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이 주도한 디지털시계의 전성기를 거쳐 1980년대 기계(mechanical) 시계가 부활한 뒤 ‘똑딱’ 소리를 내는 손목시계를 차는 일은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방법이 됐다. 지나치게 튀는 외모를 삼가야 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손목시계는 남성을 표현하는 몇 안 되는 아이템. 하지만 시계의 기능과 장식이 지나쳐선 곤란하다. 세련되고 품위 있게 보이기보다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과시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에 맞는 기계 시계는 착용하는 사람의 지위와 지리적 장소 등에 얼마나 어울리는지에 달려 있다.컴플리케이션 시계란 시, 분, 초 등 단순히 시간을 보여주는 기능 외에 다른 기능을 보유한 시계를 말한다. 많은 기능과 장식 등으로 다이얼이 더 복잡해진다는 이유로 붙여진 ‘컴플리케이션(complication)’이란 명칭과는 달리 이 기능은 오히려 시간을 더욱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날짜판이 대표적인 예다. 보통 날짜판은 3시나 6시 방향의 조그만 창에 보이던 게 과거 방식이었다. 지금은 위치도 다양해지고 있고 날짜판도 점점 커지고 있다. 아랑게 운트 죄네의 ‘더 랑게 31’은 날짜판을 9∼10시 방향에 넣었고 십 자릿수와 일 자릿수가 따로 움직이도록 했다. 윤년이면 2월에 하루를 추가해 날짜를 세는 ‘퍼페추얼 캘린더’도 많은 시계 업체들이 컬렉션에 넣는 분위기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패트리모니 스켈레톤은 투명한 창을 통해 고기능의 무브먼트와 캘린더를 한껏 뽐내고 있다.해외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에게도 컴플리케이션 시계는 큰 도움을 준다. 출장 지역마다 시간을 조정할 필요 없이 출장 지역과 집 시간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라인으로 나온 장 리샤르의 ‘2타임존’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여태껏 남성용 시계에만 사용돼온 크로노그래프(타임워치)는 최근엔 여성용 시계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남자들처럼 스포츠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음식을 만들 때 시간을 설정하는 용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까르띠에가 여성 고객을 위해 출시한 ‘그랑드 컴플리케이션 로통드’도 한 개의 버튼으로 조정하는 크로노그래프를 달았다.로저드뷔 | 엑스칼리버부채꼴로 만들어진 계기판에 시, 분침이 우측으로 움직이다 각자 주기를 끝내면 좌측 끝 ‘0’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리트로그레이드 방식의 시계. 초침은 9시 방향에 있는 투르비옹 위에 블루로 칠해진 핸즈로 표시된다. 크로노그래프 푸시 버튼은 하나. 473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RD06 무브먼트가 장착됐다. 파워리저브는 55시간.브레게 | 클래식 투르비옹 메시도르창업자인 브레게가 투르비옹(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따른 시간의 오차를 최소화하는 장치)을 개발해 특허권을 받았던 프랑스 혁명 연도(메시도르해·1801년)에서 이름을 땄다. 다이얼 6시 방향에 또 하나의 18캐럿 로즈골드 케이스가 세팅돼 있는 게 특징. 투르비옹이 마치 공중에 부양한 상태에서 움직이는 착각을 일으킨다. 파워리저브는 50시간. 1억9000만 원대.아랑게 운트 죄네 | 랑게마틱 퍼페추얼출시된 지 6년된 라인으로 레드골드 케이스와 실버 다이얼의 신제품이 나왔다. 특대형 날짜판과 각각 조정되면서도 함께 작동하는 퍼페추얼 캘린더를 단 셀프 와인딩 시스템은 그대로. 플래티넘과 옐로 골드 버전도 함께 판매되고 있다. 문페이즈. 파워리저브 46시간. 지름 38.5mm.IWC | 다빈치 퍼페추얼 캘린더 커트 클라우스샤프하우젠 공장에서 제작된 칼리버 89360이 장착됐다. 퍼페추얼 캘린더와 4단위 숫자의 연도 표시판이 8시 방향이 특징. 문 페이즈와 초침에는 스톱워치 기능도 있다. 셀프 와인딩 시스템. 볼록 사파이어 유리에 30m 방수. 레드골드 3400만 원.예거 르꿀뜨르 | 마스터 듀오미터 크로노그래프‘듀얼 윙(두개의 날개)’을 갖고 있는 칼리버 380이 장착됐다. 2개의 태엽통이 태엽이 감기는 방향에 따라 시간 또는 크로노그래프 등 두 가지 기능에 동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게 특징이다. 4000만∼6000만 원대.바쉐론 콘스탄틴 | 패트리모니 스켈레톤 퍼페추얼 캘린더퍼페추얼 캘린더와 무브먼트를 잘 감상할 수 있도록 뼈대가 투명하게 나타나는 스켈레톤 시계. 에펠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퍼페추얼 캘린더 표시창을 다이얼로 따로 설치함에 따라 크기도 커지고 판독성도 높아졌다. 제네바 홀마크가 찍힌 칼리버 1120QPSQ가 들어가 있다. 플래티넘 1억2500만 원대.해리윈스턴 | 엑센터 퍼페추얼 캘린더1989년에 개발된 ‘엑센터 퍼페추얼 캘린더(윤달 등이 감안된 달력)’의 신제품. 해리윈스턴의 고유한 특징인 3개의 아치 모양을 형상화한 케이스가 화이트 골드로 장식됐다. 케이스는 지름 41mm로 예전보다 조금 커졌다. 크라운으로 조정할 수 있는 타임존(세계 시계)은 컬러 핸드로 표시됐다. 화이트 골드 5500만 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