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9000 원짜리 페라가모 여성 구두가 18만7600 원, 19만 원짜리 버버리 티셔츠가 8만 원, 18만 원짜리 아르마니 넥타이가 7만5000 원….이름만 들어도 단박에 알법한 명품 브랜드를 1년 열두 달 25~65%의 할인가로 판매하는 ‘쇼핑 관광지’가 여주에 문을 열었다. 신세계와 해외 프리미엄 아울렛 전문 회사인 첼시가 손을 맞잡고 만든 ‘신세계첼시’가 26만4464㎡(8만 평)에 달하는 대규모 명품 프리미엄 쇼핑 공간을 마련한 것. 국내 명품 마니아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명품족이 아닌 사람들도 한번쯤 ‘호기심’에 가볼만하다. 지난 6월 1일 첫 오픈한 여주 아울렛에는 4일 동안 무려 약 19만 명의 손님이 다녀갔다. 신세계 측도 놀라는 눈치.이곳에는 페라가모 코치 버버리 제냐 휴고보스 돌체앤가바나 구찌 아르마니 비비안웨스트우드 등 패셔니스타라면 익히 들어보고 사보고 싶었을 명품 브랜드 120여 개가 꽉 들어차 있다. 세계 3대 명품으로 손꼽히는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만 빼고, 이름만 듣고도 알만한 유명 브랜드는 다 입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뷰티와 리빙 브랜드도 입점해 있다.뷰티 브랜드는 멀티형 매장인 ‘더 코스메틱 컴퍼니 스토어’로 한곳에 몰려 있다. 크리니크, 맥, 에스티로더 등의 해외 뷰티 브랜드들이 주류를 이루며 몇몇 제품들은 면세점보다도 싼 가격을 자랑했다. 도자기그릇 전문점인 로열 알버트 등을 비롯한 까사미아, 리크루제, 로열 코펜하겐 등의 리빙 브랜드도 입점해 있다.가장 호평을 받는 부분은 외국의 교외형 별장이 생각나는 고급스러운 쇼핑 공간. 전체 A동과 B동으로 나뉜 건물들은 미국 뉴욕에 있는 ‘우드버리 커먼 프리미엄 아울렛’이나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데절트 힐스 프리미엄 아울렛’을 쏙 빼닮았다. 미국 아울렛에도 워낙 한국인들이 많으니 한국인 판매원만 제외하면 마치 미국 아울렛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드넓은 녹지 공간이 쇼핑 공간을 감싸듯이 둘러싸고 있어 공기도 좋고 야외로 놀러 나왔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숲에 둘러싸인 이국적인 마을을 산책하는 기분이다. 일상에 찌든 도시인들에겐 쇼핑도 할 수 있고 ‘콧바람도 쐴 수 있는’ 매력적인 쇼핑 장소임에 틀림없다.‘명품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아울렛이긴 하지만 이곳에도 어김없이 VIP 우대 제도는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북적이는 아울렛에서도 ‘귀빈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전 세계에 있는 첼시의 프리미엄 아울렛에는 VIP 패스포트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하루 구매액이 일정 금액 이상 되는 쇼핑객에게 ‘VIP 패스포트 회원’의 자격이 부여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에 100만 원 이상 쓰면 자격이 주어지며 1년간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다.주요 혜택으로는 여주 쌀밥정식집 등 인근 유명 음식점과 피닉스 파크 오크, 오크밸리, 파크하얏트 등에서 할인 받을 수 있다. VIP 신청 절차는 간단하다. 일단 100만 원 이상을 써 VIP 자격 조건이 충족됐을 때 안내 데스크에서 VIP 패스포트를 발급받는 것. 패스포트와 함께 음식점 등에 대한 할인 쿠폰이 주어진다. 쿠폰북의 사용 기간은 올 연말까지. 패스포트를 받아 두면 첼시가 운영하는 다른 프리미엄 아울렛의 쿠폰북도 함께 받을 수 있다. 브랜드별로도 VIP 신청을 받고 있다. 백화점에선 일정 금액 이상을 사야 자격이 주어지는 데 비해 이곳에선 첫 구매만 하면 VIP 카드를 만들어 준다. 세일 행사에 대해 통보받을 수 있고 각종 증정품도 제공받는다.아르마니 남성용 재킷의 경우 백화점에선 보통 137만 원에서 187만 원 정도를 줘야 하지만 이곳에선 56만 원대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백화점에서도 국내 브랜드의 남성용 재킷이 30만 원에서 40만 원대 정도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백화점에서 국산 재킷 하나 구입할 돈으로 제대로 된 명품 재킷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합리적인 쇼핑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스포츠 용품에서 명품으로 통하는 나이키나 아디다스의 경우엔 할인율이 더 좋다. 나이키 매장은 최고 할인율이 80%에 달해 대형 마트나 재래시장만큼이나 싸다. 3만5000원짜리 면티는 80% 할인된 7000원, 3만 원 하는 티셔츠는 1만5000원짜리 가격표가 붙었다. 여주보다 훨씬 먼저 생긴 일본의 고템바 아울렛과 비교할 때 시설도 더 좋고 상품도 많으며 가격 메리트도 있어 보인다.하지만 체감 가격으로 화제를 돌리면 사정은 좀 달라진다. 백화점에선 명품을 30~40% 할인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여주 아울렛이 들어선 이후엔 백화점에서 더욱 더 경쟁적으로 명품 세일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 때문에 명품 아울렛이라도 브랜드별로 할인 폭을 꼼꼼히 챙겨봐야 후회할 일을 피할 수 있다. 실속파 명품족들을 위해서는 할인 폭이 최소 50~70%는 돼야 백화점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을 듯하다. 실제 인터넷 면세점보다 비싼 상품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코치 핸드백이 37만4500원으로 인터넷 면세점(36만5829원)보다 비쌌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많은 소비자들이 80% 이상 할인율을 보이는 유럽의 명품 아울렛에서 ‘월척’을 건지는 상상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같은 계열인 미국 첼시의 여느 아울렛보다도 ‘살만한’ 물건이 적고 가격이 비싼 편이라는 불평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이제 첫 걸음마를 뗀 만큼 해결해야 할 숙제를 많이 안고 있다. 가격이나 품질, 서비스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선 안 될 일. 우선 일부 브랜드들이 막고 있는 ‘교환·환불’ 문제를 해결하고 제품을 좀 더 폭넓고 풍부하게 확보해 어렵게 발걸음 한 소비자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의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 아울렛에서 실시하는 ‘더블라벨’ 표기를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 더블라벨은 원 판매 가격과 할인 판매 가격을 병기하는 방법을 뜻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부 브랜드가 3~4년 된 악성 재고를 최근 상품인 것처럼 슬쩍 끼워 넣어 판매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교통 체증, 휴식 공간 부족 등 오픈 이후 곳곳에서 노출된 취약점이 개선된다면 밖으로 도는 해외 명품족들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게 될 듯하다.1.목요일에 가라. 어차피 주말 고객이 타깃이기 때문에 매주 목요일 제품을 새로 갖다 놓고 있어 주초에는 물건이 모자랄 수 있다. 재고 상품을 할인해 파는 아울렛에서 백화점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2.새로운 제품이 입고되는 시즌을 노려라. 본인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각 매장 담당자를 통해 제품 입고 시즌을 알아두면 좋다.3.주변을 즐겨라. 골프장·동해바다·스키장을 주변에 두고 있는 곳이 영동고속도로다. 문화 유적으로는 신륵사, 도자기 엑스포, 명성황후 생가와 같은 유명한 문화 유적이 매장 주변에 널려 있다. 골프장 다녀오는 길에, 동해바다 다녀오는 길에, 스키장 다녀오는 길에, 테마파크 다녀오는 길에 여주 아울렛을 활용하면 여가생활이 보다 풍부해진다. 여주프리미엄 아울렛은 현재 피닉스파크, 오크밸리, 호텔 미란다, 이천 테르메덴 온천리조트, 여주 온천 등과 다양한 협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계획과 연계한다면 알뜰한 쇼핑과 휴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4.센스 있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매장에는 주얼리, 액세서리 브랜드들이 커플링, 커플 목걸이, 커플 시계 등을 준비해 놓고 있다. 특별한 날에 함께 찾아가 서로의 선물을 고를 수도 있다. A동에는 폴리폴리, 갤러리어클락, 스와로브스키, 모자익, 타사키신주, 골든듀 비비드, 액세서라이즈 등이 있다. B동엔 CK언더웨어, 와코루, 비너스 등이 자리 잡고 있다.5.골프 마니아들을 위한 브랜드.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라면 쇼핑에 고개를 저을 수 있다. 부부싸움을 할 수도 있으니 남편을 위한 코너도 확인해 두면 좋다. 골프 마니아라면 골프 브랜드 컬렉션을 찾아가면 된다. 캘러웨이 골프, 보그너, 던롭, 나이키 골프, 김영주 골프 등이 입점해 있다.6.먹을거리도 명품. 도심이 아닌 지방 관광지에서 만나기 힘든 식당이나 커피숍이 다수 입점해 있다. A동에는 크레이지 크레페, 프레쉬니스버거, 하겐다즈, 스타벅스 커피, 사까나야, 유니온스퀘어 등이다. 다만, 한식은 쇼핑몰 안에는 없고 여주군 내 음식점을 이용해야 한다.7.준비물을 챙겨라. 교외형 매장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움직일 수 있는 도심의 쇼핑센터와 다르다. 편한 신발, 생수, 선글라스 및 모자를 챙겨야 한다. 120여 개 브랜드가 모여 있는 야외 공간임을 잊지 말자.8.외국인 접대에 최고. 전 세계 유명 브랜드뿐만 아니라 여주쌀, 도자기, 참외, 고구마, 참외 등 여주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는 여주 농특산물 매장도 관광객들에게 의미가 있다. 서울(잠실역)에서 1일 코스로 떠나는 여주 관광 패키지가 6월 말부터 시작될 예정이다.9.여유 있게 쇼핑을 즐기려면. 여주 IC가 위치한 주말과 휴일 영동고속도로는 교통체증이 빈번하다.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경우 교통체증을 각오해야 한다. 그럴 땐 42번·37번 국도 등 여주로 통하는 지방국도를 잘 이용하면 유리하다.10.어린이 위한 공간도 잘 활용할 것. 어린이에게도 여주 아울렛은 즐거운 공간이 될 수 있다. 전용 놀이터에는 70여 명의 어린이들이 그린 커다란 벽화가 있다. 이 벽화는 여주에서 생산된 도자타일에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붙여 완성됐다.●미국 기업인 첼시프로퍼티 그룹의 레슬리 차오 회장을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오픈 전 날 개최된 기자간담회에 만나봤다.첼시의 전 세계 52개 전체 매장 중 최고로 꼽히는 미국 뉴욕 교외의 우드베리 커먼이나 일본의 고템바 매장도 첫 출발 단계에서는 여주처럼 완벽한 조건을 갖추진 못했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첼시가 여태껏 쌓아 온 모든 경험과 노하우의 정점이다.버버리, 폴로, 아르마니, 페라가모, 구찌 같은 특급 브랜드들이 처음부터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입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 버버리가 아울렛에 입점하는 것도 여주가 처음이다.한국은 미국, 일본, 멕시코에 이어 첼시가 진출한 네 번째 국가다. 한국엔 명품을 열망하는 고객층이 그 어떤 나라보다 많다고 판단했다. 한국인 쇼핑객은 이미 미국에 있는 36개 매장의 주요 고객들이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이 생긴 만큼 이제 한국인들은 굳이 미국에 가지 않아도 된다.앞으로 수도권과 지방에 2~3개 매장을 더 열기로 했다. 아마도 2호점은 부산 동래구나 경기 파주시 중 한 곳에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은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추가 매장 개설과 함께 여주 아울렛을 확장할 계획도 세워뒀다.여주 아울렛은 아직 9290㎡ 가량의 공간이 남아 있다. 추가 개발을 하면 더 많은 브랜드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드베리 커먼(1985년 개장)은 5월 말 현재 샤넬을 비롯해 220개, 고템바는 170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모두 점진적으로 추가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