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버는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이면서도 권위와 품위를 상징한다. SUV가 품격을 갖췄다?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랜드로버는 외관부터가 여느 SUV와 확연히 다르다.사실 SUV를 타면서 권위와 품격을 따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갓끈을 매고 스테이크를 먹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기본적으로 SUV는 육중한 몸집에서 나오는 힘을 바탕으로 비포장도로(오프로드)를 질주하는 차량이기 때문에 권위와 품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랜드로버는 단 한 번의 탑승만으로도 거친 오프로드에서 최고급 세단에서나 느낄 수 있는 품격과 권위를 체험할 수 있다. 최근 세단의 부드러움과 SUV의 강력한 힘을 결합한 LUV(럭셔리 유틸리티 차량)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시작은 랜드로버부터다.랜드로버는 1946년 영국의 모리스 월크스와 스펜서 월크스가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반세기 이상을 오직 사륜 구동 자동차만 만들어 왔다. 월크스 형제가 자동차를 만들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탱크처럼 강력한 힘, 견고한 차체, 탑승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자’는 것이었으며 그들의 염원대로 랜드로버는 오늘날 전 세계 SUV 자동차 중 가장 우아하면서 역동적인 주행력을 선보이고 있다.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과 알루미늄 V8엔진, 4채널 ABS 브레이크 등은 모두 랜드로버가 사륜 구동에 처음으로 적용한 시스템이며 이 밖에 급사면 속도제어장치(HDC),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TRS) 등도 랜드로버 자동차 기술의 역작으로 꼽힌다.그중에서도 레인지로버는 랜드로버의 최고급 SUV로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의 세컨드 카로 각광 받고 있는 모델이다. 레인지로버를 타고 강원도 정선 함백산 일대를 드라이빙할 기회가 있었다. 레인지로버를 비롯해 랜드로버 모델들은 공통적으로 노면 상태에 따라 주행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레인지로버를 타고 강원도 정선의 탄광촌 일대를 주행해 봤다. 강원랜드 리조트에서 고한읍 정문으로 향하다 보면 예전 탄광 차량들이 지나다니던 오프로드를 만난다. 1970~80년대만 해도 이 길은 석탄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주로 애용하던 길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은 사륜 구동 오토바이 전용도로로 이용되고 있다.시동을 거니 센터페시아 중앙의 내비게이션 액자에 DVD, 4×4 인포메이션, 리어(뒷자리) 엔터테인먼트, 라디오, CD를 선택하라는 액정 화면이 뜬다. 사륜 구동 인포메이션을 선택하니 현재 차량의 높이와 엔진 구동력, 노면 상태를 알려주는 정보가 나왔다.노면 상태는 진흙길, 모래밭, 자갈길, 빙판길, 온로드로 구분되며 기어 바로 아래 있는 원형의 마스터 옵션 키로 선택하면 된다. 40도 높이의 언덕을 오르기 위해 차고를 60cm가량 올렸다. 자갈길이나 바위 길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차체를 최대한 높여 바위, 돌로 인한 차량 파손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5분가량 정상을 향해 올라가니 작은 개울이 나타났다. 레인지로버는 운전석 문 바로 아래까지 물이 들어와도 주행에 어려움이 없다. 만약 문과 라디에이터 등에 별도의 방수 장치만 한다면 보닛(후드)까지 물이 들어와도 주행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수륙양용인 셈이다.함백산 오프로드는 석탄 운송을 위해 길을 냈기 때문에 운전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많지 않다. 정상으로 오르는 산비탈 바로 옆은 낭떠러지로 자칫 핸들을 잘못 돌리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운전자를 위한 안전장치는 직경 5cm짜리 쇠 파이프와 이들을 연결하는 비닐 노끈뿐이다. 철근과 노끈은 길과 낭떠러지를 구분할 뿐 차량 사고 방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핸들에는 일정 속도를 유지해 주는 크루즈 컨트롤키와 오디오 볼륨 장치, 전화 수신 장치 등이 부착돼 있으며 운전자와 조수석 사이에는 간이 냉장고가 장착돼 있다. 내부 시스템은 웬만한 럭셔리 세단을 뺨칠 정도다. 검은색 가죽 시트 중간에 원목 스타일의 무늬를 집어넣어 중후함과 자연스러움을 적절히 조화했고 운전석과 조수석 뒤에는 DVD 액정 화면이 설치돼 있다.레인지로버를 타보면 왜 콘셉트를 ‘즐거운 오프로드’라고 했는지 금세 이해가 간다. 박진감 넘치는 오프로드 속에서 만끽하는 편안한 휴식 공간이 바로 레인지로버가 추구하는 목표다. 슈퍼차저 엔진 특유의 소음을 개선한 것은 물론 에어컨에서 발생되는 소음도 6㏈ 이하로 낮췄다. 또 라미네이트 클래스(이중접합유리)를 사용해 공기 저항으로 인한 바람 소리를 획기적으로 줄였다.함백산 정상에 오르니 백두대간의 험한 준령이 한눈에 펼쳐진다. 잠시 후 하산 신호와 함께 반대편 길로 내려갔다. 일반적으로 오프로드 주행은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에 사고 발생률이 높다. 이를 감안, 레인지로버는 세계 최고 수준의 브랜보 고성능 4 피스톤 브레이크를 앞바퀴에 장착했으며 내리막길 미끄럼을 방지하는 장치도 장착, 사고 발생률을 크게 줄여준다.정선=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