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안 우리은행 부지점장의 100억 재산가 포트폴리오 훈수
내 굴지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인 이선진(53·가명) 씨는 최근 갑작스럽게 목돈이 생겼다. 스톡옵션을 행사해 20억 원의 수입이 생긴 것. 이 씨는 오로지 일만 해왔을 뿐 재테크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많은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상태였고 주식과 부동산 시장 모두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 씨는 새로 생긴 목돈을 어떻게 운영할지 방법을 찾지 못했다. 고심 끝에 이 씨는 우리은행 강남 투체어스센터 박승안 부지점장을 찾았다.박 부지점장은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다른 PB와 달리 현대자동차에서 첫 직장생활을 한 특이한 이력의 인물이다.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다가 1993년 현대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시황 등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이후 삼성자동차에 근무하기도 했으며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기획 업무를 담당하다 2002년부터 PB 업무를 시작했다. PB로서 경력은 짧지만 오랜 직장 생활에서 쌓인 노하우를 토대로 유력 언론사들이 선정한 재테크 스타로 꼽힐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박 부지점장은 스톡옵션 행사로 발생한 20억 원의 운용처를 정하기 전에 전체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전체 자산의 상황을 파악해 봐야 20억 원의 투자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 씨의 자산 운용 상황을 파악한 후 박 부지점장은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씨는 강남에 20억 원 대의 아파트 외에 60억 원 정도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었다. 부동산 위주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일반적 부자들과 큰 차이가 나는 포트폴리오였다. 부동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지만 이 씨처럼 금융자산 비중이 너무 높아도 문제라는 게 박 부지점장의 설명이다. 게다가 만약 스톡옵션으로 받은 20억 원까지 금융자산으로 운용할 경우 총재산에서 금융자산 비중이 80%에 달하는 기형적 구조를 갖게 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을 시정해야 한다고 박 부지점장은 지적했다.그는 또 다른 문제점도 발견했다. 재산의 90% 가까이가 이 씨 명의로 돼 있었던 것이다. 금융자산 위주에다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재산이 집중돼 있어 나중에 상속·증여 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자 수입에 대한 세금도 과도하다. 이런 문제를 지적한 후 박 부지점장은 자산 포트폴리오 전체를 다시 짜자고 제안했고 이 씨는 이를 수락했다.박 부지점장은 우선 스톡옵션 행사로 받은 20억 원을 모두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그리고 이 부동산은 이 씨 본인 명의로 보유하지 말고 부인과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는 방식을 취하도록 권유했다. 나중에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나서 증여하거나 상속하면 그만큼 세금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박 부지점장은 10억 원을 추가로 대출받아 부담부증여 형태로 30억 원짜리 부동산을 물려주는 방법을 제안했다. 대출을 끼고 증여할 경우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대출금은 임대 수입으로 천천히 갚아나가면 된다. 금융자산이 많기 때문에 증여세도 모두 이 씨가 부담토록 했다. 증여세까지 이 씨가 부담할 경우 증여세 부담분에 대한 세금도 물게 된다. 이 경우 7억 원 정도 세 부담이 예상된다. 박 부지점장이 추천한 부동산은 강남의 30억 원짜리 상업용 빌딩으로 연 2억 원 이상 임대 수입이 있다. 이런 방법으로 금융자산 편중 현상과 이 씨의 재산 비중이 너무 높다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박 부지점장과 이 씨는 현재 강남에 있는 20억 원짜리 집은 그대로 두고, 상속세를 내고 남은 금융자산 53억 원에서 50억 원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짜기로 했다. 3억 원은 포트폴리오에 편입하지 않고 이 씨가 원하는 용도로 쓰게 했다.박 부지점장은 50억 원의 금융자산을 유동성 자산에 10%, 안전성이 매우 높은 확정금리형 상품에 30%, 다소 리스크가 있는 준확정형 상품에 35%, 리스크가 높은 편에 속하는 투자형 상품에 25%를 각각 투자하도록 했다. 이는 적정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라고 박 부지점장은 설명했다.우선 유동성 자산으로는 머니마켓펀드(MMF)에 5억 원을 운용키로 했다. 또 확정형 상품으로는 은행권의 특판예금과 채권 상품에 절반씩 투자토록 했다. 은행권의 확정금리 상품 가운데 부정기적으로 출시되는 특판예금을 활용하면 리스크 없이 연 5%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특판예금에 7억5000만 원을 투자토록 했다. 또 국민주택1종채권에도 7억5000만 원을 투자하게 했다. 금리는 연 4.8~4.9% 정도인데 만기가 다양한 채권을 사들여 만기를 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투자 기회가 생겼거나 긴급한 자금 수요가 발생했을 때 투자 자금을 쉽게 옮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박 부지점장은 준확정형 투자 상품으로 ELS와 부동산 관련 펀드를 추천했다. ELS는 안전성과 목표 수익률 모두 높은 상품이어서 최근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하기에 적합하다. 그는 우선 2년 정도 투자할 수 있는 ELS에 7억5000만 원을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또 부동산 관련 자산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리츠(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회사나 투자신탁)에 투자토록 했다. ABS는 내곡동 도시개발 사업과 관련한 상품에, 리츠는 증권사를 통해 판매하는 코크랩 리츠 상품을 추천했다. 투자 금액은 각각 5억 원씩으로 정했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에 가급적 안정적인 기초 자산에 투자하는 부동산 관련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부동산 관련 상품의 기대수익률은 연 6~7% 정도로 추정됐다.박 부지점장은 투자형 자산은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해외 펀드, 실물 펀드로 분산할 것을 제안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7억5000만 원을, 일본 펀드와 실물자산 펀드에는 각각 2억5000만 원을 투자하도록 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불안한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낙관론이 아직 우세하며 일본도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주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실물 펀드의 경우 변동성이 높은 상품이지만 중국과 인도의 원자재 수요 증가로 인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투자형 자산의 경우 당장 한꺼번에 투자하지 말고 6개월 정도 기간을 분산해 투자해야 한다고 박 부지점장은 권고했다. 일시에 투자할 경우 자산의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박 지점장은 “이 씨의 경우 많은 금융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위험 자산을 25% 정도 편입해 포트폴리오를 꾸렸다.”며 “하지만 자산이 많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최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좀 더 비중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상 효과 등으로 인해 주식 부동산의 동반 상승 국면이 마무리될 수도 있는 만큼 가급적 대출금을 조기에 상환해야 하며 수익률 1~2%에 신경 쓰기보다는 안전성을 더 중시하는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