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먹고 입으로 음미…왕족 입맛 사로잡았다

본 상위 2%의 상징인 록본기힐스. 2003년 완공돼 일본 상류층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초현대식 건물이다. 이곳에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힐스족’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록본기힐스는 도쿄 상류사회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 일본 최대의 부동산 그룹인 ‘모리’사가 노후 주거지역이었던 록본기에 이 건물을 세우자 단숨에 록본기 일대는 ‘럭셔리’한 동네로 변신했다. 이곳 록본기에는 그 명성에 걸맞은 고급 한국식당이 있다. 바로 한국 기업 ‘진로’의 일본 현지법인 ‘진로재팬’이 운영하는 ‘진로가든’이다.우리나라에서는 진로 하면 소주라는 ‘서민의 술’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다르다. 진로는 애초 일본에 소주를 런칭할 때부터 고급화 전략을 도입했다. 그 이미지는 고급 한식 레스토랑을 모토로 하는 진로가든에도 어김없이 반영됐다. 일본 최고의 인테리어 시공회사가 인테리어를 꾸몄고 조선시대를 연상케 하는 차분한 느낌으로 마감해 특급호텔 분위기를 냈다. 요리 또한 궁중요리나 코스요리를 중심으로 한 최고급 한식을 표방한다. 이렇게 한식이 정찬으로 나오는 곳은 일본 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자연히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한국과 일본의 정·재계 인사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주류를 이룬다. 일본을 방문한 한국 기업의 총수나 한국에서 일본으로 출장 온 장관급 인사들이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주로 이곳을 찾는다. 또한 록본기에는 삼성의 일본 본사가 있기 때문에 삼성 그룹 주요 인사들의 전용식당(?)처럼 애용된다고 한다. 한류 바람을 타고 일본에서 인기스타로 자리 잡은 배용준 장동건 등 유명 연예인들도 일본에 들를 때면 이곳을 찾는다. 일본 왕족들도 진로가든의 한식 요리에 매료돼 자주 들른다. 한국 고유의 맛이 고급화 전략을 타고 일본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진로가든의 총책임자인 양영수 디렉터는 “1994년 오픈한 진로가든 록본기점이 최근에는 일본 TV의 촬영 장소로 활용되기도 하고 음식을 소개하는 잡지에 우수 식당으로 실리는 횟수도 많아졌다”며 “덕분에 일본인 고객이 계속 늘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소 5000개 이상의 한국식당이 있는 일본에서 진로가든의 사례는 이제 많은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유명해졌다.록본기 진로가든에 들어서면 우선 따뜻하고 은은한 조명 아래 진열된 각양각색의 진로 소주를 볼 수 있다. 마치 작은 박물관 같은 느낌이다. 중간 문을 통해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면 조선시대의 문양을 이용한 고풍스러운 한국 전통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식기류를 ‘광주요’ 등 한국 최고급 도자기로 세팅한 것이 눈에 띈다.1층은 테이블 석으로 주로 가족들이나 연인들을 위한 공간이며, 2층은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룸으로 구성돼 있다. 주로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기업인들이나 사생활 보호를 원하는 유명인들이 찾는다. 2층 룸은 대부분 다다미 방에 테이블을 놓고 테이블 밑에 공간을 만들어 다리를 안쪽으로 넣는 전통 일본식 ‘호리고다츠’ 형으로 돼 있다. VIP룸은 테이블 형으로 돼 있는데, 의상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고 벽을 장식한 한국 전통의 민화나 수묵화도 감상할 수 있다.한국인 요리사들이 빚어내는 최고의 한국 요리도 미각을 돋운다. ‘일본식 한국요리’로 특화된 이곳 요리들은 현지인들의 식습관도 고려한 듯 보인다. 예를 들어 일본인들은 참기름이나 마늘 등 한국 특유의 향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자극적인 향신료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다. 야키니쿠(불고기) 및 한국 전통음식을 주메뉴로 하고 있으며 김치찌개에서부터 궁중요리까지 폭도 넓다. 가장 인기 있는 단품 메뉴는 단연 돌솥비빔밥이다.1층과 2층의 메뉴를 차별화한 전략도 눈에 띈다. 단골 VIP들에게는 선호 메뉴와 주문 메뉴를 미리 받아 ‘나만의 정식코스’를 따로 제공하기도 한다.한식 18년 경력의 김재준(42) 총주방장은 “3개월에 한 번씩 계절 메뉴가 바뀌는데 겨울엔 간장게장 정식이 인기가 높다”며 “봄엔 나물정식, 여름엔 삼계탕, 가을엔 송이버섯 정식이 제격”이라고 추천했다.소주회사 진로에서 운영하는 식당인 만큼 모든 음식이 소주와 궁합이 잘 맞는다. 이곳에서 별도로 판매하고 있는 진공팩 김치와 구이김 등도 현지인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1998년 젊은층을 겨냥해 오픈한 신주쿠 매장과 주류 판매를 위주로 2002년 문을 연 ‘소주 바’ 개념의 에비스 매장도 운영 중이다.도쿄=김지연 기자 jykim@moneyro.com전화 (03)3479-4129 위치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록본기 4-4-8 오픈 점심 11:30~14:00, 저녁 17:00~22:00 토요일과 축일 11:30~22:00(일요일 휴무) 가격대 수라상 코스 1만7000엔, 교자상 코스 1만3000엔, 진로 코스 9000엔, 가든 코스 1만200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