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초 사회책임 펀드…지속성장 기업에 투자
SH자산운용의 ‘Tops아름다운SRI주식형펀드’는 국내 최초의 사회책임투자(SRI) 펀드로 2005년 11월 15일 출시됐다. 순자산 규모가 4월 10일 현재 1103억 원으로, 이제 막 1000억 원을 넘어서 중형급 펀드로 성장 중이다. 설정일 이후 수익률은 25.29%다. 이는 같은 기간 벤치마크(코스피지수 95%+CP 5%) 수익률 18.67%보다 6.62%포인트 높은 성과다.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펀드는 기업의 지속 성장에 필요한 환경적 책임, 사회적 책임, 기업 지배 구조라는 세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투자 기업을 선별해 편입하는 펀드를 말한다. 일반 펀드는 재무제표상에 나타난 수치를 중시하는 데 비해 SRI 펀드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환경적 책임(Environmental Responsibility),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투명한 기업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무형 자산과 가치에 주목, 지속 성장이 가능한 종목에 투자한다.이 같은 방식을 활용한 투자는 큰 인기를 끌어 전 세계적으로 관련 펀드 규모가 약 3500조 원(2005년 말 기준)에 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2200조 원으로 미국 내 전체 펀드 투자액의 12.5%가 SRI 펀드에 편입돼 있다. 유럽에서도 1300조 원이 SRI 펀드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아시아는 이제 막 초기 시장을 형성하며 2조 원가량이 투자돼 있는 상황이다.한국에서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1500억 원을 SRI 펀드에 투자했고, 올해도 1500억 원을 추가 집행했다. SH자산운용은 국민연금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500억 원을 아웃소싱 받아 운용 중이다.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SRI 펀드 투자를 늘릴 것으로 관측되는 등 국내 SRI 펀드 시장도 점진적으로 덩치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시장 규모를 올해 1조5000억 원, 2011년 4조5000억 원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이미 신한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지속 가능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 가능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도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PCSD)에서 부처간 협의를 통해 관련 과제를 시행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SRI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SRI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이 같은 운용 철학이나 방식 때문만이 아니다. SRI 펀드들이 결과적으로 다른 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SRI 투자 방식으로 운용하는 영국과 미국의 연기금 및 뮤추얼 펀드 등이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는 1994년부터 2006년 4월까지 MSCI월드인덱스보다 연평균 7%가량 초과 수익을 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가 수익률에서도 우수하다는 게 경험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이제 기업의 사회 공헌은 거스를 수 없는 화두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표준기구(ISO)는 2008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 lity)지수인 ‘ISO26000’을 도입할 예정이다. MS 인텔 소니 IBM 필립스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에 소홀한 협력업체의 부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동 선언하기도 했다.SRI 펀드의 성패는 제대로 된 지속 가능 기업을 골라내는 작업에서 결정된다. ‘Tops아름다운SRI주식형펀드’는 투자 가능 기업군을 선정하기 위해 ‘듀얼 스크리닝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업의 재무 분석은 리서치 팀이 수행하고, 지속 가능성 분석은 외부 전문기관인 에코프런티어와 리서치 팀이 공동 심사해 이중으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는 ‘지속가능성 평가’란 환경·사회·경제적 책임 정도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환경적 책임은 공해·오염 등 환경 침해 요인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사회적 책임은 여성·장애인 고용, 하청업체와의 동반 성장을 위한 노력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또 경제적 책임은 이익 창출 과정에서 공정 경쟁, 투명 경영, 기업 지배 구조 등에 문제가 없는지 판단한다.이 세 가지 기준에 의한 평가를 점수화해 산업별로 우수한 기업군을 선정하고 투자한다. 이렇게 기업을 선정하다 보면 대체로 대형주 우량주 위주의 포트폴리오가 구성될 때가 많다. 하지만 일반 대형주 펀드와 차별되는 것은 유한양행처럼 중소형주이면서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평가되는 종목들이 적극적인 편입 대상에 선정되고 이런 차이가 수익률의 차별화로 나타난다는 게 SH운용 측의 설명이다.이 펀드는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지수보다 초과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SRI 펀드에 포함되는 종목들은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당연히 단기 투자보다는 장기 투자의 시각으로 바라 봐야 한다. 이 펀드는 ‘멀티클래스’ 펀드로 운용되는데 납입 금액이 10억 원 미만일 경우 클래스A펀드로, 10억 원 이상일 때는 클래스B로 가입하게 된다. 클래스A펀드는 0.5%의 선취 판매 수수료와 총보수 1.83%를 부과한다. 클래스B는 0.2%의 선취 판매 수수료를 내며 총보수는 1.63%다.이렇게 징수되는 운용·판매보수에서 각각 1.7%를 떼어내 사회 공헌 기금으로 조성하고 공익 사업에 사용한다. 펀드 가입 시 수수료를 미래 내기 때문에 언제 해약하더라도 중도 환매수수료는 없다.김우식 SH자산운용 주식운용3팀장은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며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SRI 펀드는 안정적인 노후 생활 자금이 필요한 투자자나 장기적으로 지수를 초과하는 수익을 내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