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리모델링 A to Z
체 감각기관이 느끼는 정도를 숫자로 표시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사람마다 느낌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의 날씨가 영하 20도 아래다.”라거나 “실내온도가 30도를 넘는다.”고 말하면 그 정도를 대충 예상할 수 있다. 느낌의 정도를 숫자로 가늠하는 온도계라는 발명품 덕택이다.색깔에도 숫자를 매길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빨강-3’이라고 하면 누구나 느낌의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숫자 말이다. 색상을 다루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색깔을 숫자로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온도계처럼 보편화돼 있는 것은 아니다. 왜일까. 색깔에 대한 느낌은 훨씬 주관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노랑과 상대방이 생각하고 있는 노랑은 다를 수 있다. 개나리꽃의 노랑을 생각하는 사람과 나비의 노랑을 떠올리는 사람의 노랑은 같은 노랑이 아니다. 같은 사람에게도 노랑의 느낌이 시시각각 다를 수 있을 것이다.하나 색깔에는 분명한 사실이 있다. 사람마다 인상과 성격이 다르듯이 그 사람에게만 어울리는 색깔이 있다는 점이다. 남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 색깔이지만 내가 입으면 느낌이 살아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또 색깔은 심리에 영향을 준다. 작업장의 색깔을 바꿔 능률을 높이거나 색깔로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사례를 보면 색깔과 심리에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집안 컬러도 마찬가지다. 그 집에 어울리는 색깔이 있게 마련이고 색깔에 따라 분위기도 확 달라진다. 집은 쉼터이고 가화만사성이란 말도 있다. 집안이 편안하도록 색깔을 고쳐주면 돈도 따라올 것이다. 단 원칙을 알고 컬러 리모델링에 나서야 한다.색깔이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특정 색깔이 주는 이미지가 있다. 모든 사람이 특정 색깔에 똑같은 느낌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대략 80%는 비슷한 이미지를 받는다. 선명한 핑크, 노랑, 오렌지는 화사한 이미지다. 암적색이나 황금색, 청색은 호화롭게 느껴진다. 빨강이나 검정은 대담하고 강렬한 이미지다. 베이지 계열은 부드럽고 소박한 느낌이다. 우아한 이미지의 집안 분위기를 연출하려면 옅은 자주색 계열이나 장미색을 선택해볼 만하다. 연두색·갈색 계열, 어두운 회보라는 차분한 이미지를 준다. 짙은 갈색, 회연두는 안정감을 주고 어두운 회보라나 검정으로는 이지적인 집안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일반적으로 80%는 특정 색깔에 비슷한 느낌을 받지만 20%는 다를 수 있다. 80%가 객관적인 반응이라면 20%는 주관적인 느낌이 강하다. 패션시장에선 20%의 컬러로 80%를 주도해 나가곤 한다. 집안 컬러는 객관적인 80%를 활용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객관적인 컬러를 주조색으로 하고 20%에서 포인트 컬러를 찾으면 된다.가족 구성원의 성격이나 직업에 따라 집안 컬러도 달라져야 한다. 의사나 변호사처럼 이지적인 분위기의 집안에는 들뜬 컬러가 안 어울린다. 반대로 자유직업을 가진 집안에는 컬러풀한 분위기가 연출돼야 한다. 물론 80% 룰이 적용되는 것이고 아이 방에는 포인트 컬러를 고려해야 한다. 고등학교 전까지는 자녀 방에 포인트 컬러를 두는 데 신경 써야 한다. 산만한 아이라면 차분한 컬러로 바꿔줘야 하고 침울한 아이라면 산뜻한 컬러로 분위기를 살려줘야 한다.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는 공간에는 연두나 초록으로 생기를 불어넣는 컬러 리모델링을 고려해볼 만하다. 어쨌든 누구를 위해 바꿀 것인가를 염두에 두는 게 컬러 리모델링의 출발점이다.사무공간이나 상업공간을 컬러 리모델링할 때도 타깃을 정하면 색깔을 결정하기가 쉽다. 하루 종일 PC와 씨름하는 사무실이라면 회의실이라도 튀는 분위기로 연출해 기분전환을 해 줄 수 있다. 기계를 다루는 업종이라면 따뜻하고 온화한 이미지의 색상을 선택해 능률 향상을 기대해 볼 만하다. 상업공간도 주인이 선호하는 색상보다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차원에서 실내 컬러를 결정해야 한다.집안 색상을 좌우하는 것은 벽지와 가구다. 커튼과 패브릭, 액자색상도 집안 분위기를 결정하는 데 있어 일정부분 역할을 한다. 차분한 분위기의 집안 컬러로는 밝은 베이지, 미색, 흰색이 우선 꼽힌다. 실제로 이런 색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색상도 페인트로 처리하면 차가워 보이고 벽지를 사용하면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 마감재의 재료에 따라서 느낌에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신혼집에도 차분한 분위기의 색상을 선택할 수 있지만 화려한 꽃무늬 벽지로 아트 월을 처리해주면 집안이 화사해 보인다. 앤티크 가구는 천장이 높고 실내가 넓은 밝은 색의 유럽식 전원주택에 잘 어울린다. 하지만 아파트나 일반 주택의 경우 천장이 대부분 낮기 때문에 밝은 색 계통의 집안 색상은 앤티크 가구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천장이 낮은 경우 반대로 어두운 색의 카키나 갈색 계통을 써야 앤티크 가구가 고급스러워 보인다. 적어도 소파 뒤쪽이나 앤티크 가구가 놓인 공간 주변에 카키나 갈색 계통의 벽지를 써줘야 집안 분위기가 살아난다.싱글족이면서 가구가 별로 없는 집은 통상적인 컬러감각을 깨보면 예상치 못한 생동감을 얻을 수 있다. 한쪽 벽면 전체를 자주, 샛노랑, 보라, 주황, 초록, 파랑 등으로 처리해보는 것이다. 자유로운 느낌을 만끽할 수 있고 기분도 고조된다. 집안에서의 외로움도 덜어질 것이다. 한쪽 벽면 전체를 처리할 용기가 없다면 컬러 액자를 붙여도 괜찮다.포인트 컬러를 선택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포인트 컬러가 집안의 가구나 커튼, 패브릭 색상과 보색대비를 이루거나 계열색, 또는 동일색이 들어가도록 신경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포인트 컬러가 튀거나 동떨어진 색이 될 수 있다.계절에 따라 소품 색상을 달리해주면 감각적인 집안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봄가을엔 기존 단색 커튼에 꽃무늬나 나뭇잎 등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천을 커튼 위쪽 일부분에 덧대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여름에는 직물소재의 커튼을 떼어내고 마(麻)나 대나무 등 시원한 느낌의 소재로 된 커튼으로 갈아본다. 겨울철에는 패브릭으로 많이 꾸미면 집안이 따뜻해 보인다.사람은 선호하는 색상이 바뀌는 것이 정상이다. 고집스럽게 한 가지 색상을 선호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옷이나 가구 등을 고를 때 눈길이 가는 색이 있다면 현재 심리 상태도 알 수 있다. 푸른색을 선호한다면 심리상태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고 붉은 계열을 찾는다면 몸이 건강하지 않다는 신호이며 핑크 계열을 찾는다면 좋은 일이 많다는 심리상태를 말해주기도 한다. 집안의 색상을 바꿔 심리상태도 교정할 수 있는 게 컬러 리모델링의 매력이기도 하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