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앤올룹슨

이제는 덴마크 하면 생각나는 것이 비단 안데르센만은 아니다. 국가 대표급 명품으로 성장한 뱅앤올룹슨이 있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의 파괴, 감각적인 색상, 모던하고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원음의 맑고 투명한 음질을 표현하는 기술력’으로 정의되는 뱅앤올룹슨의 섬세하고 과학적인 음향 세계의 원천을 들여다본다.오디오는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는 박스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생활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승부하라.’유럽 중의 유럽, 덴마크에서 태어나 80여 년의 세월 동안 오디오 명품으로 우뚝 선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그들만의 신념은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뱅앤올룹슨을 명품 대열에 설 수 있게 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1925년, 어릴 적부터 라디오에 관심이 많았던 피터 뱅(Peter Bang)과 엔지니어 출신인 스벤드 올룹슨(Svend Olufsen)에 의해 뱅앤올룹슨은 창립됐다. 그들은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신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꿈의 오디오’를 만들어보자는 데 합의했다. 그들이 손을 잡은 이상, 꿈의 오디오는 더 이상 꿈속에서만 존재하지 않았다.뱅앤올룹슨은 디자인의 독창성과 예술성을 인정받고 유럽 지역의 디자인협회가 수여하는 권위 있는 디자인상을 무려 90회나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뿐만 아니라 뉴욕 현대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은 뱅앤올룹슨 디자인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해 제품 11점을 전시, 영구 보전하기도 했다.뱅앤올룹슨이 ‘꿈의 오디오’라는 별칭을 얻은 데에는 독특한 기업 철학도 뒷받침됐다. 이 회사에서 최고 권위자는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디자이너다.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디자이너가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으며, 기술진과 경영진의 역할도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있다. 또한 사내 디자이너를 고용하지 않고 외부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하는 것도 디자이너들의 독창성과 자율성을 유지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 수석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 역시 1970년대부터 계약을 하고 일해 온 프리랜서다. 외부 디자이너는 뱅앤올룹슨의 디자인·제품 콘셉트 개발 부서인 ‘아이디어 랜드(Idea Land)’와 긴밀한 공조 관계를 갖는다.고정관념을 파괴하는 디자인과 기술력의 조화단순히 음악을 감상하는 기계이기를 거부하는 뱅앤올룹슨은 디자인 면에서 고정관념을 파괴했다. ‘아름다운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첨단 기술을 더욱 보완해 완벽한 조화를 이뤄낸 것. 2007년 신제품인 베오랩 9(BeoLab 9)는 고정관념을 깬 대표적 디자인으로 꼽힌다. 등대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은 음향 렌즈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시각적으로 나타냈다. 상단에 있는 어쿠스틱 렌즈는 고음역을 180도 수평 분산해 어느 장소에서나 일관된 음을 전달해 줄 뿐만 아니라 바닥과 천장에서 생성되는 반향을 최소화해 최적의 소리를 들려준다.베오랩 5 또한 ‘스피커=세워놓는 커다란 관’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세계 최초의 원뿔 모양의 스피커를 고안해 화제가 됐다. 원뿔형을 바탕으로 한두 개의 심벌즈 형태의 디자인은 음이 일관되고 수평적으로 전달돼 청취자의 위치에 관계없이 맑고 순수한 음을 들을 수 있도록 고려됐다.일상생활에서 영감을 받은 친근한 디자인으로 인간의 감성에 어필하는 제품도 있다. 베오랩 4000은 나뭇잎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앞부분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돌출된 독특한 디자인은 아름다우면서도 움푹 들어간 뒷부분이 앰프의 과열 현상을 해소해 주는 기능성까지 겸비한다. 동시에 조명에 반사되면 은은한 빛을 띠면서 집안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한다. 베오센터 2는 풍뎅이를 닮은 모양으로 원형 디자인의 추세를 따라 튀지 않으면서 생활에 잘 조화되는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 외에도 파이프 오르간, 주사위, 그리고 피라미드 외관을 딴 독특한 아이템들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오디오 시스템에서 TV로 진화그동안 오디오에 집중해 오던 뱅앤올룹슨은 2006년 8월, 새로운 콘셉트의 TV를 선보였다. 54년의 오랜 역사와 혁신적이고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뱅앤올룹슨의 TV는 명품 TV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면서 최상의 화면을 위해 ‘화질 감정단(Viesing Panel)’이라는 독특한 방법을 활용했다. 화질 감정단은 TV를 시청하고 평가를 내리며, 이 평가는 모든 TV 제작에 철저히 반영된다.다양한 브랜드들과 시너지 효과 창출세계적인 기업과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다양한 영역으로 도전을 시도하기도 한다. 자동차 및 정보기술(IT) 산업 브랜드와의 공동 마케팅을 시도했고, 명품 패션 브랜드와 손을 잡고 뱅앤올룹슨 제품만을 위한 패션 액세서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우디와는 ‘아우디 A8’을 위한 신개념의 카 오디오 시스템을 선보였다.이 시스템은 A8의 주행 속도와 외부 바람 소리, 노면 마찰음까지 고려해 최상의 음질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또한 삼성전자와도 손잡고 꿈의 휴대폰 세린(Serene)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MP3 플레이어인 베오사운드 2와 세린의 케이스 제작을 위해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루이뷔통과 손잡기도 했다. 루이뷔통에서도 최고급 소재로 꼽는다는 노마드 가죽으로 제작된 케이스는 휴대하기 간편한 크기로 제작돼 실용적이면서도 완벽한 스타일로 탄생됐다.지금도 미학적인 예술성과 우리 삶에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디자인으로 어필하고 있는 뱅앤올룹슨. ‘세계 유일의 아름다운 오디오, 인간을 먼저 생각하고 인간의 감성에 다가설 수 있는 제품’이라는 기본 콘셉트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