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시 판매비용 체크해야
펀드 가입자들은 판매자, 펀드 운용자, 수탁자, 회계감사인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에게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투자자들이 자신의 돈을 직접 지불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비용은 펀드에서 나간다. 펀드의 비용은 크게 보수와 수수료 두 가지로 나뉜다. 보수(fee)란 매일 매일 펀드 평가액에서 일정한 비율의 비용을 차감했다가 3개월이나 6개월에 한 번씩 인출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수수료(commission)는 펀드에 가입하거나 환매할 때 한 번만 떼는 비용을 말한다.각종 펀드 관련 비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첫째, 펀드의 운용을 담당하는 자산운용회사에 지급하는 비용을 운용 보수라고 한다. 주식 펀드의 경우 펀드 평가액에서 연간 약 0.5~0.8% 정도를 준다. 자산운용회사는 운용 보수로 펀드매니저의 인건비를 지급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두 번째 비용은 판매 관련 비용이다. 현재 펀드는 금융사를 통해 가입하는 경우와 자산운용회사로부터 직접 가입하는 방법이 있다. 은행 증권 보험사와 같은 금융사를 통해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에는 판매 비용을 물게 된다. 판매 비용은 펀드에 들어갈 때 한꺼번에 지급하는 선취 판매 수수료, 펀드에서 환매해 나갈 때 무는 후취 판매 수수료, 운용 보수처럼 매일 펀드의 평가액에서 지급하는 판매 보수라는 3가지 방법으로 구분된다. 외국에서는 판매 비용이 수수료 형태로 발달해 있지만, 우리나라는 특이하게 판매 보수 방식이 발달해 있다. 현재 주식 펀드의 판매 보수는 연간 약 1~1.8% 받는다. 판매 비용은 전체 펀드 관련 비용 중 70% 정도를 차지한다.셋째 나머지 수탁자 보수, 회계감사 비용 등의 펀드 관리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으로 대략 연간 0.05% 정도 된다.현재 우리나라 펀드 중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공모형 펀드만을 대상으로 펀드의 수수료와 보수를 분석해 보자. 주식 펀드의 경우 운용 보수 평균값이 0.660%였으며, 판매 보수는 1.278%로 운용 보수의 2배에 달한다. 주식혼합 펀드와 채권혼합 펀드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익률이 낮은 채권 펀드와 MMF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이들보다는 저렴했다.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모든 펀드를 평균한 값이므로 일반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가입하는 대형 펀드만을 대상으로 펀드 비용을 재산출하면 좀더 상황은 심각하다. 수탁액이 1000억 원 이상 되는 주식 펀드는 71개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전체 주식 펀드 수탁액의 80.1%를 차지하고 있다.우리나라 투자자들은 규모가 커질수록 펀드 관련 비용이 저렴해지는 ‘규모의 경제’가 성립되지 않는 이상한 결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외국의 경우 펀드가 대형화될수록 비용이 하락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대형 펀드일수록 비용이 많아지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 펀드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 1Class A’라는 2조 원짜리 펀드를 살펴보자.일반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가입한 클래스 A형의 경우 펀드 가입 시 1%의 선취 판매 수수료를 물게 된다. 또 펀드에서 매년 2.251%의 비용을 추가로 물게 된다. 이중에서 판매 보수는 0.9%이며 운용 보수는 0.7%에 달한다. 즉 이 펀드를 구입한 개인 투자자는 첫해에 판매 보수로 약 1.9%를 물고, 운용 보수로는 0.7%, 그 외 기타 비용을 별도로 물고 있다. 물론 이 펀드의 수탁액은 2조 원을 넘어섰지만 비용을 깎아주는 조치는 전혀 없었다.이 같은 국내 펀드 비용을 외국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주식 펀드의 경우 미국은 연 1.13%가 부과되는데 비해 한국은 2.49%로 국내가 미국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또 판매 수수료의 경우 미국은 가입 당시 평균 1.25%를 한 번만 부과한다. 반면 국내 펀드는 연평균 1.4%를 운용 기간 내내 부과해 운용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쉽게 고이윤을 챙기고 있다. 이로 인해 펀드 장기 가입자가 단기 가입자보다 불리한 구조를 가지게 된다.이 같은 수수료 체계에 힘입어 지난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은 모두 6096억 원의 펀드 관련 수수료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펀드 투자자들이 가장 불만을 가지는 부분이 바로 판매 보수 문제다. 금융사 직원들이 별다른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고율의 판매 비용을 징수하는 것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정부가 2004년 법률 개정으로 판매 비용이 없는 펀드를 만들고, 투자자들이 인터넷이나 전화로 구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지만, 이 상품은 아직 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투자자들은 판매 비용을 운용 보수보다 2~3배 높게 물지만 판매 비용이 저렴하거나 없는 펀드를 매입할 수 있는 길은 막혀 있다.펀드의 비용은 투자수익률의 하락을 초래한다. 따라서 장기간 펀드에 투자하려면 비용이 저렴한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특히 운용 보수보다는 판매 비용이 저렴한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판매 비용은 판매 보수보다는 선취 판매 수수료가 장기 투자에 유리하다.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할 때도 자신이 선택한 펀드의 총비용을 다른 펀드와 비교해 봐야 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