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틈새 비즈니스
국은 쾌적한 주거환경에다 우수한 교육 여건을 갖추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이 이민 희망 ‘0순위’로 꼽는 곳이다. 정치 경제 사회가 안정적인 데다 한인 교포들이 많다는 점도 미국 이민의 매력 포인트다. 최근 조기 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 이민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양상이다.그동안 미국 유학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부의 명문 사립학교에 자녀를 유학시키기 위해서는 한 해 4000만~5000만 원 이상이 필요한데 어지간한 직장인 1년 치 월급에 해당하는 이 돈을 자녀 교육용으로 쓴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물론 교육 환경만큼은 국내 학교들과 비교해 볼 때 월등히 뛰어나다. 명문 사립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은 미국 주류사회에 쉽게 편입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녀를 동부 명문 사립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심정도 따지고 보면 무리한 욕심만은 아닐 것이다.그러나 무조건 사립학교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미국에는 사립학교를 능가하는 수준의 공립학교들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산층까지 조기 유학 열풍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명문 공립학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데서 비롯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동부의 뉴저지, 버지니아, 메릴랜드와 서부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공립학교가 사립학교보다 수준이 높다. 지난해 미국 내 우수 공립학교 순위를 살펴보면 1위는 앨라배마 주 아이언데일 시에 있는 제퍼슨 컨트리 고등학교가 차지했다. 이 밖에도 100위 안에 캘리포니아 주 소재 고등학교가 무려 7개나 랭크돼 강세를 나타냈다.자녀를 공립학교에 보낼 때 필요한 것은 투자 비자다. 투자 비자는 현지에 사업체를 운영할 때 필요한 비자로 최근 국내에서 투자 비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자녀 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결국 투자 비자는 현지 부동산을 구입하고 자녀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카드라 할 수 있다.투자 비자는 소액이기 때문에 소매 업종이 주류를 이룬다. 대표적 업종은 세탁소, 스낵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등으로 전문성을 요하지 않고 자금 회전이 빠르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가게 임대료도 저렴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비교적 적게 든다.작년 초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버지니아로 이사한 주부 박모(48) 씨는 이들 소규모 점포의 사례를 잘 보여준다. 그녀가 이사를 결정한 이유는 자녀 교육 때문이었다. 자녀들이 다니던 LA의 교육 환경이 생각만큼 좋지 못한 데다 운영 미숙으로 식료품점이 큰 손해를 봤던 것. 버지니아로 와서 그녀가 선택한 업종은 셀프 세탁소로 식료품점보다 품이 덜 들고 직원을 많이 고용할 필요도 없었다. 대신 그녀는 점포 위치를 정하는 데 주안점을 뒀고 결국 주택가와 쇼핑몰의 중간 지점에 가게를 얻었다.가게 임대료와 기계 대여료, 관리인 급여 등에 들어간 돈은 35만 달러였다. 현재 그녀는 셀프 세탁소에서 매달 5000달러 이상 수입을 올리고 있다.자녀 교육 여건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조만간 그녀는 투자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올 생각이다. 그녀는 영주권 신청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자녀들이 영주권자이면 학생비자 신분일 때보다 저렴하게 주립대학에서 교육받을 수 있고 졸업후 취업도 수월하다.투자 비자는 신청자의 여력에 따라 규모가 달라질 수 있지만 가급적 초기 투자 비용이 적은 비즈니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미용 용품 전문점과 액세서리 점 등은 초기 자본이 적게 들고 그다지 전문성을 요하지 않는다. 주유소는 최소 50만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만약 그 이하 돈으로 투자할 생각이라면 시 외곽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투자자는 점포 관리만 하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직접 투자가 부담된다면 지분 투자 방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한식 전문점과 일식집을 짓기 위한 프로젝트가 많다. 51% 이상의 지분만 보유하고 있으면 투자 비자를 얻을 수 있어 운영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만약 한국에서 회계사, 변호사, 간호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면 취업 비자를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취업 비자를 발급받아 근무하다가 추후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도 있다. 다만 미국에서 활용가능한 자격증을 별도로 취득해야 한다.취업 비자는 기본적으로 2년 정도의 경력을 필요로 한다. 4년제 대학에서 해당 분야를 전공했으면 취업 비자를 발급받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만약 2년제 대학을 나왔다면 동일 업종에 6년 이상, 고등학교 졸업자는 12년 이상 근무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미국 내에서 한인들이 비교적 쉽게 취업되는 곳은 모기지 융자 중개와 부동산 중개 서비스 업체다. 이들 분야는 각 시 정부가 공인한 민간 기관에서 별도의 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정보기술(IT) 분야도 미국 내에서 취업 비자가 잘 나오는 업종으로 분류된다.그렇다면 미국 이민 시 주의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가장 믿을 만한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여건만 허락된다면 여러 차례 현지를 방문해 투자 유의점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또 가급적이면 투자자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분야를 선택해야 투자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미국 이민의 성공은 현지 적응과 직결돼 있다.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꾸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낫고 한인 거주지역만 고집하지 말고 백인, 흑인 등 다인종 거주지역으로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좋다.투자 이민 전문 업체 휴메나 레솔루션의 크리스티나 부장은 “거주는 한인 밀집 지역에서 하되 비즈니스는 그 외의 지역에서 하는 경우가 성공 확률이 높다”면서 “백인, 히스패닉, 흑인 등 어떤 인종을 대상으로 사업을 할지도 미국 투자 시 중요하게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조언했다. 백인 밀집 지역은 치안은 좋지만 집값과 가게 임대료가 비싼 것이 흠이며 흑인, 히스패닉계 지역은 상황이 정반대다. 집은 당장 구입하지 말고 3개월가량 임대한 후 결정하는 것이 안전 투자의 지름길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