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서울총괄본부’출범…도시디자인이 바뀐다
물 외관이 부동산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다시 말해 외관 디자인이 뛰어난 건물의 값어치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예측의 근거는 지자체들이 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조례)을 만들어 건물 디자인도 건축 심의 대상에 포함할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굳어진다면 주택 및 건물을 리모델링할 때도 외관 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고, 외관을 훌륭하게 바꿔도 부동산 가치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도시 디자인 개혁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지자체는 서울시다. 서울시는 전면적인 도시 디자인 개조 사업을 통해 서울을 세계적인 고품격 디자인 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전담 조직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5월 1일자로 설치·발족했다. 부시장급 대우를 받는 본부장에는 국내 공공 디자인 분야 최고 권위자인 서울대 미술대학장 권영걸 교수가 임용됐다.권 교수는 앞으로 서울시의 CDO(Chief Design Officer:최고디자인책임자)로서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과 공공 디자인 분야에 대한 총괄 책임을 맡게 된다. 권 교수는 취임 인터뷰를 통해 우선 서울 시내 건물의 간판 문화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어 파리의 에펠탑,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같은 서울시의 상징을 만들어내는 작업과 함께 앞으로 석 달 안에 ‘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천명했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색을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도시의 색이 결정되면 주택과 건물의 외관에 아무 색깔이나 쓰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시드니 주택 지붕 색깔은 주황색으로 한정돼 있다”는 설명을 관광 가이드에게 들었는데 앞으론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닐 듯싶다. 서울시가 도시 색을 결정하면 건물 디자인도 건축 심의 대상에 포함될 공산이 크다. 지금처럼 높이나 용적률 제한 못지않게 컬러 제한도 받을 것이란 얘기다.서울시뿐만이 아니다. 광주시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공공디자인 조례를 상반기 중 제정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말 야간 경관은 물론 조망 역사문화 색채 건축 시가지 환경녹지 등 7개 경관의 기본 틀을 짤 도시경관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부산시도 시민 단체와 협력해 도시 미관을 바꾸는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에 나섰다. 경기도 화성시는 건물 외벽에 커다란 판(板)과 네온을 이용한 간판 사용을 금지하고, 창문에는 작은 흰색 글자만 허용하는 규정을 동탄신도시 내 모든 건물에 적용했다. 동탄신도시에서 이런 간판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건축 허가가 취소된다.지자체의 이런 움직임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아 나갈 것으로 봐야 한다. 공급 측면에서 건축의 시대는 지나고 디자인 측면을 고려하는 시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속(주택 내부)도 속이지만 겉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특히 빌라 또는 빌라형 연립주택, 단독주택 리모델링에는 외관 디자인이 가치 상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를 위해 개인 가구별로 내부 리모델링뿐만 아니라 공동으로 힘을 합쳐 외관 디자인을 바꿔줘야 가치를 높일 수 있다.사실 주택 리모델링은 내부를 고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일반적이다. 빌라나 단독주택은 내부만 리모델링해서는 표시가 나지 않는다. 외부 리모델링을 해줘야 보기에도 좋고 값어치도 올릴 수 있다. 외부 리모델링은 공동 공간에 그만큼 신경을 더 쓴다는 의미로 지자체들의 공공 디자인 활성화에도 부합되는 측면이 있다. 외관 리모델링의 기준은 주변과의 조화다. 혼자 튀는 주택이나 건물은 처음엔 눈에 띄지만 갈수록 질리게 된다. 도시의 개성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 주목받게 될 외부 리모델링의 큰 원칙을 정리해 본다.①주변 건물과 색채 조화를 이루는 것을 외부 리모델링의 첫 번째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주변 건물 색채와 튀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연결되는 컬러 톤을 사용해야 한다.②외부 디자인에 우리 집 만의 악센트를 두고 싶다면 창문, 대문의 컬러에 차별화를 줄 수 있다. 우리 집만의 컬러로 악센트를 주되 이 역시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안에서 색상을 선택해야 한다.③이웃한 건물의 스타일을 감안해야 한다. 예컨대 양옥이 밀집한 지역에 한옥으로 리모델링한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어색한 장소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결과가 생길 수 있다.④담이 높은 집이라면 담을 낮추고 건물 외벽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처리하면 개성을 보여줄 수 있다. 담을 높인다고 해서 반드시 도둑이 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높은 담은 주변과의 조화도 망칠 수 있다.⑤외벽에 개성을 살리는 또 다른 방법은 조명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한강 다리에 조명을 설치하면서 서울의 모습이 달라진 것처럼 조명은 건물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⑥건물 외벽에 단색으로 페인트칠을 하는 것보다 디자인을 넣으면 건물이 고급스러워 보인다.⑦건물 창가에 미니 발코니를 설치하면 건물에 입체감을 살릴 수 있다. 미니 발코니에 꽃을 내걸면 지나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을 줄 것이다.⑧자연만큼 훌륭한 작품은 없다. 외부 리모델링을 할 때 조경에 신경을 쓰면 가족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⑨외부 리모델링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이 우리 집을 쳐다봤을 때 어떤 느낌을 가질까라고 고민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속(주택 실내)은 가족을 위한 공간이지만 겉은 공공의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