 중형주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중형주는 경기가 회복될 때는 대형주보다 강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제 변화에 따른 수혜 업종도 거론되고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발전 기계 건설 교육 의료 네트워크 항공 등 신성장 동력 관련주를 주목할 것을 권했다. 철강 유전 등 희소 자원 수혜주와 자동차 은행 등 낙폭 과대주도 관심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