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과 성난 민심 사이

부동산, 온 국민의 관심사가 돼 버렸습니다. 열심히 벌어도 집값 오르는 것을 따라갈 수 없으니 당연하지만, 불행히도 ‘성난 민심’의 이면은 복잡합니다. 과연 온 국민이 집값 내리기를 바랄까요. 아닙니다. 실은 ‘내가 사고 싶은 집’은 싸지고 ‘내가 갖고 있는 집’은 비싸지기를 바랍니다. 집이 없는 사람은 다 내리기를 바라지요. 여기서 여론의 빈틈이 보입니다.각종 여론조사나 인터넷 댓글은 집을 살 형편이나 시기가 아닌 사람들의 의견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의견도 소중한 민심이지만, 적어도 ‘시장의 직접 당사자’는 아닙니다. 세상에 대한 불만이 ‘집값’이라는 이슈를 계기로 쏟아져 나온 점도 있지요. 집값이 절반으로 내려도 불만은 남습니다(그때는 담보 대출의 여파로 금융이 흔들려서 다른 불만이 나올 수도 있고, 덜 내린 동네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도 있지만…).분양가를 20% 내려도 집값은 많이 내리지 않습니다. 신규 공급 물량이 전체 주택 물량의 일부에 불과해 시세 자체에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작기 때문입니다.분양 원가 공개를 바라는 민심은 소박합니다. ‘왜 비싼지 알아보기나 하자’ ‘건축 업체들 돈 벌어주는 일 아니냐’ 하는 생각이지요. 여기에 대고 공급 축소 가능성, 고급주택 수요와의 충돌을 얘기해도 소용 없습니다. ‘질문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첨 차익만 커진다’는 말은 ‘나도 그 기회를 바라던’ 분들의 속마음을 벌거벗길 뿐이니 ‘민심의 호응’을 얻을 리 없지요.부동산 정책을 경제 전반의 운용과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집값만을 잡기 위해 금리를 마구 올리라는 소리는 민심 처방에 불과합니다. 부동산 정책을 당장 ‘성난 민심’에 따라서 할 수도 없습니다.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이득을 볼지, 시장 전반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정책의 고민이 시작됩니다.대중의 성원과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과 시민단체는 ‘민심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표를 얻기 위해 일부러 ‘성난 민심’을 만들지나 않으면 다행이지요. 따라서 2006년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정책은 ‘시장의 현실’과 ‘민심의 현실’ 사이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강남 집값이 비싸 서민이 한숨짓는다’는 엉뚱한(그러나 자극적인) 구호로 시작한 틀어막기 정책이 최근 공급 확대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시장의 현실’을 인정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민심의 현실’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분양 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가 그렇고, 대통령 언급에서 드러난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공급의 확대도 마찬가지입니다.정부의 실천 능력이 어느 정도일지 모르지만, 강남 집값은 당분간은 내리기 어렵습니다. ‘민심의 현실’을 바탕으로 한 정책들로 ‘비싼 집’의 공급은 어렵지만, 고급주택의 수요는 여전하고 각종 개발계획으로 토지 수용 대금을 손에 쥔 분들은 늘어날 테니까요. 신도시와 주변지역은 어떨까요. 강남 대체성이 떨어지면 집값은 덜 오르지 않을까요. 혹시 ‘민심의 현실’이 잠잠해진 다음 개발되는 지역이 제일 비싸게 되진 않을까요.시험은 출제자와의 대화입니다. 출제자의 의도와 고민을 알면 답이 보입니다.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의 현실과 민심의 현실 사이에서 독자 여러분의 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