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의 시계 생산 지대는 주라 산맥 서부 지역인 발레드주를 중심으로 북쪽으론 라쇼드퐁, 밑으로는 제네바에 걸쳐 자리 잡고 있다. 예로부터 겨울 기간 쌓인 눈으로 길이 끊기면 기술자들이 집에 웅크려 앉아 꼼꼼히 시계를 만들던 게 그 유래라고 한다. 스위스 시계 업체인 리치몬트그룹의 대표 브랜드인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예거 르꿀뜨르도 이 지역에 공장을 갖고 있다.국내에서도 롤렉스에 버금가는 판매액을 기록 중인 까르띠에는 제네바에서 100여km 떨어진 라쇼드퐁에 공장을 두고 있다. 라쇼드퐁은 롤렉스, 브라이틀링 샤넬 디올 등 유명 시계 업체들의 공장들이 대거 입주해 있는 곳. 까르띠에 공장은 이 지역에서도 가장 많은 70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시계 제작은 통상 디자인과 생산 단계로 나뉜다. 디자인은 컴퓨터를 이용한 케이스와 다이얼 등 외형 디자인을 시작으로 그에 맞는 무브먼트 디자인, 시제품의 제작으로 이어진다. 생산 공정은 무브먼트 생산 및 조립, 다른 부품들의 세공 작업, 다이아몬드 등 보석 세팅, 폴리싱(연마) 등으로 이뤄진다.까르띠에는 무브먼트 등 주요 부품을 외부에서 수혈하기 때문에 디자인과 마지막 처리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 시계 제작 관련 최상급 전문가가 40명, 보석 세팅 전문가가 18명에 달한다. 특히 신상품 기획의 경우 매주 프랑스 파리 본사 디자이너와 스위스 프리버그 측 기술자들이 회사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와서 새 모델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한다. 목업 또는 스테인리스 스틸 등 저렴한 재료로 만든 시제품을 보고 제품을 생산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 한 달 동안 이런 검증 작업을 거치는 새 모델이 150개 정도다. 까르띠에 한국 브랜드 매니저인 김은수 부장은 “한해 출시되는 신제품이 100여 종에 300만 원대부터 10억 원대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제네바에 있는 바쉐론 콘스탄틴 공장은 공장이라고 하기에는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외관을 지녔다. 건물 테두리가 곡선으로 처리돼 있고 정면은 직사각형, 옆면은 ‘ㄴ’자를 거꾸로 세워 놓은 묘한 모양이다. 르 상티에에 있는 제1공장이 무브먼트 등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이 공장은 그 무브먼트를 가져와 조립하고 케이스를 고정하는 등 사후 공정을 주로 한다.바쉐론 콘스탄틴은 모든 공정을 수공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무브먼트 안에 들어가는 기름을 일정히 떨어뜨리는 기계 등 불가피한 공정을 제외하곤 모두 손으로 제작하고 있는 것. 수작업이 많다 보니 연간 생산량도 1만6000개 정도로 업계 최소 수준. 브랜드 매니저인 윤은미 과장은 “주요 부품에 대해 12가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제네바 홀마크 인증을 모든 제품에 대해 받는 것도 바쉐론 콘스탄틴만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예거 르꿀뜨르의 르상티에 공장은 나사부터 주요 무브먼트까지 모든 것을 직접 제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르 상티에 공장은 손목시계 생산 전용 공장을 비롯해 온도차로 움직이는 탁상시계 애트모스 공장, 주얼리 세팅 공장 등 3개로 구성돼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리치몬트그룹의 계열 브랜드 시계에도 무브먼트를 공급하고 있다. 회사 측은 “다른 브랜드에선 하이 컴플리케이션이라 칭하는 투르비옹의 경우 일반적인 기술로 소화해 가격도 다른 제품의 절반 수준인 5000만 원대에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