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통의 아르헨티나 대표와인
대륙 와인의 선두주자는 단연 칠레 호주 와인이다. 하지만 생산량이나 소비량만 놓고 보면 아르헨티나를 따라오지 못한다. 아르헨티나는 와인 생산량이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위이며, 소비량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에 이어 세계 5위에 랭크될 정도로 와인 강국이다. 인구 한 명당 무려 46리터씩 마셔댄다. 참고로 국내 와인 소비량은 인구 한 명당 0.63리터다.이처럼 구대륙 못지않게 엄청난 양을 생산, 소비하고 있지만 정작 해외에 알려진 와인은 드물다. 이는 와인 수출량이 6%에 불과하기 때문. 생산되는 와인의 대부분이 내수용이다 보니 해외에 알려진 아르헨티나 와인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 전문가들은 신대륙에서 주목받을 와인 강국으로 주저 없이 아르헨티나를 지목한다. 잠재력 면에선 칠레 호주를 능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중에서도 카테나 자파타는 아르헨티나는 물론 구대륙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대표적 와이너리다.100여 년 전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니콜라스 카테나가 1902년 건조한 고산지대인 멘도사(Mendoza)의 4헥타르 땅에 포도 품종 말벡을 심은 것이 시초다. 이번에 처음으로 내한한 니콜라스 카테나 대표는 3대째 가문을 이끌고 있는 창업주의 손자다. 카테나 자파타가 아르헨티나의 대표 와인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니콜라스의 열정이 큰 밑거름이 됐다.미국 UC버클리대에서 농업경제학 객원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품질이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들의 노력에 감명받았다. “캘리포니아 와인의 전설 로버트 몬다비의 와이너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선진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그의 열정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1982년 아르헨티나로 돌아와 대혁신을 단행했습니다.”아르헨티나의 와인 생산지는 대부분 안데스산맥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그중에서 멘도사는 아르헨티나 와인의 70%를 생산해내고 있다. 해발 900m에 위치한 멘도사의 포도나무들은 안데스 산맥의 눈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생긴 지하수에서 영양분을 빨아들인다. 안데스산맥이 감싸고 있어 고온건조한 데다 일교차가 무려 섭씨 30도씩 차이가 난다. 일조량이 풍부한 데다 고산지대에 있어 작황에 유리한 온도가 유지된다. 대개 1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수확하는데 주로 재배하는 품종 중 화이트 와인용으로는 토론테스, 페드로 히메네스, 슈넹 블랑, 샤르도네, 레드 와인용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 말벡, 멜롯, 카버네 블랑 등이 있다. 토양은 자갈이 많이 섞인 중적토인 데다 연평균 강수량은 겨우 187mm에 불과해 포도나무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테루와(작황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만 놓고 보면 멘도사는 신대륙에서 최적의 조건입니다. 안데스산맥 때문인지 몰라도 아르헨티나 와인은 과일향이 풍부합니다. 칠레나 호주산 와인이 민트향이 강한 것과는 대조를 보이죠.”니콜라스 카테나는 품종 개량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수많은 검증작업을 벌인 끝에 멘도사에 가장 잘 맞는 와인 품종이 ‘말벡(Malbec)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말벡은 거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카베르네 소비뇽, 멜롯에 혼합되는 품종이다. 원산지는 프랑스이지만 워낙 기후변화에 민감해 작황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멘도사는 말벡이 자라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카테나가 생산하고 있는 와인 중 ‘카테나 알타 말벡’은 100% 말벡으로 제조된다. 이 와인의 첫 맛은 말벡 특유의 거친 느낌을 주지만 2~3분 정도 공기와 접촉하면 목 넘김이 부드러운 레드와인으로 변신한다. 탄닌 성분이 듬뿍 함유돼 있어 심장병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특히 1994년 빈티지는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등 아르헨티나 와인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와인으로 기록되고 있다.그의 열정은 고스란히 딸 라우라 카테나로 이어졌다. 그녀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생물학자로 카테나 와인의 품종 개량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녀는 지난 5년간 1700여 가지 말벡을 재배해 이중 우량 품종을 125가지 구분했으며 다시 이 가운에 5가지 품종을 발견하는 등 품종 개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테루와에 정확한 연구 개발이 뒷받침되면서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반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그 해 일조량과 강수량에 의해 맛이 결정됩니다만 우리는 매년 맛이 더욱 좋아지는 게 차이점입니다. 작년 품종보다 올해 품종이 더 우수하기 때문이죠. 카테나 와인을 선택할 때는 가장 최근 빈티지를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카테나 자파타의 와인 제조공장은 마야문명 유적지를 연상케 한다. 여기에는 외형적인 것이 크게 고려됐다. 3층으로 된 와인 제조공장은 원스톱으로 와인이 생성되도록 설계됐다. 3층에서 와인을 선별해 과즙을 짜내면 이는 고스란히 2층과 1층으로 내려가 병에 담겨지며 이 와인은 지하 저장창고로 이송된다.이번에 수입되는 와인 중 그가 적극 추천하는 것은 니콜라스 카테나 자파타다. 이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 68%와 말벡 32% 비율로 배합한 멘도사 최고의 와인이다. 카테나 자파타는 세계적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펴낸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The world's Greatest Wine Estste)’에서 남미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등재됐다. 이 밖에 카테나 알타 말벡 2002년 빈티지는 작년 말 와인 권위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 의해 세계 100대 와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카테나 말벡 2003은 올 5월에는 영국 와인 전문지 디켄터(Decanter)가 정한 세계 50대 레드와인으로 뽑혔다.“평론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로버트 파커가 남미에서 유일하게 우리 와이너리를 선택했다는 것은 이 와인이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의 입맛에 잘 맞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내한 기간 국립중앙박물관과 리움미술관 등을 둘러봤다는 그는 “한국과 같이 섬세한 전통문화를 소유한 나라에서는 와인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하는 것이 전 세계적 공통점.”이라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칠레산 와인이 가격 경쟁력 면에선 다소 앞서지만 칠레 와인과는 질적으로 다른 달고 상큼한 아르헨티나 와인을 맛보면 그 순간부터 마니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