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스타 사로잡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무진(Limousine)은 독일어로 세단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 말하는 리무진은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유리로 된 칸막이가 있는 차를 의미한다. 운전자가 별도로 있는 실내가 넓은 고급형 승용차가 바로 리무진이다. 그렇다면 현존하는 차 중에 리무진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자동차는 무엇인가. 단연 캐딜락이다. 캐딜락은 미국 자동차 기술의 집약체이자 상류층의 아이콘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는 캐딜락(Cadillac)과 럭셔리(Luxury)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고급 세단의 대명사인 캐딜락이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만든다? 지금이야 사정이 다르지만 캐딜락이 SUV 시장에 뛰어든 지난 1999년에는 엄청난 뉴스거리였다. SUV 차량이 자동차 세그먼트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주로 고급 세단을 생산하는 캐딜락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이는 캐딜락을 생산하는 GM 수뇌부가 가장 우려했던 바였다. 창립 97년을 앞두고 내린 결정에 상당수 자동차 전문가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이해가 된다.모든 상품이 그렇겠지만 자동차의 판매는 이미지에 의해 결정된다. 산업화 사회로 넘어오면서 필수품이 돼버린 지금, 자동차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계층을 구분 짓는 요소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수십년간 어렵사리 고급 자동차 이미지를 쌓아올린 캐딜락이 중저가 자동차의 각축장인 SUV 시장에 진출해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을 미국인들은 원치 않았다. 픽업트럭으로 미국 시장을 석권한 포드와 중형 자동차의 이미지가 확고한 링컨, GMC의 SUV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틈새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그럴수록 커지고 있는 SUV 시장에 대한 미련도 깊어만 갔다. 서서히 유가가 오르고 있어 ‘기름 먹는 하마’로의 전락이 예고되기도 했지만 다양한 상품으로 다양한 구매층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GM 수뇌부의 생각은 확고했다. 대신 GM은 캐딜락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SUV를 만들되 최고·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GM의 생각이었다. 이렇게 개발된 것이 최고급 SUV 에스컬레이드다. 이 차는 개발 프로젝트가 수립된 지 10여 개월 만에 제작된 차로 컨셉트카에 가깝다. 제작기간만 봐도 GM이 얼마나 다급해했는지 잘 알 수 있다.에스컬레이드는 전체적으로 SUV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럭셔리 SUV라고 해야 할 정도로 최고급이다. 첫선을 보였을 당시만 해도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니아층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우군은 캐딜락에 열광적이었던 상류층이었다. 연예인, 저명인사들 사이에 회자되기 시작하더니 금세 확고한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스타크래프트의 밴’을 타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출시된 지 7년이 지난 지금 에스컬레이드는 미국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가장 사고 싶어하는 자동차로 자리잡았다. 미 프로농구스타 샤킬 오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유명 영화배우 톰 크루즈 등이 현재 이 차를 공식 차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스타인 한국계 혼혈아 하인스 워드도 지난해 슈퍼볼 MVP로 지정된 직후 이 차를 부상으로 받았다.에스컬레이드의 별명은 ‘항공모함’, ‘코끼리’다. 외형이 일단 여느 SUV를 능가한다. 그러나 이 차의 진짜 매력은 육중한 몸매보다는 놀라운 스피드에 있다. 큰 몸집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슈퍼카 수준의 엔진 출력을 선보이는 것이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이번에 출시되는 2007년형은 풀 사이즈 SUV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제작됐다. 이 때문에 육중한 몸매를 지탱하는 데 효과적이다. 가장 큰 변화는 강력한 출력을 발휘하는 신형 엔진이 장착됐다는 점이다. 2007년형에 장착된 6.2리터 알루미늄 스몰 블록 V8 VVT엔진은 403마력에 토크가 57.65kg·m이나 된다. 같은 회사에 나오는 시보레 콜벳(5665㏄ V8)의 최대 출력이 5200rpm에서 350마력, 최대 토크가 4400rpm에서 38.2kg·m인 것과 비교해 보면 에스컬레이드의 엔진 출력은 스포츠카와 비슷한 수준이다. 에스컬레이드는 네 바퀴를 굴리는 사륜구동 방식이 적용돼 있어 일반 주행 시에는 고급 세단, 자갈길 등에서는 SUV의 느낌을 준다.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가스식 쇼크 업소버와 연결돼 있으며 앞뒤에 스태빌라이저 바를 장착해 좌우 흔들림을 최소화했다.신형 하이 드라마틱 6단 자동변속기는 6.2리터 엔진과 조화를 이루면서 SUV의 힘을 최대로 끌어올려준다. 컨셉트카 식스틴에서 영감을 받아 그릴 디자인과 엠블럼이 독특하다. 자동기능이 가미된 3층 구조의 HID(High Inten sity Discharge) 헤드램프가 측면에 있어 전체적으로 디자인을 빛내준다. 실내 공간은 파격적으로 재배치했다. 에어컨과 오디오 설비가 위치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전체적인 톤은 부드럽고 은은한 광택으로 처리해 실내가 환하고 아늑한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내부 장식 무늬까지 색상과 조화를 이뤄 고급스러움이 많이 가미됐다는 느낌이다.최근 자동차의 내부 시스템 배치는 활용도를 가장 중요시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편리하게 공간을 활용하도록 에스컬레이드는 기존 SUV에서는 볼 수 없는 파워 2열 시트가 적용됐다. 물론 3열로도 만들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레저용으로 활용하는 데 그만이다. 버튼만 누르면 뒷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파워 어시스트 리어 리프트 게이트는 사용자 중심의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캐딜락의 고유한 정신이 반영돼 있다. DVD, CD, MP3 오디오와 통합된 보스 5.1 디지털 서라운드 시스템 장착으로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강화했다.길이 5105mm, 너비 1975mm, 높이 1945mm로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간격)만 2946mm에 달한다. 국내에는 들어와 있지 않지만, 에스컬레이드의 성공으로 개발된 에스컬레이드 ESV나 EXT는 휠베이스가 3302mm에 이른다. 에스컬레이드는 안전성도 동급 최강이다. 사고 시 자동차 전복을 막아주는 최첨단 안전 시스템인 스태빌리트랙이 장착돼 있어 탑승자를 안전하게 지켜준다. 실제로 2년 전 축구스타 웨인 루니가 이 차를 몰다가 23톤 규모의 트럭과 정면충돌했는데 신체에 아무런 상해를 입지 않았다. 이 차에는 각종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어 이중 삼중으로 탑승자를 보호해 주고 있다. 오토매틱 패신저-사이드 프런트 에어백 시스템은 특별히 어린이 승객을 보호해 주는 데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며 사이드 임팩트 에어백은 운전자와 앞좌석 승객을 보호해 준다.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에스컬레이드는 지난해 미국 보험업계가 조사한 차량별 도난 신고 분석 자료에서 4년 연속 도난 신고 건수가 가장 많은 차량으로 뽑혔다. 아무리 최첨단 보안시스템을 달았어도 견물생심의 욕구를 억제하기는 어렵다. 지난 2004년에는 보험 신고 1000건당 13건이 에스컬레이드 신고였다.에스컬레이드가 잘 팔리면서 2002년에는 픽업트럭 버전인 에스컬레이드 EXT, 2003년에는 뒷부분 길이가 연장된 에스컬레이드 ESV가 출시되는 등 미국 상류층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