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수 쿠즈플러스 대표의 수입차 마케팅전략
, 빨간색 스포츠카, 늘씬한 레이싱 걸, 전설적인 카레이서 미하엘 슈마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스포츠카 페라리다.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타보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하는 페라리는 부의 상징이자 최첨단 자동차 기술의 집약체로 평가된다. 스포츠카의 전설로 통하는 페라리는 이탈리아 자동차 기술의 자랑으로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페라리는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연간 생산량을 4000대로 제한하고 있다. 능력 이상은 손대지 않겠다는 게 페라리의 기술 정신이다.한국 시장에 페라리가 수입된 것은 지난 2002년. 유광수 쿠즈플러스 대표의 집념이 빚어낸 결과다. 유 대표는 대형건설사 말단 직원 시절부터 자동차를 구입해 주말이면 드라이브를 즐길 정도로 차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회사를 그만두고 중소 건설업체를 운영하던 그가 자동차 판매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자동차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애착’ 때문이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수입 딜러들의 증가로 과당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출이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그는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눈여겨 봐왔던 F-1(포뮬러-1) 경기를 떠올렸다. 수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시속 320km를 수십 바퀴나 돌아야 하는 극한의 레이스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 중심에 마하엘 슈마허의 전설 ‘페라리’가 있었다.그는 곧장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있는 페라리 본사로 찾아가 마케팅 담당자에게 페라리 독점 수입권을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결과는 노(No). 스포츠카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게 페라리 측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유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무려 7번을 방문한 끝에 독점권을 얻어냈다. 대신 페라리 본사는 조건을 달았다. “미스터 유! 단독 판매는 어렵고 일본 수입 딜러를 통해서 구입하세요. 3년간 판매되는 조건을 지켜본 뒤 한국 내 독점권을 내주겠소.” 페라리는 여전히 국내 시장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었다.일본 수입상을 거칠 경우 마진은 반으로 줄어들 게 뻔했다. 그렇다고 페라리가 가진 상품 가치를 생각하면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무려 1년 6개월 동안을 일본을 거쳐 자동차를 구입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매출은 생각보다 신통치 않았다. 그는 다시 이탈리아 본사로 건너가 직수입 의사를 전달했다. 본사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독점권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그에게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는 페라리 경영진을 찾아가 쿠즈플러스의 장기 발전 비전을 설명했다. 강남구 청담동에 350억 원을 들여 전문 매장을 설립하는 것과 연 40대를 팔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주요 내용이었다.쿠즈플러스는 지난 2002년 이탈리아 피아트그룹의 자동차인 페라리와 마세라티 국내 독점권을 획득했다. 쿠즈플러스는 지난해 10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페라리 본사에서도 주목받는 딜러로 성장했다.쿠즈플러스가 지난달 국내에 첫선을 보인 페라리 599 GTB 피오라노(Fiorano)는 올 3월 제네바 모터쇼에 처음 공개된 모델로 아시아에선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 이어 3번째로 출시됐다. 이 차는 페라리의 명성을 드높인 엔초 페라리의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는 등 상당수 부품에 F-1 경주용 자동차 기술이 적용됐다. 599 GTB 피오라노는 배기량 5999cc, 최대 토크 62㎏·m로 최고 시속이 330k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3.7초에 불과하다.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제작해 강성은 강하면서도 무게는 일반 강철 프레임에 비해 훨씬 덜 나간다. 고속 주행 시 폭발적인 속도를 내는 슈퍼카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당초 2대만 배정받을 계획이었지만 유 대표의 끈질긴 설득으로 7대로 늘어났으며 7대 모두 출시되기 이전에 팔려나갔다. “이탈리아에서도 5월부터 판매에 들어갔는데 9월 한 달 만에 7대를 모두 계약했다고 하니 본사에서도 크게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내년에는 20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목표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세계 최고급 차량을 판매하는 마케팅 방법을 묻자 그는 ‘페라리가 가진 브랜드 가치가 가장 좋은 마케팅.’이라고 답변한다. 소문을 타고 판매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기존 고객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사무실 책상 뒤에는 쿠즈플러스 매장 오픈식 기념식에 참석한 VIP인사 5명의 손바닥 도장(핸드 프린팅 브론즈)이 걸려 있는데, 그중 한명이 엔초 페라리를 구입한 고객이다.“페라리는 각 모델마다 특징이 확연하게 구분돼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2~3대씩 보유하고 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만큼 재구매율이 높다는 얘기죠. 그중에서도 의사 등 전문직 자영업자들이 페라리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는 앞으로 쿠즈플러스를 국내 최초의 자동차 멀티브랜드 숍으로 꾸밀 계획이다. 페라리 마세라티를 기반으로 내년에는 피아트그룹의 고급 명차인 알파로메오를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알파로메오는 실용주의 세단으로 줄리아 줄리에타 알페타 알파수드 등이 대표 차종이다. 장기적으로 애스턴마틴과 로터스 등의 고급 자동차 수입도 검토 중이며 페라리 로고 등을 새겨 넣은 자동차 액세서리 용품점도 낼 계획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