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종사자인 이영수(48·가명) 씨는 고민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재산도 많이 모았지만 정작 자신의 일이 너무 바빠 자산 관리에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 주로 은행 창구에서 직원이 권하는 대로 투자하다 보니 수익률도 신통치 않았고 급기야 최근에는 원금 손실도 입었다. 주식에 투자해 30~40% 수익을 올린 다른 전문직 종사자들의 이야기는 이 씨를 더욱 속상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는 10억 원짜리 주택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 2007년부터 양도세가 중과된다는데 당장 이 주택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하기만 했다. 고심 끝에 그는 신한은행 강남PB센터 송재원 팀장(사진)을 찾았다.송 팀장은 1993년 은행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 본점 인사부와 신탁부, 기업분석부 등을 거친 뒤 고액 자산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압구정 및 올림픽 선수촌 지점 등에서 VIP 대상 영업을 하며 자산관리 노하우를 익혀 왔다. 송 팀장은 사내에서 소매영업 우수상을 받았고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제도가 도입된 원년에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현재 송 팀장이 운용하는 자금 규모만도 2400억 원에 달해 어지간한 중소형 점포 이상의 몫을 혼자서 해내고 있다.송 팀장은 이 씨의 포트폴리오부터 살펴봤다. 우선 20억 원대에 달하는 이 씨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부터 분석했다. 이 씨는 금융자산 가운데 5억 원을 MMF(머니마켓펀드)에 예치해 뒀고 10억 원을 아시아 채권투자 펀드에, 나머지 5억 원은 기술주 펀드에 예치해 뒀다. 이 포트폴리오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유동 자산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채권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에 너무 많이 투자한 데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한 가지 유형에 ‘몰빵’했기 때문에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저수익 고위험 구조였던 셈이다.송 팀장은 이 씨에게 우선 어느 정도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으며 얼마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 씨는 원금에 손해가 날 가능성이 있더라도 목표수익률을 10% 정도로 정해 다소 공격적인 투자를 해도 좋다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송 팀장은 95% 신뢰 수준에서 수익률이 마이너스 2%에서 플러스 26% 범위 안에 들도록 포트폴리오를 짜기로 했다.송 팀장은 우선 국내 투자 비중을 52%, 해외 투자 비중을 48% 정도 두기로 결정했다. 해외 비중이 다소 높은 편인데, 이는 2007년 국내 주식시장 전망이 밝기는 하지만 국내 경기 상황이 불안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는 게 송 팀장의 설명이다. 또 위험이 높은 주식형에 전체 자산의 15.5%를, 채권이나 예금 같은 확정금리 상품에 12.5%를, 혼합형에 15%를, 파생상품 등 대안 투자 상품에 20%를, 유동성에 10%를, 변액유니버설보험에 15%를 투자하기로 했다.구체적으로 우선 국내 주식형 펀드에 2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억 원은 코스피200지수에 연동되는 지수연동 펀드에, 나머지 1억 원은 시스템 펀드에 투자하도록 했다. 지수연동 펀드는 시장 평균 수익률을 추구하면서도 수수료가 싸다는 장점이 있어 선택했다. 또 시스템 펀드는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판단해 주가가 오르면 팔고 하락하면 사는 구조를 갖고 있어 증시 등락폭이 클 때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해외 주식형 펀드에도 일정 자금을 투자하도록 했는데, 전 세계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유럽과 아시아 주식에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유럽과 아시아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송 팀장은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서유럽 펀드에 1억 원, 일본 펀드에 2억 원, 브릭스 펀드에 1억 원, 중국 펀드에 5000만 원 등 총 3억5000만 원을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서유럽의 경우 안정적 수익이 기대되며 일본 시장은 최근 약세를 기록했기 때문에 악재가 대부분 반영돼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중국과 인도의 고평가 우려가 제기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브라질과 러시아의 상승 여력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일정 자산은 브릭스 펀드에 분산했다. 그리고 중국 주식에 대한 고평가 우려가 있긴 하지만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우세한 점을 고려해 5000만 원은 중국에 투자하도록 했다.송 팀장은 혼합형 펀드인 메릴린치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에도 3억 원을 투자하라고 권했다. 전 세계에 분산 투자가 가능하며 주식과 채권 비중이 6 대 4 정도여서 안정적인 데다, 과거 5년 연평균 수익률이 16%였고, 8%대의 변동성을 보였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라고 그는 설명했다.또 대안 투자 자금으로 4억 원을 책정했다. 송 팀장은 2억 원을 구조화 펀드에, 나머지 2억 원을 ELS에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구조화 펀드는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상위 50개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파생상품인 옵션의 수익구조를 복제한 상품이다. 이 상품은 주가 하락폭이 25% 이내일 때 원금을 지킬 수 있는 대신 어느 정도 상승하면 자동으로 매매해 이익을 실현하도록 설계돼 있다. 기대수익률은 8~9% 수준이다. ELS의 경우 6개월마다 지수가 10%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확정금리로 10%의 수익을 받는 상품으로 대부분 2년이 되기 전에 목표 수익을 달성하고 해지되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송 팀장은 이와 함께 변액유니버설보험에 3억 원을 투자하라고 권했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며 다양한 투자 수단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데다 해외 투자 시 비과세되는 혜택을 받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또 나머지 2억 원은 MMF에 예치해 비상 자금 수요에 대처토록 했고 2억5000만 원은 우량기업 CP(기업어음)에 투자해 앞으로 더 좋은 투자 상품이 나올 경우 곧바로 말을 갈아탈 수 있게 예비 자금으로 활용토록 했다.송 팀장은 부동산팀과 협조해 이 씨의 2주택 문제도 협의했다. 이 씨가 보유한 아파트 두 채 모두 단지가 작고 교육 여건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또 2007년부터는 2주택자에 대해 양도세가 중과되는 만큼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주택 한 채를 팔고 나머지 한 채도 시간을 두고 팔되, 재건축 등 호재가 있으며 교육 여건이 좋은 아파트를 새로 구입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