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재테크 코치 김생민

그맨 겸 리포터 김생민. 솔직히 그에게는 ‘스타’라는 말이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개그맨이라지만 그 흔한 유행어 하나 만들지 못했고 스타의 필요충분조건(?)인 스캔들 경력도 없다. 하지만 그는 ‘스타들의 스타’다. 동료 연예인들에게 ‘재테크 도사’로 통하고 있는 김생민의 야무진 재테크 이야기를 들어본다.김생민(34)이 방송국 분장실에 등장하면 으레 재테크 훈수를 받으려는 연예인들이 그의 주위에 몰려든다. 얼마 전엔 가수 비가 그에게 재테크 조언을 구했다는 얘기가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라디오 방송을 할 때였죠. 짬이 생겨 잠깐 화장실을 갔는데 우연히 가수 비와 마주쳤어요. 간단히 인사하고 볼일 보러 들어갔다 나오는데 밖에 비가 서있더라고요. 저 만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러고는 평소 제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재테크 조언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제가 그 정도로 유명해졌나 하고 저도 놀랐죠.”이쯤 되면 김생민의 재테크 노하우란 게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아직 인터뷰할 만한 인물이 못 된다.”며 고사하는 그를 어르고 달래 압구정동의 레스토랑 ‘크레이지 크랩’으로 불러냈다.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9월 26일. 그는 청바지와 캐주얼한 셔츠에 운동화 차림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수수한 헤어스타일과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마주한 그의 모습은 연예인보다는 이웃집 청년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먼저 소문대로 주변 연예인들에게 재테크 자문을 많이 해주느냐고 물었다. “일반인들도 그렇겠지만 다른 사람의 재산 운용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조언하는 일이 어디 쉬운가요. 아주 믿을 만한 사이가 아니면 그런 얘기를 못하죠. 그저 저랑 가까운 동료나 후배들이 물어오면 아는 범위 내에서 얘기해 주는 정도예요.”혹시 자신의 조언 덕분에 재산을 불린 동료가 있는지 물었더니 잠시 머뭇거리다 선배 개그우먼 S 씨의 사례를 얘기해 줬다. S 씨가 그의 권유로 서울 반포 재건축 아파트 급매물을 샀다가 적잖은 차익을 냈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재테크 원칙은 무엇일까. 그는 주저 없이 “재테크 첫 번째 원칙은 절약”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연예계에서도 소문난 ‘짠돌이’다. 술을 못하는 탓이기도 하지만 후배들에게 술을 살 때도 ‘소주 두 병에 어묵탕 하나’가 전부다. 그는 자신의 절약 습관이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가풍이라고 설명했다.“대학 시절에도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직접 벌어야 했기 때문에 아껴 쓰는 버릇이 몸에 뱄어요. 버는 돈을 꼬박꼬박 저축해 불리다 보니 종자돈이 마련됐죠. 사실 동료나 후배들에게 해주는 조언도 대부분 절약하라는 내용입니다.”그는 특히 일반인에 비해 연예인들에게 절약의 습관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한다. “연예인들은 일반인에 비해 확실히 소득이 많은 편이지만 의외로 돈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연예인들의 수입이란 게 일정치 않기 때문에 자칫 버는 것보다 씀씀이가 커지기 쉽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연예인들은 자신의 수입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잘못된 지출 습관부터 고쳐야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요.(웃음)”김생민의 두 번째 투자 수칙은 ‘욕심내지 말자’는 것이다. 그는 “어디에다 투자했든지 간에 은행 금리 이상만 나오면 감지덕지로 생각한다.”는 말로 자신의 이런 생각을 표현했다. 물론 김생민도 ‘대박’을 꿈꾼 적이 없던 것은 아니다. 2002년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코스닥 종목에 투자했다가 자신으로서는 거금인 3000만 원을 날렸다. 그 뒤 또 막역한 친구의 제안으로 인터넷 업체에 투자했다가 역시 큰 손해를 봤다. 이런저런 시행 착오를 겪고 나서 속병만 앓고 있을 때 그는 책 한 권을 접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 관한 책이었다. 이 책에서 얻은 교훈은 한마디로 ‘투자할 때 욕심내지 말라’는 것이었다. ‘연 수익률에 투자연수를 곱한 값이 72가 되면 복리로 원금이 두 배가 된다.’는 ‘72법칙’도 그때 알게 됐다.“단기간에 큰 돈을 벌려고 욕심내지 말고 긴 안목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죠. 그런 경험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저의 재테크 노하우라는 것도 그때 얻은 것이 전부입니다. 이제는 무엇이든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고 직접 몸으로 부딪쳐 가며, 발로 뛰면서 알아보고 나서 투자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더라고요.”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그는 주식 투자와 벤처 투자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 차근차근 성공 재테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중요한 투자를 결정할 때는 방송을 하면서 알게 된 경제 전문가들의 자문을 꼼꼼히 받고 회계사 등의 일을 하고 있는 전문가 친구들을 적극 활용했다. 경제신문도 매일 빼놓지 않고 챙겨봤다. 그리고 거의 매일 은행에 갔다. 별다른 볼일이 없더라도 은행에 가는 것을 취미생활처럼 여겼다.‘욕심을 내지 말자’는 원칙은 사실 그의 연예 활동에서 터득한 것이기도 하다. 7전8기 끝에 연예계에 입문했으나 2년반 만에 모든 출연 프로그램에서 ‘잘리는’ 처지가 된 것. 이런 상황에서 그가 새롭게 잡은 방향은 ‘공무원 같은 연예인’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명이 긴 연예인이 되겠다.”는 것. 이렇게 마음을 먹자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각 방송사의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 기회가 많아졌다. 현재 그는 KBS 연예가중계 10년, MBC 출발비디오여행 8년, SBS 동물농장 6년 등 장수 리포터로 활동 중이다. 그가 이들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자로 자리 잡는 사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MC들은 수없이 교체됐다.“뭐든 욕심을 내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행동하는 게 제 철칙이에요. 조금 더 잘하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출연자들 간에 불협화음이 발생하면 프로그램이 잘 굴러갈 턱이 없죠. 누군가 욕심을 내는 순간부터 프로그램은 내리막길을 걷게 되고 개편 때 사라지는 상황까지 가게 됩니다.”이런 김생민이 요즘 한창 재미를 붙인 것은 ‘적립식 펀드’ 투자다. “2004년 경제신문에 적립식 펀드 기사가 많이 나오기에 한 계좌를 가입해 봤는데 5개월 후에 확인해 보니 벌써 10% 넘게 수익이 났더라고요. 그 뒤로 여유가 생길 때마다 계좌를 늘려 지금은 5개 계좌를 갖고 있습니다.”그는 펀드에 가입할 때도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우선 가입 시점을 잘 선택하기 위해 코스피지수의 흐름을 살핀 뒤 반등이 시작되는 타이밍을 잡는다. 만약 타이밍을 잘못 선택해 가입 후 손실이 났다면 추후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다고 생각될 때 ‘물타기’ 하는 셈치고 추가로 가입한다.어떤 펀드에 가입할지는 반드시 은행원과 상담한 후에 결정하는데 그가 특히 중요시하는 것은 ‘누가 운용하는 펀드인가’이다. “펀드매니저의 이름을 확인해 보고 우량주 중심으로 운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경우에만 가입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재테크 하면 부동산을 빠뜨릴 수 없다. 김생민도 부동산 투자가 아직은 가장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실제 부동산 경매로 재미를 쏠쏠하게 본 경험도 갖고 있다. 3년 전, 서울 시내에 시가보다 5000만 원 낮게 책정된 아파트 경매물건이 나와 구입했는데 이후 2억 원이 올라 약 50%의 수익을 낸 것. 그는 최근 이 아파트와 그동안 거주해 온 경기도 소재 아파트를 모두 처분하고 서울 시내에 아파트를 마련했다. 꿈에 그리던 서울 입성에 성공한 것이다.그는 요즘도 틈틈이 부동산 공부를 하고 있다. 그동안 공부한 결과 그가 내린 결론은 “부동산 투자도 주식처럼 우량 물건 투자를 고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아파트의 경우 단지가 크고 근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교통이 편한 곳만 골라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이런 얘길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조건이 다 갖춰진 곳은 이미 오를 만큼 오른 동네가 아니냐.’라고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이 조건이 다 충족되는 곳이라도 잘 찾아보면 비싸지 않은 물건이 반드시 있습니다. 어디라고 콕 짚어드리고 싶지만 아직은 비밀이에요. 연구 중인 것이라 공개불가입니다. 하하.”이처럼 ‘야무진’ 김생민이지만 그에게도 역시 돈은 모으는 것 못지않게 쓰는 것도 중요한 법. 돈은 언제 쓰냐고 물어봤다. “연예활동을 하면서 힘든 상황을 당할 때면 돈이 없어서 가족이 힘들었던 시절을 되새기며 초심을 다집니다. 그러면 절로 힘이 생기죠.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쓰는 돈이라면 전혀 아깝지 않아요. 지금도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지만,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서나 아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요. 그때를 대비해 돈을 모으고 있죠. 재테크의 목적은 바로 가족의 행복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