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아람누리 6월‘공연뷔페’로의 초대

즘 문화계의 시선은 일산에 쏠려 있다. 일산이 한국 공연의 메카가 될 ‘고양아람누리’ 개관으로 ‘문화 신도시’로 떠올랐기 때문. 지난 5월 4일 개관한 이곳은 벌써 문전성시를 이룬다. 시설이 국내 최고 수준이며,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과 연결돼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는 장점 덕이다. 일산 호수공원 인근 1만6000여 평 부지에 들어선 고양아람누리는 오페라 전문 아람극장, 콘서트홀인 아람음악당, 실험극장인 새라새극장 등 3개의 공연 시설을 갖추고 있다. 고양시가 정부 예산과 시 예산 등 1500억 원을 들여 착공 4년 9개월 만에 선보인 야심작이다.고양아람누리가 주목 받는 것은 비단 시설과 접근성 때문만이 아니다. 작품성이 높고 매력적인 공연물들을 봇물 쏟아내듯 선보인다. 서울을 벗어난 문화 공연장이라 완성도나 흥행성이 떨어지는 작품을 공연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개막 공연인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춘향’은 개막 작품으로는 유례없는 성황을 거두기도 했다. 우리가 6월에 주목할만한 고품격 공연도 대부분 이곳에서 볼 수 있다고 여기면 맞다.6월엔 어떤 공연을 만나볼 수 있을까. 우선 오페라와 발레 전용 대형 극장인 아람극장에선 뮤지컬 개관 공연으로 ‘킹 앤 아이’를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팅으로 선보인다. 현존하는 최고 안무가로 평가받는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나초 두아토(Nacho Duato)’가 내한해 그의 대표 작품 3편을 공연한다. 그리고 타임지가 선정한 미국 최고의 젊은 음악가인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Hilary Hahn)’의 초청 공연이 KBS 교향악단의 연주로 펼쳐진다. 모스크바가 자랑하는 ‘스타니슬라프스키 극장 오페라단’이 내한해 ‘카르멘’과 ‘스페이드의 여왕’ 등의 대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구관이 명관이라고 했다. 50년이 넘게 사랑받은 뮤지컬이라면 다 이유가 있을 것. 뮤지컬 ‘킹 앤 아이’는 195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50년이 넘는 현재까지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이 작품이 오리지널 팀으로 한국을 찾는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브로드웨이 현지의 주역들이 모두 모였다. 주역 배우들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활약 중인 현지 배우들이다. 게다가 25인조 오케스트라 반주가 더해져 섬세하게 다가오는 ‘셸 위 댄스’, ‘마이 로드 앤 마스터’ 등 주옥같은 명곡들을 감상할 수 있다. 화려하게 재현된 태국 왕실의상과 무대, 오스카 해머스타인과 리처드 로저스가 작사 작곡한 음악이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룰 예정이다. 1952년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 상을 비롯, 의상상 무대디자인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1996년 다시 한 번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 리바이벌 상을 포함한 3개 부문 평론가상과 2001년 올리비에상 2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전설로 기록됐다.나초 두아토는 ‘이 시대 최고의 안무가’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예술인이다. 1980년 스웨덴의 쿨베리 발레단 무용수로 데뷔 무대를 가진 그는 1988년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의 상임 안무가로 임명돼 지리 킬리안의 후계자로 무용계의 주목을 끈 데 이어, 1990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스페인 국립 무용단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나초 두아토는 전통 클래식만 고집해 오던 무용단을 현대 무용단으로 탈바꿈시키고, 독창적인 무용을 선보여 스페인 국립 무용단을 세계 정상 반열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그는 이 외에도 영국 로열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등과 같은 세계 유수 무용단의 작품을 안무하면서 현대 무용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2000년에는 ‘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세계무용협회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선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준다. ‘거세된 성악가들’ ‘황금빛 골드베르크’ ‘하얀 어둠’ 등 세 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떠오르는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이 내한한다.미국 버지니아 주 태생으로 세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열 살의 나이로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한 그녀는 당시 83세이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야샤 브로드스키(Jascha Brodsky)를 사사했다. 1995년, 15세에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독일 무대에 데뷔했고 두 달 후 어린 나이의 연주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를 수상했다. 데뷔 앨범에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선보여 1997년 디아파종상을 수상했으며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했다.고양아람누리와 공연 교류를 맺은 모스크바 시립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 오페라단이 내한 공연을 갖는다. 외국으로는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이라 의미가 깊다. 러시아 공연 예술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이 추구하는 오페라는 기존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연극에서 중요시되는 심리적 흐름이나 연기를 통해 극적인 면을 강조했다. 그들은 ‘이제까지의 카르멘은 잊어라’고 말한다. 기존의 ‘카르멘’과 다른 현대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주인공 카르멘의 훌륭한 음악성과 매혹적인 연기, 그리고 화려하고 출중한 외모와 함께 드라마틱한 무대 연출은 ‘카르멘’을 더욱 색다른 오페라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