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꼭 보험을 리모델링해보자. 보험은 생활의 마지막 보루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예상치 못한 재해가 생겼을 때 잘 들어둔 보험 하나는 계약자와 가족에게 엄청난 힘을 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고 보험 상품을 제대로 활용해 생활의 안전판을 마련해 놓은 사람도 많지 않다.보험 가입이 본인의 필요보다는 친분에 의해 이뤄지다 보니 자신의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은 데다 연령과 상황이 바뀌면 보장 내용이 변해야 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이런 연유로 우리나라는 보험에 가입했다가 중도에 해지하는 사람도 세계 어떤 나라보다 많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07년 중 국민 1인당 지불하는 보험료는 212만6000원(국민연금 건강보험 포함)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연 850만 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다. 하지만 공적 보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인의 권유에 의해 가입했기 때문에 각종 질병이나 사고 및 노후에 대한 체계적 대비는 미흡하다. 실제 지난해 신계약 대비 해지 비율은 최고 14%(다이렉트 보험 기준)로 미국(6~7%)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새해에는 특별한 목적 없이 가입했거나 중복 보장이 이뤄진 부분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연령과 가족 상황에 맞게 보험을 꼭 리모델링 해보자.보험 리모델링이란 보험의 경제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보험을 설계할 때에도 경제 원칙이 필요하다. 여기서 경제 원칙이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자는 것이다. 보험도 최소 비용으로 자신과 가족의 체질에 맞는 보장 내용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게 보험 리모델링의 핵심이다. 보험이 자신의 재무 목표와 상황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필요 없는 보험을 정리한 뒤 다른 보험으로 전환하거나 보장의 내용을 보완하는 게 보험 리모델링의 목적이다.리모델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보장의 범위다. 많은 사람들이 지인의 권유에 의해 보험에 가입하다 보니 건강보험과 상해보험 위주로 가입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04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재해로 사망할 확률은 8.3%에 불과하다. 대신 일반 질병으로 사망하는 확률이 91.7%나 된다. 이 때문에 많은 보험에는 가입했지만 실제 질병에 걸렸을 때 보험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상해보험 중복 가입이 많다면 기존 보험료 납입액에 따른 손해를 보더라도 과감하게 해지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하루라도 빨리 해지하는 게 장기적으로 손실을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험의 보장 범위도 일반 사망-종합 건강 보장-특정 질병-재해 보장 순으로 재조정해야 보상받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보장 대상의 우선순위도 정해야 한다. 우선순위는 통상 가장-배우자-자녀 순으로 하는 게 좋다.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면 가장에게 가장 많은 보장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리모델링하는 게 좋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가장이 사망했을 때 유족들을 위한 보장이 전무한 경우가 많다. 삼성생명 조사에 따르면 일반 사망에 대한 보장이 전무한 고객은 전체 840만 명 가운데 214만 명으로 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가 넘어가면 상해나 교통사고 사망보다는 일반 사망이 훨씬 높은 확률로 일어나기 때문에 일반 사망에 대비해 최소한 가족이 기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정도의 보험금을 보장받아야 한다. 가장의 수입이 중단됐을 때 필요한 자금은 ‘가장의 연봉×(가장의 정년-현재 나이)×일정 비율’로 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보장의 기간도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보험기간이 짧은 보험은 과감하게 보장 기간이 긴 상품으로 전환해야 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노후에 보장 기간이 끝나 재가입하게 되면 연령 및 위험도가 높아 보험료가 비싸지는 데다 건강이 좋지 않을 경우 아예 보험 가입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한시라도 빨리 보험을 갈아타야 저렴한 비용으로 보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보험을 해지, 가입할 때에도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좋다. 보장 기간이 짧거나 휴일 보장 및 상해 보장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해 보험금을 주는 사망 보험, 보장의 범위는 넓더라도 보장 금액이 적어 도움이 되지 않는 보험은 우선 해지 대상이다. 반면 암보험 등은 보험사들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는 등 상품을 폐지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 아직까지 가입하지 않았다면 서둘러 가입하는 게 좋다.또 보험을 리모델링할 때는 배우자와 함께 하는 게 좋다. 여성이 남성보다 7년 정도 평균 수명이 길기 때문에 남편 사망 뒤 여성이 홀로 살아야 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부부가 공동으로 살던 생활비의 60% 정도를 홀로 남은 아내가 확보할 수 있도록 계산해 보험금을 산정하는 게 좋다. 통상 남성이 가입한 종신보험의 대부분은 법정 수령인이 보험금을 상속하게 돼 있다. 지금이라도 사망보험 수익자로 아내를 지정해야 부인이 노후자금으로 보험금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보험 계약을 함께 해야 효력이 있다. 또 여성과 남성의 사망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보장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통상 적절한 보장성 보험료 수준은 소득의 7~10%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보다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면 반드시 보험을 리모델링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보장성 보험 이외에 변액보험이나 연금보험 등을 통한 노후 보장까지 할 경우에는 이보다 많아질 수 있다.보험 리모델링을 개인적 차원에서 하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상품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얻어야 하고 복잡한 계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보험을 리모델링할 때는 인생 전반의 종합적인 재무 설계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재무 설계 전문가나 전문적 지식을 갖춘 보험설계사 등과 상담하는 게 좋다.보험 리모델링을 한 후에도 5년 혹은 10년 단위로 보장 내용이나 보험 상품이 적정한지 여부를 추가로 점검해야 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보험 상품은 금융상품 중에서도 가장 장기간 운용되는 상품인 만큼 지급 여력 같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확인하고 가입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