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랭커도 투터치·헛치기 실수
남반구의 일부 투어를 제외하고 세계 각 프로골프 투어가 2006시즌을 마감했다. 2006년도 예외 없이 많은 대회에서 선수들이 규칙위반으로 벌타를 받았다. 반면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탈출한 사례도 있었고, 러프로 향하던 볼이 다시 페어웨이로 돌아오는 행운을 잡은 선수도 있었다. 올해 세계 골프대회에서 나온 규칙 관련 사례를 정리해 본다.◆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스코어 오기(誤記)’가장 최근엔 양용은이 미국PGA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 5라운드에서 스코어 오기로 실격했다. 양용은은 16번홀(파5)에서 보기를 했는데 파를 뜻하는 ‘5’가 적힌 것을 모르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가 나중에 이 사실을 발견, 자진 신고함으로써 실격을 감수했다. 한 홀에서 실제 친 타수보다 적게 적어내면 ‘스코어 오기’로 실격 당한다. 온 신경을 집중해 18홀을 마친 선수들이 마지막 단계인 스코어 제출 과정에서 각 홀의 스코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 박희영(PAVV인비테이셔널) 김대섭(메리츠솔모로오픈) 로버트 개리거스(혼다클래식) 벤 크레인(US뱅크챔피언십)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스코어 오기로 실격 당했다.◆본받아야 할 짐 퓨릭의 ‘양심’독특한 스윙 폼을 지닌 짐 퓨릭은 미국PGA투어 메르세데스챔피언십에서 스스로 1벌타를 부과, 다른 선수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어드레스를 마치고 퍼트하려는 순간 볼이 아주 조금 움직인 것. 퓨릭은 스스로 1벌타를 가한 뒤 볼을 리플레이스하고 다음 플레이를 속개했다. 볼이 움직인 것은 퓨릭 외에 동반자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그러나 퓨릭은 양심을 속이지 않고 스스로 벌타를 부과한 것. 송보배는 레이크사이드 여자 오픈 때 그린프린지에서 어프로치샷을 할 찰나 볼이 조금 흔들렸다. 이 사실을 누군가 제보해 경기위원회에서 정밀 조사했으나 송보배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볼이 위치를 변경해 움직이면 벌타를 받아야 하지만 그 자리에서 조금 흔들린 것만으로는 벌타가 부과되지 않는다.◆프로들의 헛치기스윙할 의도를 갖고 클럽을 휘둘렀는데 볼을 맞히지 못할 경우 헛친 것(whiff)이다. 벌타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1타로 친다. 데이비스 러브3세는 USPGA챔피언십 때 러프에서 볼을 살포시 띄우려다가 헛치기를 했고 미셸 위는 삼성월드챔피언십 때 라이와 스탠스가 고약한 곳에서 샷을 하려다가 헛치기를 했다.◆한 번 스윙에 볼을 두 번 맞히는 ‘투터치’한 스트로크 중에 클럽이 볼을 두 번 이상 맞히면 그 스트로크에 1벌타를 부과해 2타로 간주한다. 러프에서 샷을 하거나, 벙커샷을 할 때 가끔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D J 트라한은 미국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때, 톰 레이먼은 USPGA챔피언십 때 ‘투터치’를 했다. 장정도 US오픈 3라운드에서 본인의 주장과 달리 경기위원과 동반 플레이어가 투터치를 했다고 하는 바람에 김이 빠져 무너진 적이 있다.◆‘골프 여제(女帝)’의 어이없는 실수애니카 소렌스탐은 맥도널드챔피언십에서 세컨드 샷을 하기에 앞서 완전히 뜯기지 않은 잔디 조각과 보식된 잔디를 치운 뒤 샷을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마커 캐리 웹이 경기위원에게 클레임을 걸었고, 소렌스탐은 결국 스윙 구역 개선으로 2벌타를 받았다. 소렌스탐이 그런 실수를 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기본’이 안 돼 있는 해저드 바닥 터치미셸 위는 브리티시여자오픈 때 벙커샷을 하기 위해 백스윙을 하면서 클럽헤드로 벙커 내 잔디 뭉치(루스 임페디먼트)를 건드리고 말았다. 해저드 내에서는 어드레스나 백스윙 때 ‘루스 임페디먼트’를 건드리면 2벌타다. 영국 아마추어 리치 람세이는 US아마추어선수권대회 준결승 때 워터해저드(황무지)에서 연습 스윙을 하다가 클럽헤드가 지면에 닿아 그 홀의 패를 당했다. 해저드에서 어드레스나 백스윙 때 클럽헤드가 지면에 닿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골퍼들이 맨 처음 배우는 규칙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친 볼이 나무 위에 멈춘 황당한 경우도박세리는 다케후지클래식 때 친 볼이 나무 위에 멈춰버렸다. 희한하고 황당한 경우다. 이럴 땐 먼저 나무 위의 볼이 자신의 볼인지 확인해야 한다. 확인이 되면 그대로 치거나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해야 한다. 박세리는 자신의 볼임을 확인한 후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 볼 직하방의 나무 밑에서 두 클럽 길이 내에 드롭하고 다음 샷을 했다. 만약 나무 위의 볼이 자신의 볼임을 확인하지 못할 경우 분실구로 처리해야 한다.◆라운드 중 연습하다가 낭패를 당하다국가대표 출신의 프로 한영근은 KPGA선수권대회 2라운드 17번홀을 마친 뒤 그린에서 퍼트 연습을 했다. 그랬더니 경기위원이 2벌타를 부과했다. 한영근은 “왜 벌타냐?”고 항의했지만 경기위원은 “로컬룰로 연습을 금지했으니 벌타가 맞다”고 맞섰다. 경기를 부당하게 지연시키지 않으면 방금 홀아웃한 그린에서 연습할 수 있다. 단 로컬룰로 금지하면 못 한다.한영근은 로컬룰을 소홀히 본 것이다.◆위기를 넘긴 사례스튜어트 애플비는 셸휴스턴오픈 때 벙커 내 볼 위에 벌레가 앉자 입김으로 훅 불었다. 그러나 손으로 떼어내지는 않았다. 해저드에서는 부는 것까지는 좋으나 떼어내면 벌타인데 순간적으로 위기를 잘 넘긴 셈. 스튜어트는 결국 그 대회에서 우승했다.미셸 위는 에비앙마스터스에서 볼이 갤러리 스탠드 옆 방송용 케이블 옆에 멈췄다. 미셸 위는 무심코 볼을 집어 드롭하려다가 경기위원을 불렀다. 경기위원은 “일단 케이블부터 치우라”고 말했다. 미셸 위가 케이블을 치우고 스탠스를 취해보니 칠만 했다. 미셸 위가 경기위원을 부르지 않고 볼부터 집었더라면 또 한번 벌타를 받을 뻔한 순간이었다. ‘오른손잡이’ 오태근은 신한동해오픈 때 볼이 나무 옆에 멈췄다. 정상 스윙을 하려니 나무가 스윙하는데 걸렸다. 오태근은 ‘왼손잡이’ 형태로 스윙을 하려고 자세를 취했는데 이번에는 카트 도로가 발에 걸렸다. 당연히 경기위원에게 구제를 요청했고 구제가 받아들여져 드롭했는데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스윙할 수 있게 됐다. 타이거 우즈는 USPGA챔피언십 때 티샷한 볼이 러프로 향하고 있었는데 한 갤러리가 그 볼을 페어웨이로 쳐냈다. 갤러리의 행동이 ‘우연’이냐 ‘고의’냐로 논란이 있었지만 우즈는 볼이 멈춘 페어웨이에서 샷을 했다. 억세게 ‘운’이 따른 순간이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