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경제교육 A to Z
은 내게 자유를 의미합니다.”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는 외환위기로 최악의 고통을 겪고 있던 한국인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유교적 통념에 젖어 있던 국민들에게 소로스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이후 한국 경제는 급속히 글로벌 경쟁 체제에 편입됐고 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아이들에게 돈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가정은 많지 않다.경제 교육은 성교육만큼이나 가정교육의 사각지대였다. 따라서 대학생이 되도록 ‘경제 문맹(economic illiteracy)’, 혹은 ‘돈맹’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아무리 입시 교육을 많이 받아 명문 대학에 진학했다 하더라도 경제를 모르면 사회생활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빨리, 늦었다면 지금 당장 자녀에게 돈에 대해 교육하라고 권고한다.일개 껌팔이 소년에서 출발, 빌 게이츠의 3배가 넘는 재산을 모은 전설의 갑부 록펠러는 손자에게 엄격한 경제 교육을 한 인물이다. 그는 손자에게 일주일 용돈으로 25센트만 줬고 평소 모든 지출을 반드시 기록하도록 했다.주말에는 지출을 기록한 노트를 보며 돈을 잘 관리했을 경우 칭찬의 의미로 5센트를 줬고 문제가 있으면 가차 없이 다음 주 용돈에서 5센트를 깎아버렸다. 또 수입의 일부는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했다. 이런 체계적인 금전 교육을 바탕으로 록펠러의 손자는 맨해튼 은행장으로 금융계를 주름잡았고 그의 자녀에게도 엄격하게 교육했다.비단 이런 억만장자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어렸을 때부터 경제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학원 하나를 더 보내 입시에서 성적을 높이는 것보다 돈에 대해 교육을 잘 하면 자녀의 미래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교육열에 비해 경제 교육 수준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실제 한국은행 조사 결과, 중고생의 71.8%가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교육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데다 교육 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부족한 탓이다. 그래서 사회 생활을 하고 나서야 뒤늦게 재테크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기초가 단련된 사람과는 출발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자녀를 키워 본 부모들은 너무 일찍 경제 교육을 하면 돈을 밝히는 아이가 될까봐 걱정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질없는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네 살부터 돈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물건을 사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네 살부터 이해하기 때문이다. 또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체계적인 용돈 교육도 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돈을 관리하는 습성이 몸에 배면 평생 돈을 잘 모으고 관리하는 능력을 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돈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유대인들은 세계 경제를 장악했고 경제 교육을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한 네덜란드가 금융 강국으로 부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아이를 부자로 키우고 싶다면 가급적 어린 시절부터 돈에 대한 건전한 생각을 갖게 하고 돈을 잘 관리하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제 교육을 위해 개설한 다양한 경제 캠프나 경제 교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년 한햇동안 약 6만 명의 어린이와 중고생이 경제 교육을 받은 것으로 추산되며 앞으로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대학과 기업 등은 경제 교육을 잘 받은 인재를 더욱 선호할 수밖에 없어 경제 교육과 관련한 수요와 공급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한국은행은 올해 초 동계 청소년 경제 캠프를 열었고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도 미래 한국 경제의 기둥인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소비의식을 심어주고 경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취지로 청소년 경제금융 체험 캠프를 개최했다. 금융감독원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자율과 화폐 등 금융 지식을 가르쳤다.금융회사들도 앞 다퉈 경제 교실이나 경제 캠프 등을 열고 있다. 동양생명 ING생명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산업은행 삼성화재 LIG손해보험 등이 올 여름에 경제 캠프 등을 열었다.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용돈 관리에서부터 주식투자, 창업, 금리 및 환율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인터넷 사이트도 유용하다. 한국은행 경제교육 사이트(www.bokeducation.or.kr)나 재정경제부의 어린이 경제교육 홈페이지(kids.mofe.go.kr)등이 충실한 콘텐츠를 갖고 있다. 어린이 대상의 경제 서적도 쏟아지고 있는 만큼 책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자녀 이름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제 교육이 된다.금융상품에 가입하면서 각 상품의 특징을 이해하고 다른 금융상품과의 차이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는 어린이들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적금 정도였지만 지금은 보험 펀드 등 종류가 다양해졌고 금융회사도 어린이 전용 상품의 시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새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보험의 경우 임신 4개월부터 가입이 가능한 ‘태아 보험’상품에서부터 가입 대상이 14세 미만, 18세나 20세 미만으로 정해진 상품도 있다. 어린이 보험은 크게 보장보험과 교육보험으로 나뉜다. 보장보험의 경우 장애와 입원, 수술뿐만 아니라 암 등 중대 질병도 보장한다.순수 보장형의 경우 월 1만~2만 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면 되고, 만기 환급형의 경우 월 3만~6만 원 정도를 내면 만기 때 주 계약 보험료를 환급받을 수 있다. 삼성생명의 ‘무배당 어린이 닥터케어 보험’과 AIG생명의 ‘무배당 어린이 의료비 보장보험’, 동부생명의 ‘무배당 뉴 웰빙케어 플러스 어린이보험’ 등이 어린이를 겨냥해 출시한 보험 상품이다.은행권의 어린이 통장도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녀가 세뱃돈이나 용돈을 아껴 모으는 습관을 들이면 경제 교육은 일단 성공했다고 봐도 좋다. 이런 습관을 들이도록 하는 좋은 방법은 18세 이하면 가입이 가능한 어린이 통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어린이 대상의 통장은 만기 1~2년의 정기예금 형태로 통장의 이름으로 자녀의 이름을 사용하거나 온라인 교육 콘텐츠 할인 혜택 등을 부여하는 상품도 있다.펀드에 가입하면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주식시장을 이해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우리아이 3억 만들기’나 대한투신운용의 ‘i-사랑 적립식 펀드’, 대신투신운용의 ‘꿈나무 주식형’, 우리자산운용의 ‘우리쥬니어네이버적립식펀드’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부 펀드들은 경제 캠프 등에 참가할 수 있게 하거나 기업 방문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어린이의 경제 지식 습득을 위한 다양한 부대 서비스도 마련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