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미향이 넘치는 지안프랑코 솔데라
"비욘디 산티(Biondi-Santi), 체르바이올라, 체르바이오나 등은 다 있어요. 그런데 손님께서 찾으시는 건 없네요. 죄송합니다. 그건 좀 구하기 힘들어요.” 가게 주인은 못내 아쉬워했다. 여기는 몬탈치노. 일주일 전 피렌체에서도 마찬가지였다.독자들은 과연 이 와인이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다. 이 와인은 바로 솔데라다. 솔데라는 비욘디 산티보다 더 구하기 힘들다.지안프랑코 솔데라(Gianfranco Soldera)는 밀라노에서 보험중개업을 하다 문득 자기 이름의 와인을 만들고 싶어졌다. 이탈리아의 성공한 사업가들이 그러하듯. 그는 우선 피에몬테로 달려갔고 여의치 않자 이번에는 베네토로, 그러다 찾은 곳이 몬탈치노다. 그는 브루넬로에 남은 인생을 걸었다. 브루넬로는 산지오베제의 변종으로 몬탈치노가 고향이다. 그는 타벨넬레(Tavelnelle) 지구의 황량한 풀밭을 1972년에 매입해 35년 만에 몬탈치노의 간판 양조장으로 변화시켰다. 카제 바세(Case Basse)라 불리는 양조장 전체 면적은 25헥타르이지만 포도밭은 9헥타르 정도. 포도밭 전체가 숲이나 개울로 싸여 있다. 지극히 자연에 가까운 포도밭이다. 개울을 건너면 안젤로 가야의 양조장이 있다.“포도나무 버팀목 위의 저 상자들은 무엇인가요. 많기도 하네요.”“아, 그거요. 새 집이에요. 포도가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해충을 막기 위해 수백 개의 새 집을 설치했어요. 대학의 연구팀이 매년 새의 생태를 연구하기도 합니다. 모든 새 집에는 실제로 새가 살고 있지요.” 카제 바세에는 새 집 설치 외에도 퇴비를 직접 만들고, 장미를 곳곳에 재배하며 양봉도 한다. 한쪽에 지은 주택 근처에는 아기자기하게 단장된 정원이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온통 식물 천지다. 포도나무가 끝도 없이 줄 서 있는 대규모의 반피와는 사뭇 비교되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원예학적으로 아름답게 꾸민 포이악의 피숑 라랑드나 소테른의 레이몬드 라퐁에 비할 만하다. 그의 딸 모니카의 안내를 받아 포도밭을 돌아보던 중 그녀는 흙을 한 줌 쥐어 보였다. 물기를 흠뻑 먹고 있는 흙덩이를 손가락으로 세차게 문지르니 가늘게 부서졌다.“이곳의 토양은 미네랄이 풍부합니다. 보통 덩어리를 이루고 있으며 수분도 잘 흡수하죠. 기후는 점점 더워지지만, 이런 토양 덕분에 매년 훌륭한 포도를 거둡니다. 특히 가물어 메마를 적에도 여기는 어느 정도 안심이랍니다.” 그녀는 퍽이나 의기양양해 하며 솔데라의 개성을 설명하려 했다. 그 토양은 태고 적 바다가 융기해 조성된 땅 덩어리의 구성 요소로서 포도 재배에 적합하다. 솔데라의 자연 친화적인 포도밭 관리는 양조장 운영 방침과도 맥이 통한다. 현대적 스타일로 치닫는 많은 이웃들과는 대조적으로 솔데라는 바리크를 전혀 쓰지 않는다. 150헥토리터 혹은 75헥토리터 용량의 캐스크에서 와인을 묵힌다. 캐스크는 온도 조절도 하지 않는 극히 자연스러운 방식을 취한다. 4년 후에는 일반 브루넬로로, 5년 후에는 리제르바로 탄생하며 9개월간의 병 숙성 후에 출시된다. 시장에서 지금 팔리는 빈티지는 2000년산이다. 습기 충만하고 서늘하다 못해 추운 듯한 지하 셀러에서 통 속에 든 다섯 빈티지를 차례로 시음했다. 시음하는 동안 자코모 콘테르노의 몬포르티노(Monfortino)가 떠오른 것은 우연일까. 그녀에게 그 느낌을 얘기했더니 그 집안과 친하다며 반색했다.솔데라는 백합이란 뜻도 지니는데, 와인 맛을 보면 그 뜻이 더 잘 통한다. 그 맛은 한마디로 순수한 맛이다. 백합처럼 순수하고 단순한 맛. 포도즙 외에 어떤 것으로도 치장하지 않으며 순진무구함과 간결함이 넘친다. 거칠고 단단한 브루넬로 포도로 이런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와인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포도가 완벽하게 익어야 하고, 그 포도의 타닌과 산도를 양조장에서 잘 다스려야 한다. 색은 투명한 붉은 색이며 맑고 정결하다. 이런 수준의 와인은 몬탈치노에서 찾기 힘들다. 아주 드물다. 오직 자연에만 매달려야 이러한 자연스러움을 와인에 담을 수 있다.솔데라는 비욘디 산티를 벤치마킹한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비욘디 산티는 지난 120년간 브루넬로의 종가로서 자연스러운 브루넬로의 맛을 연구해 왔기 때문이다. 솔데라의 깊고도 간결한 맛은 최근의 신간 ‘앗 뜨거워’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흔히 단순하다는 말은 쉽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주방장이 그 말을 터득하는 데는 한평생이 걸린다.”이 때문에 솔데라를 시기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여기에는 주인의 괴팍한 성격도 한몫했겠지만, 그 와인이 그 단순함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 아닐까. 30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브루넬로의 최고라는 평가를 얻었지 않은가. 평가의 결과는 가격이다. 이미 안젤로 가야의 부르넬로를 능가하며, 빈티지에 따라 비욘디 산티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뉴욕 경매장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한 가지 조심할 것은 시음 중에는 절대 뱉을 수 없다는 사실. 오직 와인이 상했을 때만 뱉는 것이 규칙이다. 그는 4년 전에 밀라노 회사를 처분하고 몬탈치노에 완전히 정착했다. 쌍둥이를 포함해 4명의 딸과 함께 그는 오늘도 멜빵바지를 입고 자연으로 나간다.이탈리아 몬탈치노 = 글·사진 조정용 아트옥션 대표©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