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 높은 골프규칙 많아

드라이버 샷이 오른쪽으로 날아가더니 OB가 났다. 이 경우 골프 규칙은 1벌타를 받은 뒤 티잉 그라운드에서 다시 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3타째가 된다. OB는 이처럼 워터해저드나 언플레이어블 볼과는 달리 ‘스트로크와 거리의 벌’을 동시에 받는다. 이를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골퍼는 한 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골프 규칙에는 엄연히 ‘OB는 1벌타 후 원위치에서 다시 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총 34개 조와 부칙으로 돼 있는 골프 규칙은 개별 조항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가 있다. 대부분 골퍼들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그 조항이 명시된 것은 연유와 타당성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퍼 중에는 현재의 골프 규칙 중 일부는 불합리하기 때문에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USGA(미국골프협회)와 R&A(영국왕립골프협회)가 4년마다 골프 규칙을 부분적으로 개정하고 있는 데서 보듯 골프 규칙이 완전하지 못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골퍼들은 현재의 골프 규칙 가운데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 있을까.◆퍼트라인상의 스파이크 자국을 수리할 수 없다.퍼트라인상에서 수리할 수 있는 것은 ‘피치 마크(볼이 그린이 낙하하면서 만든 자국)’와 예전에 홀을 팠다 메운 자국뿐이다. 스파이크 자국을 수리하면 2벌타가 따른다. 그러나 플레이를 거듭할수록 앞 조가 남긴 스파이크 자국은 많아지게 마련이다. 앞 골퍼들이 남긴 자국을 뒤 골퍼들이 감수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논리다. 이 조항은 아마추어나 프로 골퍼나 모두 개선해야 할 규칙 중 으뜸으로 꼽혔다.◆볼이 ‘디보트 홀’에 멈출 경우 그대로 쳐야 한다.친 볼이 이미 파인 ‘디보트 홀’에 쑥 잠겨 있을 경우 억울한 심정이 든다. ‘왜 앞 골퍼들이 남긴 자국으로 인해 내가 피해를 보아야 하는가’는 불평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규칙은 볼이 디보트 홀에 빠져도 그 상태대로 쳐야 한다. 규칙을 개정할 때 이 부분이 반영돼야 한다고 보는 아마추어들은 두 번째로 많았고, 프로들도 여섯 번째로 꼽았다.◆OB가 나면 스트로크와 거리의 벌을 받아야 한다.친 볼이 OB가 나면 1벌타를 받고 원위치에서 다시 쳐야 한다. 그래서 OB를 ‘스트로크와 거리의 벌’이라고 한다. 볼이 멈춘 근처에서 칠 수 있는 워터해저드나 언플레이어블 볼과는 다른, 엄한 벌이다. 그래서 골퍼들은 OB의 벌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아마추어들은 개정해야 할 규칙 세 번째로, 프로들은 여덟 번째로 이 조항을 들었다.◆그린 밖에서 퍼트를 하는데 플레이선상의 스프링클러 덮개는 구제받지 못한다.볼이 그린을 갓 벗어난 지점에 멈췄다. 퍼터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듯한 상황이다. 퍼터로 치려는데 공교롭게도 플레이선상(볼∼홀에 이르는 선)에 스프링클러 덮개가 있다. 퍼터로 치면 볼이 그 위를 지나가야 하는데, 그로 인해 볼이 굴절될 것 같다. 이 경우 현재의 규칙으로는 구제받을 수 없는데, 앞으로 규칙 개정 때 반영해 달라는 얘기다.◆벙커 내 ‘루스 임페디먼트’는 제거할 수 없다.볼이 벙커에 빠졌는데 그 옆에 ‘루스 임페디먼트(돌멩이·나뭇잎·솔방울 등의 자연 장애물)’가 있다. 규칙상 볼과 루스 임페디먼트가 동일 해저드에 있을 경우 치기 전에 루스 임페디먼트를 제거할 수 없다. 위반하면 2벌타다. 볼 뒤에 돌멩이가 있어 치면 위험할 경우라도 치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병마개·비닐봉지·고무래 등 ‘움직일 수 있는 인공 장애물’처럼 루스 임페디먼트도 해저드 내에서 치울 수 있기를 바라는 골퍼들이 많다.◆워터해저드에 들어갈 경우 해저드 뒤에 드롭해야 한다.해저드라도 노랑 말뚝으로 표시되는 워터해저드가 문제다. 볼이 해저드를 넘어 땅에 맞은 뒤 경사를 타고 뒤로 굴러 해저드에 들어가더라도 1벌타 후 다음 샷을 해야 하는 곳은 해저드 후방이다. 이런 경우 빨강 말뚝으로 표시되는 래터럴 워터해저드처럼 볼이 워터해저드를 넘어간 경계선으로부터 두 클럽 내에 드롭하고 칠 수 있어야 된다는 논리다.◆벙커 내 발자국에 볼이 들어가더라도 그대로 쳐야 한다.디보트 홀처럼 억울한 경우가 아닐 수 없다. 다른 사람이 남긴 자국인데 그곳에 볼이 들어갔다고 해서 그대로 치라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규칙으로는 엄연히 그대로 쳐야 한다. 그래서 각 골프장이나 골프 단체가 자신이 만든 발자국은 반드시 정리하고 벙커를 떠나라고 주문하는 것이다.◆라운드 동안에는 조언을 주고받을 수 없다.골퍼는 라운드 동안 자신의 캐디나, 편을 갈라 할 때 자신의 편에 속한 파트너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요구할 수도 없고 받아서도 안 된다. 위반 시 2벌타다. 그러나 골프의 속성상 곁에서 도움을 준다고 해서 잘 하고, 도움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못하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즐거운 라운드를 위해 자기 캐디나 같은 편이 아니라도 조언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