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낭만이 있는 고품격 쇼핑 메카 만들 터”
김포공항 국제선 제2청사를 그저 하루 수십 편 국제선 비행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년 2월 150여 개의 패션 브랜드 전문 상설 할인 매장으로 리뉴얼 오픈한 이곳은 공항 건물에 들어선 국내 최초의 전문 아울렛이다. CGV, 웨딩홀, 컨벤션 센터가 3층 및 4층에 각각 들어서 있어 쇼핑과 엔터테인먼트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른 아울렛에는 드문 대규모 전자, 이동통신, 컴퓨터 전문 매장(2~3층)이 입점한 것도 특징이다. 고급 유명 브랜드 제품을 평균 50~7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점차 인근 지역으로 상권을 넓혀가고 있다.규모는 서울 시내의 어지간한 대형 쇼핑몰을 능가한다. 1∼3층 복합 쇼핑몰과 영화관, 웨딩홀, 이 달 말 오픈 예정인 900석 규모의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패밀리 레스토랑을 합할 경우 실평수만도 1만5000평이 넘는다. 이는 어지간한 대형 백화점의 2~3배에 해당한다.서울 구의동에 세워진 테크노마트의 총상우회 회장 출신이자 지금도 테크노마트에서 소프트웨어 판매업을 하는 양호석(63) 회장은 김포공항 아울렛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주역이다.“김포공항 아울렛은 단순히 싼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 ‘좋은 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입니다. 쇼핑 외에 다양한 이벤트와 전시회 등을 통해 ‘낭만을 즐기며 낭만을 만들어 가는 곳’이 콘셉트입니다. 이를 종합하면 ‘환경과 서비스는 백화점, 가격은 아울렛’이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이지요. 이른바 ‘1 SSE(One Stop, One Shopping & One Enjoy)’를 통해 이를 구현하려고 합니다.”쇼핑과 엔터테인먼트의 공존을 추구하는 김포공항 아울렛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환경. “쇼핑 환경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흔히 쇼핑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복잡한 교통 여건과 북적대는 쇼핑객이지요. 즐거워야 할 쇼핑이 짜증을 야기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하지만 김포공항 아울렛에서는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편안한 쇼핑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국제공항의 내부 구조물을 뜯어 고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해 공간감을 극대화한 것도 다른 쇼핑몰이 흉내 내지 못하는 부분. 실제로 의류 매장은 직경 2m의 직선 통로가 사방으로 뚫려 있다. 유모차 4대가 한꺼번에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이다. 대부분 백화점이나 아울렛 매장의 통로가 꾸불꾸불하고 비좁은 것과 비교된다.여러 좋은 조건들을 갖췄지만 입지 면에서 도심 쇼핑몰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양 회장은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다. “테크노마트의 경우 반경 20~30km 이내에 거주하는 고객들이 기여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90%를 넘습니다. 김포국제공항 주변 반경 20~30km에는 무려 6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변변한 쇼핑센터가 드물지요. 서울시청에서 30분이면 이곳까지 옵니다. 지하철은 매장과 바로 연결돼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 양천구, 경기도 부천시 김포시 등지에서도 차량으로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입니다.”입지 면에서는 또 다른 호재도 있다. 현재 김포공항의 국제노선은 김포∼도쿄 노선 한 곳에 불과하지만 이용객 수는 2005년 95만 명에서 작년 142만 명으로 50.2%나 급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2회 창의서울포럼’에서 “김포∼도쿄(하네다) 노선처럼 김포∼상하이, 김포∼베이징 노선을 신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쪽에서도 후쿠오카 오사카 나고야 등으로 노선을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항공 업계와 관광 업계 등에서도 서울 관광 활성화와 한·중 노선 이용객의 불편 해소 등을 위해 김포∼베이징, 또는 김포∼상하이 노선을 신규 개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양 회장이 처음부터 김포공항 쇼핑몰 사업에서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국제공항의 기능이 대부분 인천국제공항으로 넘어가 썰렁하게 비어 있던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1만5000평을 임대한 것은 지난 2001년. 2003년 5월 그는 전자, 통신, 패션 복합쇼핑몰인 테크노 스카이시티몰을 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전자 전문 쇼핑몰의 퇴조와 함께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책 마련에 고심하던 그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약 35억 원을 투자해 브랜드 패션 아울렛으로 대대적인 변신을 꾀했다. 1~2층 7000여 평에는 스포츠·캐주얼·신사·숙녀 등 150여 개 패션 브랜드를 유치했다. 3층에는 휴대전화·컴퓨터·음반·가구 등의 매장을 꾸렸다. 전체적으로 패션이 70%, 전자제품이 30% 비율이다.“리뉴얼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영업팀을 구성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비전과 의지, 그리고 우리 상권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입점 업체(패션 업체)들이 점차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사실 리뉴얼해 재출발할 때만 해도 김포공항 아울렛은 모험에 가깝다는 업계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쾌적한 쇼핑 환경과 다양한 입점 브랜드의 장점이 알려지고 국제선 추가 취항 계획, 지하철 9호선 및 인천공항철도(AREX) 개통 등 각종 호재가 이어지면서 이제는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재개점 1년을 넘기면서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월매출이 50억~60억 원대로 작년보다 30% 이상 성장했다. 이런 여세를 몰아 2010년까지는 연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도 잡았다.거들떠보는 사람이 없던 썰렁한 김포국제공항을 활기찬 쇼핑몰로 탈바꿈시킨 양 회장. 그는 부동산 개발 및 전자유통 업계에서 자수성가한 인물로 유명하다. 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특유의 부지런함과 앞을 내다 볼 줄 아는 안목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1994년엔 부동산 개발 사업에도 뛰어들어 서울 홍대전철역 인근에 있는 22층 규모의 서교타워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1998년 문을 연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설립 주역 중 한 사람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 외에도 유명 패션잡화 브랜드 ‘메트로시티’와 중견 보일러 부품 제조업체도 보유하고 있다.그는 자신의 가장 큰 재산은 돈이 아닌 ‘신뢰’라고 말한다. “쇼핑몰 사업을 할 때에도 주위 사람들이 ‘양 회장이 하는 일은 믿을 수 있다’며 따라 준 게 큰 힘이 됐다”는 설명이다. 양 회장은 기업 이익의 환원에도 적극적이다. 김포공항 아울렛은 재작년 1월부터 인근 학교와 자매결연하고 분기마다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모자가정 및 소년소녀 가장 돕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강서구 사회복지관에 생활용품을 전달하는 등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기업을 경영하면서 이익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그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체득한 변하지 않는 신념입니다.”아울렛 재개점을 계기로 지역 사회와의 밀착 경영을 통해 한 단계 비상을 꿈꾸는 양 회장. 그의 꿈처럼, 버려졌던 천덕꾸러기 김포국제공항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할 수 있을까 세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