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투자 상품이 그렇듯 부동산도 속설과 소문에 민감하다. 특히 3과 7이라는 숫자에 대한 선호도는 높은 반면 4나 6과 같은 숫자는 가급적 피하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3에 사서 6에서 팔라는 투자 격언이 떠돌고 있다. 요즘 상황만 놓고 보면 틀린 소리는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3과 6이라는 숫자는 부동산 시장에 있어선 호재와 악재를 나누는 분수령이다.현행 세법상 6억 원 이상 주택은 고가 주택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6억 원이 넘느냐, 넘지 않느냐에 따라 투자 환경이 180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건설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688만 가구(공시가격 기준) 중 6억 원 이상인 아파트는 14만 가구(2.1%)로 조사됐다. 6억 원 이하 아파트의 가격대는 △1억 원 이하 411만 가구(59.7%) △1억~3억 원 219만 가구(31.8%) △3억~6억 원 43만9000 가구(6.4%)였다.기준 시가가 6억 원이 넘어 고가 주택으로 분류되면 당장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납부 대상이 된다. 당초 종부세가 도입될 당시만 해도 부과 기준은 9억 원이었지만 지난 2005년 8·31대책 이후 6억 원으로 낮아졌다. 종부세는 매년 12월 말 부과되며 올해는 0.8%의 세율로 세금이 부과된다. 내년부터는 세율이 1%로 인상돼 고가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6억 원 이상인 주택은 재산세도 늘어난다. 3억~6억 원짜리 주택의 재산세 상승률은 10%로 제한돼 있다. 가령 지난해 재산세를 30만 원 냈다면 올해는 아무리 올라도 33만 원을 넘지 않는다. 3억 원 이하 주택은 세 부담 상한율이 연 5%다. 이에 비해 6억 원 이상 주택은 세 부담 상한선이 50%로 월등히 높다. 만약 지난해 재산세로 50만 원을 냈다면 올해는 최대 75만 원을 재산세로 내야 한다.6억 원에 워낙 많은 규제가 엮여 있다 보니 6억 원이 넘는 아파트들의 거래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조사한 ‘2006년 아파트 실거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실거래가 6억 원 이상인 고가 아파트는 2.4%에 불과했다. 서울의 경우 6억 원 초과가 2만164가구로 전체 거래의 10.3%를 차지했고, 3억 원 초과는 7만1077가구(36.1%)였다. 경기도에서는 6억 원 초과가 7184가구(1.9%), 3억 원 초과는 4만8204가구(12.9%)였다.고가 주택으로 지정되면 역모기지론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역모기지론은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일정 금액을 연금식으로 받는 장기주택저당 대출을 의미한다. 정부는 역모기지론 대상을 65세 이상 고령자가 보유한 6억 원 이하의 주택으로 규정했으며 지급 기간은 15~20년이다. 주택금융공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보금자리론 대출도 6억 원 이하 주택만 해당된다. 6억 원 이하 주택의 경우 집값의 70% 범위에서 최고 3억 원까지 대출해주며 금리는 연 5.75~6.4% 수준이다.1가구 1주택자가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를 면제해 주는 것도 6억 원 이하 주택만 가능하다. 따라서 집값이 6억 원이 넘으면 아무리 장기 보유했어도 양도세를 면제받지 못한다.더군다나 지난 3·30대책으로 투기지역 내 6억 원 이상의 주택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받는다. 집을 담보로 대출받으려면 지불 능력에 대해서 금융사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또한 거래 시 내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집값이 6억 원부터는 달라진다. 현행 부동산중개법에 따르면 2억~6억 원 주택은 거래금액의 0.4%를 수수료로 받도록 돼 있는데 비해 6억 원 이상 주택은 0.2~0.9%를 중개업자와 거래당사자가 협의해 결정한다. 현실적으로 대부분 0.9%를 적용하는 걸 감안하면 고가 주택 지정에 따른 수수료 부담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더욱이 요즘과 같은 침체기에는 6억 원 이상 주택의 경우 내림 폭이 더 크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인 부동산 114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수도권의 6억 원 초과 아파트는 2월 0.1% 하락한데 이어 3월에도 25일 현재 0.18%나 빠지는 등 하락폭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반면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1분기에 평균 1.88% 올라 대조를 보였다.상대적으로 3억 원 이하 주택에는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다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각광받고 있는 장기 임대사업도 소유한 집들이 모두 3억 원 이하일 때만 가능하다.장기임대사업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국민주택 이하 규모(전용면적 25.7평)이면서 공시지가 기준으로 집값이 3억 원 이하여야 하며 10년 이상 장기로 보유해야만 한다. 이럴 경우 재산세가 적게 부과되고 양도세도 비과세된다. 부부간 명의 변경을 통해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3억 원 미만의 주택은 증여세를 면제받는다.또 광역시 내 읍면 단위와 각 도에 속한 주택들 중 기준시가가 3억 원 이하인 주택은 2채 이상 보유하고 있어도 1가구 2주택 중과세 대상에 적용받지 않는다. 현재 수도권에서 3억 원 이상 주택을 2채 보유하고 있으면 1가구 2주택자로 간주돼 양도 차익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이런 요인들 때문에 3억 원과 6억 원 간 온도차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금액상으로는 불과 3억원 차이지만 현재로선 6억 원짜리 주택을 한 채 갖고 있는 것보다 3억 원 이하짜리 주택을 두 채 갖고 있는 것이 투자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예컨대 서울에 6억 원짜리 아파트가 있다고 치자. 재산세의 경우 시세의 50% 선에 과표율을 적용받는다. 1억 원 이상의 주택이면 세율은 0.5%이며 여기서 누진 공제율 26만 원을 빼면 이 집에 부과되는 재산세는 124만 원이다. 이에 비해 3억 원짜리 집을 2채를 갖고 있다면 부과되는 재산세가 98만원 에 불과하다.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6억 원으로 규정한 현행 고가 주택 기준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고가 주택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76년 건축 면적이 100평 이상이며 양도가액이 5000만 원인 주택을 기준으로 삼으면서부터다. 이후 고가 주택 기준은 1989년 아파트 전용면적 165㎡ 이상 양도가액 1억8000만 원 이상으로 확대됐으며 1990년에는 165㎡ 이상 양도가액 5억 원 이상으로 바뀌었다. 이어 1999년엔 면적 165㎡ 이상에 실거래가액 6억 원 초과로 바뀌었으며 면적에 상관없이 실거래가 6억 원 이상으로 정해진 것은 2002년이다.문제는 최근 2~3년 사이 엄청난 부동자금이 몰리면서 6억 원 이상의 고가 주택이 예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실제로 부동산정보협회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실거래가가 6억 원 이상인 아파트는 29.9%로 집계됐다. 3채 당 1채 꼴로 고가 주택인 셈이다. 고가 주택의 기준이 몇 년째 6억 원에 머물러 있다 보니 고가 주택 규제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도 늘어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