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에서 물 온도 양분은 땅 속에 있어 음기(陰氣)라 하고, 공기 빛 온도는 땅 위에 있어 양기(陽氣)라 한다. 즉,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터란 음기와 양기가 모두 충분하고도 알맞은 것을 말하는데, 풍수학은 음기가 충분한 터를 혈이라 부르고, 양기를 알맞게 취할 수 있는 방위를 좌향이라고 한다.이처럼 양기는 땅 위에서 받는 생기로, 바람 온도 햇빛 같은 요소가 복합된 개념이다. 남쪽 산기슭과 북쪽 산기슭에 자라는 나무를 관찰해 보면 성장 면에서 차이가 나지 않고 똑같다. 따라서 일조량이 많아야(남향) 나무가 오래 살고, 적으면(북향) 오래 살지 못한다는 가정은 틀린 것이며 생물체가 살기에 필요한 햇빛은 남향이든 북향이든 관계가 없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햇빛도 선택 시 고려할 대상은 아니다.하지만 땅 위를 흘러 다니는 바람은 다르다. 풍수학에서는 움직이는 바람과 물을 함께 수(水)라고 부른다. 즉, 수는 양기인 바람과 물을 통칭한 개념이며 우리가 보고 마시는 물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그런데 바람과 물[수(水)]은 냉혹할 정도로 일정한 순환 궤도를 돌면서 땅의 모양과 지질적 환경을 변화시키며, 나아가 그 터에 사는 생물의 생명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풍수학에서 방향을 중시하는 것은 바람과 물(지하수 포함)의 순환 궤도를 파악해 그중에서 좋은 것을 선택하자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향이어야 겨울에 햇볕이 잘 들고 따뜻하다는 일반적 통념과는 사뭇 다른 특징을 보인다. 바람은 민들레가 종족 보전을 위해 자신의 씨앗을 바람에 실어 보내 결실을 보듯 자연의 순환을 돕는 생명의 기운이긴 하지만, 한 방향에서 계속 불어온다면 바람으로 인해 흙과 초목의 수분이 증발해 말라죽으며 사람 역시 공기에 포함된 다량의 산소로 인해 각종 풍병(風病)을 앓게 된다. 그래서 어떤 한 장소에서 생물이 가장 건강하게 성장해 결실을 보기에 적당하고도 알맞은 양의 양기를 취할 수 있는 방위가 바로 향(向)이다. 좋은 양기를 취하기 위해서는 좋은 향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고, 풍수 경전 ‘지리오결’에서는 득수와 파, 그리고 양기의 흐름에 따라 ‘88향법’으로 법칙화했다.따라서 풍수학의 두 축 중 하나는 물을 알맞게 품은 흙덩어리를 찾는 것이고(길지·명당), 하나는 그 위로 부는 바람 중에서 알맞은 양의 양기를 취할 수 있는 향을 선택하는 방법론이다.“나는 매화를 볼 때마다 항상 말할 수 없이 놀라운 감정에 붙들리고야 마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으니, 왜냐하면 첫째로 그것은 추위를 타지 않고 구태여 한풍(寒風)을 택하여 피기 때문이오, 둘째로 그것은 그럼으로써 초지상적인, 비현실적인 인상을 내 마음 속에 던져주기 때문이다.”기품이 빼어나 선구자적 성격을 지닌 매화를 예찬하는 김진섭 선생의 글이다. 아름다운 혈을 찾았다 하더라도 풍수는 주변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향(向)을 놓아야만 자연의 이기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이것은 매화에서 풍기는 청초한 향기와도 같은 풍수의 정수다. 묘나 주택의 좌향을 정하는 방법으론 풍수학파 중 이기론을 제외하고는 원칙이 없다. 일절 언급이 없고, 그저 산줄기가 끝날 때의 방향으로 정하라고 한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안대(案對)라 해 조산과 안산의 봉우리와 무덤의 방향을 일치시킨다. 하지만 풍수학파 중 이기론은 좌향론(坐向論)이라 부를 만큼 방향을 중요하게 여긴다.‘지리오결’에서는 ‘천리 강산이 오직 향 속에 있다(千里江山一向間)’는 말을 인용하며 향을 용혈사수(龍穴砂水)의 집합점이라고 주장했다. 이기론에서 설명하는 향법은 현장 풍수에 즉시 적용되며, 이론대로 향을 잡았을 경우는 대개가 앞 쪽으로 산세가 수려한 산이 마주 보인다. 좌향론은 양균송이 말한 가난을 구제하는 비법으로 아침에 가난하던 사람이 저녁에 부자가 되었다는 술법이다. 용의 생기가 충만하면 지극히 부귀해지고, 용에 생기가 없더라도 향을 제대로 놓으면 부귀하지는 못하더라도 후손만은 면면히 이어진다. 이는 향의 좋음이 능히 용의 흉함을 구제하기 때문이다.이렇듯 중요한 향은 이론이 몹시 까다롭고 어렵다. 자연의 순환 원리는 냉혹할 정도로 일정한 궤도상에 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산천 형상으로 묘나 주택의 좌향을 잡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사람의 기대에 불과할 뿐이지, 자연과는 상관없는 일이다.풍수학에서 주택을 지을 때 가장 무서운 재앙으로 여기는 것이 용상팔살(龍上八殺)이다. 이것은 산세가 뻗어온 방위에 따라 향을 놓아서는 안 되는 방위를 가리키며, 이것을 거스른다면 한 집도 남김없이 재앙을 받아 절손과 패가(敗家)가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어느 마을이나 흉가로 불리는 집이 있고, 대개는 용상팔살을 범한 경우에 해당됨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집의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 한 쪽 방위에서 줄기차게 불어옴을 뜻한다. 바람은 온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부는데, 산소로 인해 흙은 부서지고 사람 역시 풍병에 시달린다.그것을 팔요풍(八曜風)이라 부르며, 무덤 뒤로 둥글게 쌓은 내성(활개)도 봉분으로 침입하는 팔요풍을 방지하기 위해 쌓은 것이다. 팔요풍이 불어오는 방위로는 주택의 향을 놓아서도 안 된다. 따라서 생기가 응집된 명당을 찾았다면 화룡점정(畵龍點睛) 같이 향법을 적용해 마무리를 한다. 명당에 올바른 향을 놓을 수 있다면 바로 최고의 명사(明師)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