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돈주앙’ 11월 30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랑을 많이 해봤다고 사랑에 강해지는 건 아니야.’어느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했던 스페인의 전설적 호색한 ‘돈 주앙’. 그는 ‘돌같은 가슴(Coeur de Pierre)’이라는 노래 가사를 빌려 운명적 사랑 앞에 무기력한 자신의 심경을 호소한다. 슬프도록 정열적이고 파란만장한 그의 삶이 라틴 풍의 선율과 매혹적인 플라멩코로 승화돼 펼쳐지는 뮤지컬 ‘돈 주앙’이 한국에 상륙한다. 캐나다 몬트리올, 프랑스 파리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이며 아시아에선 초연이다. 총 70여 명의 오리지널 공연 팀이 내한해 11월 30일부터 12월 17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십계’에 이어 프랑스 뮤지컬의 명성을 이어갈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뮤지컬 돈 주앙은 2004년 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 당시 3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와 캐나다에서 공동 제작한 이 공연은, 프랑스 언어권인 캐나다 퀘벡주의 몬트리올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총 41곡의 OST 앨범은 공연 시작 전 이미 40만 장 이상 판매됐으며, 몬트리올의 권위 있는 예술상인 ‘Gala de l’ADISQ(ADISQ of Gala)’에서 ‘올해 최고의 공연’과 ‘최고의 연출’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2~4월 프랑스 파리 공연에서도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프랑스 뮤지컬은 노트르담 드 파리가 국내에 처음 선보이면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과는 또 다른 신선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매료했다. 탄탄한 스토리의 원작과 함께 전문 무용수들의 현란한 춤사위와 프랑스어로 부르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노래로 이미 수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여타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이 돈 주앙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가수와 무용수가 철저하게 구분돼 있으며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7명의 가수가 대사 없이 프랑스어로 부르는 총 41곡의 노래로 극을 이끌어 간다. 대표곡인 돈 주앙과 마리아의 듀엣 곡 ‘샹제(Changer)’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크게 인기를 끌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차별화된 매력도 있다. 라틴풍의 리듬과 선율이 잘 어우러져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주는 곡이 많다는 점이다. 스페인의 감미로운 기타 선율과 주인공 장 프랑수와 브로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돋보이는 대표곡 ‘쾌락(Du plaisir)’은 뮤직 비디오로도 제작됐다. 기타를 연주하며 라틴풍의 노래를 부르는 4명의 악단 ‘로스 아미고스’가 등장, 무대 위에서 직접 기타 연주와 집시풍의 노래를 들려주는 대목도 묘미다.무엇보다도 이 뮤지컬의 가장 큰 볼거리는 20여 명의 전문 무용수들이 펼치는 화려한 플라멩코다. 완벽한 댄스와 플라멩코의 경쾌한 발 구르기 동작을 위해 나무 재질의 견고하고도 특별한 원형 무대가 제작되었으며, 한국 공연 때도 그대로 공수된다.스페인의 세비야가 무대인 이 뮤지컬의 연출가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연출했던 질 마으 감독이다. 극본과 작곡은 프랑스의 국민 가수 겸 작곡가 펠릭스 그레이가 맡았다. 펠릭스 그레이는 1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와 골든 디스크를 출시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곡가다. 주인공 돈 주앙역의 장 프랑수와 브로는 뛰어난 가창력과 수려한 외모로 400여 명의 경쟁자와 치열한 오디션 경쟁을 뚫고 선발된 행운아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호색한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인은 마리에브 장비에가 맡아 열연한다.전설적 인물인 돈 주앙은 모차르트의 오페라에서부터 몰리에르의 희곡, 할리우드 영화, 그리고 최근에는 보리스 에이프만의 발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돈 주앙은 어떤 모습일지 주요 대목을 통해 살짝 엿보자.오만하고 자신만만한 스페인 귀족 청년 돈 주앙은 모든 여성이 그에게 빠져 들 만큼 매력이 넘치는 남자다. 하지만 그는 여자를 쾌락과 정복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끊임없이 순간의 정열을 좇아 방황한다. 어느 날 밤, 돈 주앙은 존경 받는 기사의 딸을 유혹하고 기사와 결투를 벌여 그를 죽이고 기사의 저주를 받게 되는데, 그 저주는 다름 아닌 ‘사랑’이다. 기사의 동상 앞에서 우연히 조각가 마리아를 보고 돈 주앙은 생애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간다.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돈 주앙은 마리아에 대한 사랑으로 행복을 느낀다. 한편, 자기 삶의 오직 한 여자인 마리아만 바라보며 전쟁터에서 살아온 군인 라파엘은 전쟁터에서 돌아와 돈 주앙과 사랑에 빠진 마리아를 보고 절망한다. 돈 주앙의 청혼에 수녀가 되기를 포기했던 엘비라도 제어할 수 없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라파엘에게 복수를 부탁하고 결국, 돈 주앙과 라파엘은 결투를 벌이게 된다. 비 오는 새벽, 결투 도중 스스로 칼을 놓아 라파엘의 칼에 최후를 맞이하는 돈 주앙.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돈 주앙은 마리아에 대한 사랑의 의지로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수많은 잘못에 대해 스스로 용서받을 수 없었다고 느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