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대 예술품 빌려서 감상하는 시대
소 그림을 좋아해 주말이면 화랑을 찾는 직장인 P 씨. 마음 같아서는 자신의 집에도 한 점 걸어놓고 싶지만 직접 구입하기에는 너무 고가(高價)여서 늘 망설이기만 한다. P 씨처럼 미술을 좋아하면서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컬렉션에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있다. 전문 업체로부터 미술 작품을 빌려 자신의 서재 거실 사무실 등에 작품을 걸어 놓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아트 렌털’ 서비스다.회화 사진 조각 판화 설치작품 공예품 등의 미술품을 전문 대여 업체를 통해 제공받는 이 시스템은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 애호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미술품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 본 사람들은 이 서비스에 많은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물론 경제적 측면이다. 작품 가격과 희소가치 등에 따라 변동은 있지만 통상 작품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의 5~7%면 임대할 수 있다.두 번째는 안목 배양이다. 아직 미술품 구입이나 투자에 경험이 부족한 초보 컬렉터일 경우 대여를 통해 직접 구입하는데 따른 위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고, 작품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또 일단 대여한 후 만족도와 가치에 대한 기대감에 확신이 선다면 그때 매입할 수도 있는 안정적인 투자 방법이다.아트 렌털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먼저 장소에 맞는 작품을 선택하기 위해 컨설턴트의 현장 방문이 필수다. 방문이 가능하지 않을 때에는 작품이 걸릴 곳의 현장 사진을 갖고 전문 컨설턴트에게 조언을 받아야 한다. 컨설턴트와의 협의를 거쳐 작품이 선정되면 바로 가격 조율에 들어간다. 이때 대여되는 곳의 상황도 대여료 산정에 영향을 미친다. 미술품 대여의 경우 최소 3개월 이상을 기본으로 하며 상황에 따라 컨설턴트와 협의 아래 작품 교체나 추가 설치가 가능하다. 기업체가 미술품을 임대할 경우에는 세금 혜택도 주어진다. 순이익이 1억 원 이하인 업체는 임대료의 14.3%(지방세 포함), 1억 원 이상인 업체는 27.5%(지방세 포함)까지 세금 혜택이 있다. 수년 전만해도 미술품 대여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미개척 분야였다. 그러나 그 동안의 적극적인 노력과 프로젝트 개발을 통해 미술품 대여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신세계 마니를 시작으로, 대한항공 대통령 전용기, 아시아나 대통령 전용기, 서울대 병원, 희가 샘플하우스(타워팰리스) , (주) 브라가 (논현동 브라운 스톤), 삼성전자, KB PB센터(국민은행 프라이빗 뱅크) 등이 렌털 시스템을 애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 건설 회사들이 모델 하우스에 전시할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에서부터 신진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임대하고 있다. 특히 아트 뱅크의 대표주자인 KB PB센터는 갤러리 뱅크를 최초로 도입했는데 지난 9월 2차 그랜드 오픈 식을 성황리에 가졌다. 미술품을 좋아하지만 비용이 부담된다면 ‘아트 렌털’ 서비스를 적극 활용해 예술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