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호랑이 그림으로 남북한 관계 풍자했어요”
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원로화가 이만익(68) 화백은 절제된 색채와 2차원적 구도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전통미와 가족애를 잔잔하게 표현하는 작가다. 그는 전설 설화 역사에 나오는 인물들을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토속적으로 풀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그의 작품은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에서 시작된다. 정체성의 문제가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다. 작게는 아버지 어머니로 대표되는 가정에서부터, 크게는 우리 민족의 뿌리인 고구려 건국신화, 더 크게는 절대자인 신과 인간의 관계까지를 그는 한 폭의 그림 속에 담아내고 있다.근원적인 문제를 아주 쉽게 이야기해 주기에 그의 작품은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평단에서는 특히 그의 그림이 우리 삶의 얘기들을 고유의 향토색을 사용해 풀어냄으로써 대중이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명암을 배제한 평면적인 작업을 통해 그는 관객에게 익숙함과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모든 사람의 근원은 고향이며, 그 고향의 의미를 어머니의 품으로 해석한다는 게 그만의 독특한 미학 세계다.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난 어머니, 아버지는 삶을 비관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이 아니라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하면서 턱을 괴고 있다. 어찌 보면 우두커니 있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얼굴에는 과거에 대한 회상과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최근 그의 작품 영역은 정치적인 부분으로 확대되고 있다. 물론 이 역시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데서 출발한다. 1982년 군사정권의 서슬 퍼런 독재 속에서 그는 ‘외톨호랑이’라는 작품을 선보여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막강한 권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외로운 호랑이를 통해 권력의 덧없음을 여실히 풍자했다.이번에도 그는 토끼호랑이(Rabbitiger)를 통해 혼란스러운 남북한 관계를 묘사했다. 그는 “토끼 앞에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호랑이는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서 묘사되는 호랑이는 대북 정책에 혼선을 빚고 있는 현 집권세력이며, 그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토끼는 김정일 정권이다. 산중 제왕인 호랑이가 토끼의 재주에 넋이 빠져 어느새 토끼를 닮아가고 있는 것을 그는 토끼 귀를 단 호랑이로 묘사했다. 그 뒤에 있는 나무는 주체사상의 主(주)자를 형상화했다. 한편으로는 자주적으로 정치 사회 경제를 이끌지 못하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포함한다.역사적인 문제에도 이 화백은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위협받고 있는 고구려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수년간 고구려 건국신화인 주몽신화를 캔버스에 담아 왔다. 광활한 중원을 말을 타고 달리며 기상을 드높인 주몽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무대가 한반도가 아닌 대륙이라는 점을 직설적으로 말해준다. ‘유화자매도’나 ‘주몽 천기를 잡다’ ‘명성황후’ ‘청산별곡’ 등은 모두 중요한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자신의 붓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이 같은 의지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그에게 유화부인이나 명성황후는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드높인 여장부이며 위인이다. 그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굵은 윤곽선과 그 옆에 또 다른 색을 함께 입히는 기법으로 입체감 있게 표현한다. 이들 작품은 뮤지컬 명성황후와 2006 부산국제영화제 공식포스터로 채택되기도 했다.황해도 해주 태생인 이 화백은 서울대 미술대를 졸업한 뒤 프랑스 아카데미 괴츠에서 연수를 받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 미술감독을 역임했으며 1993년 제5회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했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이만익> 展장소 종로구 경운동 63-7 이양원빌딩 1층 미술관가는길(운현궁 맞은편 수운회관 옆)기간 11월 15일~12월 30일 | 관람시간 10:30~6:00(월~토요일)/12:00~6:00(일요일) *전시기간 중 무휴.문의_(02)738-9199©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