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를 몰아보면 왜 슬로건이 ‘우아한 힘’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기존 수입 자동차와는 뭔가 다른 역동적인 파워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인피니티의 아이덴티티이기 때문이죠. 이런 면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됐기에 빠른 시간 내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그렉 필립스 한국닛산 사장은 인피니티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인피니티의 지난해 실적은 놀라움 그 자체다. 1712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222.4%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수입 차 브랜드로는 최단 기간인 10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1000대를 넘어섰다. 또 작년 하반기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서 출시한 뉴G35세단은 출시 2개월 만에 400대를 돌파하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물론 2005년 하반기부터 판매를 개시했기 때문에 성장률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있지만 후발 주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당당히 수입 자동차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20년 동안 군인으로 근무한 때문인지 필립스 사장은 인터뷰 내내 팀워크를 많이 강조했다. 그는 틈만 나면 “우리의 능력은 개인적으로는 그저 뛰어난 정도지만 하나로 뭉치면 천재가 된다”며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다. 12년 간 미 2사단 소속으로 동두천, 용산, 부평에서 근무한 덕분에 필립스 사장은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 여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그에게 우리나라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필립스 사장을 2007 서울 모터쇼 기간에 일산 국제무역전시장(KINTEX) 내 인피니티 부스에서 만나봤다.한국닛산 사장으로 부임한 지 두 해째 접어드는데요. 한국 시장과 다른 나라 자동차 시장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까.“제가 한국닛산 대표이사직을 맡은 것이 지난해 5월 1일이니까 이제 만 1년이 다 되었군요. 한국 사람들은 해외 경험이 많아 수입 차에 대해 별 부담감을 갖지 않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은 자동차를 선택할 때 성능 디자인 등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제품의 질이 좋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인피니티가 좋은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한국닛산의 판매실적에 대해 본사의 반응은 어떻습니까.“본사도 놀라는 눈치입니다. 이 정도의 판매 실적을 기록할지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큽니다. 지난해 10월 뉴 인피니티 G35세단을 전 세계 처음으로 한국에서 런칭한 것은 한국 시장에 대한 본사의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한국에서 연일 선전을 거두고 있어 이번에도 G37쿠페를 뉴욕 모터쇼와 동시에 공개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인피니티는 애프터서비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인피니티의 애프터서비스는 TOE(Total Ownership Experience) 방식을 추구합니다. 인피니티는 구매 후 기간 및 주행 거리 등에 따라 무상 점검 및 차량 서비스, 일 대 일 맞춤형 서비스, 24시간 긴급 서비스, 무상 대차 서비스 등을 고객들에게 제공합니다. 구매 후 4년 혹은 주행거리 10만 km 이내에 차량 결함이 발생할 경우 교통편 안내 및 숙박시설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개런티 서비스’는 수입 차 업계 최초로 선보인 획기적인 서비스입니다. 또 우리는 롯데면세점 리무진 및 쇼핑 에스코트 서비스, V1카드 멤버십 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하지만 혼다, 도요타에 비해서는 아직 판매가 부진합니다. 특히 혼다와의 경쟁에서는 다소 밀린다는 반응도 있습니다.“혼다와 렉서스와 인피니티는 같은 일본 브랜드라는 것 외에는 추구하는 방향성과 브랜드의 특징, 타깃 고객 등 많은 부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인피니티만의 고객을 찾아나가는데 더욱 노력할 생각입니다.”르노삼성과의 전략적 제휴는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르노닛산의 제휴 관계로 르노삼성과 한국닛산은 전략적인 관계임에는 틀림없지만, 르노삼성과 인피니티는 추구하는 방향성이나 타깃 고객, 브랜드 특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서는 제휴와 관련해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일본닛산의 국내 진출 계획은 있습니까.“아직 닛산 브랜드의 자동차를 한국 시장에 들여올 계획은 없습니다. 지금은 인피니티 브랜드를 확고하게 정착시켜 국내 수입 차 시장에서 ‘톱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닛산자동차 북미 브랜드인 인피니티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요즘 FTA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는데요, 인피니티는 북미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이지만 미국 현지에서 제작되고 있는 차는 대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인 QX56뿐입니다. 나머지는 일본 현지에서 생산되고 있죠. 따라서 FTA가 발효된다고 해도 인피니티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혼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속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인피니티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닛산은 지난해 12월 친환경 경영 프로그램 ‘닛산 그린 프로그램 2010(NGP 2010)’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내연기관이 자동차의 주된 원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해 동력 전달 장치의 효율성을 향상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3리터의 휘발유로 100km 주행이 가능한 ‘3리터 승용차’를 개발하기 위해 신개념의 동력 전달 장치(파워트레인)를 개발 중입니다. 이를 토대로 닛산은 2010년 출시를 목표로 닛산 고유 기술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카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전기 동력 전달 장치의 핵심 기술 요소인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 생산, 판매하는 회사도 조만간 설립할 계획입니다.”올해 생각하시는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우선 올해 목표량을 2400대로 확정했는데 지금까지 분위기로 본다면 목표 달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올 초 SK네트웍스를 분당 딜러로 맞이하는 등 판로 확충에 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2010년 내 한국 수입 차 시장의 ‘톱 5’에 진입하는 것도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특히 올해는 문화 공연과 연계된 행사를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시장에서 김중만 사진전을 개최하고 국내 초연되는 ‘태양의 서커스-퀴담’을 공식 후원하는 등 문화 예술과 연계한 활발한 럭셔리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한 크루즈 이벤트, 롯데면세점 리무진 서비스 등의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실시할 계획입니다.”필립스 사장은 국내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대표적인 지한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고 시간이 날 때면 어떤 취미생활을 하는지 궁금합니다.“12년 간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면서 한국의 1970년대와 1980년대, 그리고 현재의 모습까지 변화하는 모습을 쭉 지켜봤습니다. 한국은 정말 짧은 기간에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자연 경관의 아름다움은 또 어떻습니까. 부산에 매장이 있어 종종 가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비행기보다 KTX를 타면서 부산에 가는 것을 즐깁니다. 평소 시간이 나면 아내와 함께 국내 명소를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합니다. 또 아이들과 하이킹을 하거나 스노보드, 수상스키, 크로스컨트리 등 활동적인 야외 스포츠를 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힘의 원천이며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